< -- 30 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능력이 나타나다. -- >
병원에 도착한 성기는 그 여직원을 찾고자 물어보았으나 지금은 퇴근시간이라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분을 풀 수가 없던 성기는 차츰 가슴을 진정시키고 담당의사를 찾았다. 인자한 미소로 반기는 의사는 입원한 두 여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말없이 듣는 성기의 마음 한 구석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녀들의 처지가 고양이가 집을 잃어 헤매는 것과 같다고 할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들이 입원한 병실로 찾아갔다. 여자들만 입원한 4인용 병실이라 들어가기가 약간 쑥쓰러웠다.
주저하는 그를 알아본 것인지 마치 자매같이 닮은 두 여자는 멍한 표정임에도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아빠!"
"아빠!"
미치고 팔짝 뛰었지만 두 여자는 아직 자신들의 이름도 모른다고 했잖은가. 주소와 부모님의 이름하며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한 폭행을 당했는지 온 몸 여기저기 멍투성에다 며칠을 먹지 않았는지 영양실조 증상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에구, 젊은 총각이 많이 힘들겠구만."
"아까 우리가 말을 붙여보았는데, 도무지 말을 안하는 거야. 저렇게 멍하니 있는 것을 보니 어딘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같이 입원한 60대의 펑퍼짐한 아줌마들이 주름살을 펴며 말했다. 그런 아줌마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두 여자의 사이에 앉으려고 의자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부득이 두 여자중 오른쪽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러자 두 여자는 그의 양옆으로 다가와 머리를 기대고 꼬옥 안겼다.
간호사들이 씻겨는지 상큼한 처녀 특유의 기분좋은 냄새가 성기의 코를 찔렀다. 고개를 돌려 두 여자를 차분히 보았다. 긴 생머리는 어깨까지 풍성하게 내렸는데 앉아 있음에도 어깨와 가슴, 허리의 선까지 공작가의 아가씨들마냥 고왔다. 더 말할 필요없이 깨끗해진 이목구비는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었다. 긴 속눈썹은 화장한 여배우처럼 보였으며 상기된 피부도 고왔다. 다만 멍한 표정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의 시선을 받은 여자가 머리를 돌려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아빠!"
여자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성기의 가슴이 마구 뛰었다.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하는 성기였다.
"응?"
"아빠! 따뜻해서 좋아"
그러면서 더욱 그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여자였다. 파고든 여자의 가슴이 그의 가슴과 밀착되었다. 풍만한 가슴이 환자복을 일그러뜨리며 그에게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그러자 하복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몽둥이가 성난 용트림을 시작했다.
왼쪽 어깨에 기대고 있던 여자도 성기에게 더욱 몸을 갖다댔다. 그 바람에 왼쪽 팔을 타고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또 한 번 몽둥이는 성을 냈다. 아줌마들은 성기와 두 여자가 펼치는 낯뜨거운 장면에 고개를 돌리고 인기척을 냈다.
"흠...크음"
"우리는 나가서 커피라도 하자구."
"아, 알았어."
아줌마 두 분은 황급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병실을 나서는 아줌마였다. 성기는 민망해서인지 두 여자의 몸에서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려고 했지만 여자들이 두 손으로 꽉 안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손으로 그녀들의 손을 잡고 떼어낸 다음에야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성기의 마음 속에도 여체가 주는 부드러운 감촉이 사라져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자꾸 이러지 마"
"아빠!"
그녀들은 멍한 표정에도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아빠를 연신 외쳤다. 그러더니 두 여자는 스르륵 침대로 쓰러졌다. 영양실조에다 기력이 다했는지 정신을 잃은 것이다. 성기는 서둘러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치마가 나풀거리도록 뛰어왔다. 그리고는 맥을 짚고 눈을 살폈다.
"보호자분, 환자분들은 지금 안정이 우선입니다. 잠시 쓰러진 것은 영양실조로 인해서 기절한 것 뿐입니다. 오늘 면회는 여기까지 하시고 내일 다시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무적인 말투를 내뱉는 간호사였다. 안정이 최우선이라는데 성기는 쭈뼛거리며 문밖을 나섰다. 쿵 소리가 나며 미모의 여성과 부딪친 성기였다. 아픈 것을 참고 있는데 비닐 봉투를 양손에 들고 있던 그녀는 바닥에 넘어지며 팬티가 훤히 보였다.
놓친 물건보다는 팬티와 허벅지 속살을 보였다는 수치심에 벌떡 일어난 그녀였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성기의 뺨을 때렸다. 짝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간 성기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을 잃었다.
"눈깔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야? 너 일부러 나한테 부딪친거지."
"뭐? 일부러 그랬다고. 미쳤구만. 당신도 못 봐서 부딪친거잖아."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보아하니 군바리면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누나같은 사람과 부딪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나참 기가 막히는 구만. 누나? 내가 너같은 누나를 둔 적도 없거든. 그리고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데. 이유없이 따귀를 때린 것은 잘 한거냐?"
성기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뺨을 맞은 것도 그렇고 억지를 부리는 여자때문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 서로 사과하고 좋게 끝냈으면 될 일을 말이다. 이제는 성기도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나이도 어린 새끼가 반말하네."
"야, 이년아. 어른도 어른나름이지. 좋겠다. 나이 많이 쳐먹어서."
"뭐라고? 이마에 피도 안마른 새끼가?"
"아주 입이 걸레구만. 아래도 걸레냐?"
"뭐? 걸레? 이게 아주 죽을려고"
일촉즉발, 남녀가 언쟁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에 나이많은 간호사가 끼어들었다.
"이봐요. 두 분 다 잘한 것은 없거든요. 그리고 지금 여기는 병원이라구요. 여기서 그렇게 떠들면 어떡해요?"
성기가 먼저 간호사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소란을 피워서....."
하지만 말을 끝맺지는 못했다. 그 싸가지 없는 걸레 같은 년이 잘랐기 때문이다.
"간호사도 봤잖아. 이 놈이 나한테 일부러 부딪치는 것을, 아주 질 나쁜 놈이야. 그래놓고 사과도 안하고 말이지."
"두 분다 그만하세요. 그리고 정 말할 것이 있으면 병동 복도를 벗어나 말씀들 나누세요."
성기는 너무나도 기가 막히고 화가 치솟았다. 아까 그 전화로 욕을 퍼부어 대던 그 개차반 여자때문에 화가 어느 정도 있었다. 지금 눈 앞의 여자가 불에 기름을 붓는지 난리를 피우는 중이다. 그녀의 소란때문에 병동 여기저기서 간호사와 환자들이 나와 수근거렸다.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성기는 씩씩거리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 비상구로 들어갔다. 그녀는 안 가려고 버텼다.
"왜 이래? 이 새끼가?"
"야, 빨리 따라와."
"안 가. 여기서 말해."
하지만 여성의 힘으로 남자를 당할 수는 없었다. 비록 방위지만 성기역시 건장한 남자이지 않은가. 게다가 무기관리를 맡은 방위들은 총박스를 매일같이 나르는 일을 했다. 한 여자쯤은 누워서 떡 먹기하듯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비상구로 사라진 성기와 그녀였다.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입에서는 욕이 쉴 새없이 흘러나왔다. 나중에는 환자의 보호자들까지 나와서 소란스런 그녀를 성기가 데리고 어서 사라지길 바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