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 27 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능력이 나타나다. -- > (27/230)

< -- 27 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능력이 나타나다. -- >

성기는 담배를 꼬나 물며 취사병 동기들과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그들은 좀 전까지 삽으로 쌀을 씼어 밥을 지었던 것이다. 밥은 그냥 물만 맟추면 끝이어서 짬이 안되는 취사병이 하는 것이라 했다.

동기들이 쉬면서 짬에 대해 말을 해준다. 어려운 것은 반찬과 국이라 한다. 국은 국간을 잘 마추어야 하는데 양이 많다보니 어렵다는 것이다. 반찬도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끝내니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고 했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튀김이라고 했다. 튀김의 열기에 옷과 몸은 땀으로 샤워를 하고 냄새마저 배어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기들은 자격증을 생각하면서 참는다고 했다. 한명은 한식자격증을 또 다른 동기는 일식자격증을 따서 꼭 호텔에서 근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셋은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뿜어내 하늘로 날려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밥과 국 그리고 반찬과 식판을 수송부에서 지원한 다찌를 타고 유격장으로 향했다. 유격장이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있었다. 다찌는 미군의 M715 닷지트럭을 아시아자동차에서 그대로 카피한 모델로서 군용미니트럭으로 국내에 자리잡았다.

취사병 가운데 동기들이 성기와 함께 다찌에 타고 있었다. 차는 비포장도로가 놓인 산길로 우회전을 했다. 핸들 한 바퀴 돌리기 무지하게 힘이 드는지 팔과 어깨를 빠져라 돌려대고 있었다. 그나마 다찌는 주행 중일 땐 정지한 상태의 죽어라 안 돌아가는 상황보다는 나았다. 산길을 따라 산정상을 넘어 바로 내려가면 유격장이 나타난다. 그렇게 울퉁불퉁한 산길을 덜컹거리며 달리자 파도에 흔들리는 조각배처럼 다찌도 흔들거렸다.

"너무 흔들린다."

"다찌가 그렇지"

"좀만 기다려. 다 왔으니깐."

성기는 좀전부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나 아까부터 속이 불편한데...오줌이 너무 마렵거든..."

성기는 출발 전 먹었던 맛스타때문에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흔들리는 다찌때문에 더욱 참지를 못했다. 성기는 다급히 운전석과 연결된 창문을 두들겼다. 운전병도 흔들리는 차에 참지를 못했는지 즉시 차를 세웠다.

"왜? 뭔일이 났어?"

"그게 아니라, 오줌이 마렵거든. 미안해, 잠깐이면 되거든."

성기는 운전병역시 같은 부대지만 다른 보직이라 말을 편하게 놓았다. 성기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는 운전병이었다.

"알았어. 빨리 처리하고 와. 아니다. 나도 소변이 마려운데 같이 보자."

그 말과 동시에 운전병도 문을 열고 내려섰다. 성기도 역시 다찌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같이 앉아 국이 흔들리지 않게 뚜껑을 잡고 있던 동기들도 내렸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고 산 길 한복판에서 소변을 볼 수는 없어 주변을 살폈다. 성기는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걸어갔다.

우거진 나무들 바로 옆으로 차량에 쓸렸는지 잔나무들이 꺽여 쓰러져 있었다. 그 뒤로 1m 아래의 도랑이 보였다. 물기가 없어 도랑은 쩍쩍 갈라져 바닥을 드러냈다. 그 중간에 쌀포대로 쓰이는 비닐포대가 있었다. 아마도 쓸모없는 돌덩이를 넣었나 보다. 저 정도 양이면 어른 서넛이 달라붙어야 겨우 들정도였다.

20m 떨어진 황폐한 곳에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봉고차가 방치된 채 있었다. 그 봉고차는 뒷문이 열려 있었고 창문은 여기저기 깨져 있었다. 성기는 바지를 까내리고 몽둥이를 꺼내 보였다. 성기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한 운전병과 동기 두명이었다.

그 거대하고 두꺼운 몽둥이에 성기의 동기 두명은 충격으로 입을 벌렸다. 운전병 역시 뜨억하고 쳐다봤다.

"야, 성기야. 네거 엄청나네"

"부럽다, 부러워"

"그걸로 그짓하면 여자들이 죽어나가겠다."

질투섞인 말들에 성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남자의 자신감은 몽둥이에서 나오나보다. 예전보다 더욱 밝고 활달하게 대답하는 성기였다.

"아이, 뭐가 부럽냐. 그리고 할 여자가 있어야 하지. 안해봐서 모르겠다."

"그러냐? 너 여자친구 없으면 이번 주말에 소개팅 시켜줄까?"

"뭐어? 소개팅? 정말로?"

"그래, 대신 네가 술사라. 그래야 내가 군대오기 전 근무하던 호텔 여직원들을 소개시켜주지."

"알았어. 술 한번 쏘지."

잠시 성기와 동기는 대화를 하더니 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서로에게 질 수없다는 듯 오줌발을 경쟁했다. 오줌 눌 때 내뻗는 오줌 줄기는 남성들 사이에서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을 터였다. 어릴 적 오줌 멀리 보내기나 오래 누기 게임등등 오줌발은 정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변강쇠가 폭포수 같은 힘찬 오줌발을 자랑했다거나 옹녀가 요강을 깨뜨렸다는 얘기는 모두에게 친숙한 얘기였다. 바로 3미터 앞의 비닐포대에 침묵의 동의를 한 그들은 오줌 줄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성기를 제외하고는 비닐포대에 닿지도 않았다.

작은 폭포수처럼 성기의 오줌은 세차게 포대를 때렸다. 투투투 소리가 마치 콩을 볶는 소리처럼 들렸다. 세명은 벌써 일을 끝마쳤는지 바지춤을 정리했다. 그러나 성기는 아직도 남아있는지 줄기차게 뿜어냈다. 성기의 오줌발에 질렸는지 그들은 그 비닐포대를 홍건히 적시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성기가 일을 끝냈는지 바지춤을 올려 정리했다. 고개를 숙여 옷을 단정히 정리하는 성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은 홍건히 적셔신 비닐 포대를 바라보다 무엇에 놀랐는지 비명을 질렀다.

"저, 저기...."

"움직였어."

그들은 커다란 비닐포대가 꿈틀거리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성기역시 그들이 가리키는 비닐포대를 바라보았다. 조각상처럼 가만히 있던 아까와는 달리 또다시 움직이는 포대에 성기역시 귀신을 본 듯 머리칼이 쭈뼛거렸다.

그들의 귀로 나직하지만 분명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음...음..."

그 소리는 비닐포대 안에서 나는 것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던 그들은 아래로 뛰어내렸다. 한명만 있었다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4명이나 있어서 용기가 났는지 직접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비닐포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음소리는 크게 들렸다. 몽둥이가 커지며 담도 커졌는지 성기가 비닐포대를 묶은 줄을 잡고 풀어나갔다. 세 명도 옆에서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았다. 풀어진 줄을 팽개치고 입구를 활짝 벗겼다.

그러자 검은 머리카락과 손과 손을 뒤로 묶인채 쪼그린 여자 둘이 보였다. 그녀들의 입에서는 쉴 새없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성기의 오줌이 그녀들의 몸을 적셔서 그런지 지린내가 강하게 풍겼다. 둘 다 꾀죄죄한 것이 며칠째 씻지도 않고 지낸 것 같았다. 게다가 두 여자의 다리와 팔에는 누군가에게 맞은 듯 여기저기 멍이 보였다.

황폐한 곳에 있는 그녀들은 다름아닌 다미선교회의 목사 아들 이사기의 딸들이었다. 며칠 동안 묶여 황량한 곳에 있어서인지 그녀들의 신체를 속박한 줄을 풀었음에도 멍한 표정으로 성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성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빠!"

"아빠!"

그녀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청아했다. 그녀들은 더는 말하지 못하고 옆으로 픽하며 쓰러졌다. 이제는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에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얼굴로 쓰러진 그녀들과는 달리 성기의 표정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고 동기들과 운전병은 아빠라는 말에 두 여자와 성기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함께 황당함이 공존하는 얼굴에서는 성기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