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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회: 인연의 시작 -- >

성기는 잠시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전을 떠올렸다. 소변을 보던 순간 풀밭을 뛰쳐나온 뱀이 자신의 남성을 깨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 일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여겨져 악하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소중한 남성을 가렸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휴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담요 속 물건을 만져보았다. 그것은 의식을 잃은 동안의 무시무시한 크기는 아니었다. 흔히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물의 크기로 줄어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크기조차도 예전의 성기가 그토록 포르노를 보며 부러워하던 크기였다.

'아니, 왜 이리 커졌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담요를 치웠다. 그러자 그의 눈에 진짜로 우람한 크기와 길이의 당당한 남성이 덜렁거렸다. 물론 지금의 크기는 의식불명의 크기보다는 확실히 작아져있었다. 흐뭇한 미소와 당당함이 성기의 얼굴에 가득했다.

성기는 의식이 없는 동안 평소 이상형이라고 느꼈던 여자들에게 숱한 몽둥이질을 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들어 벽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벌써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배고프다고 느낀 순간 간호사가 고개를 숙인 채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후다닥 담요로 아래를 가리는 성기였다. 간호사는 고개를 들어 깨어난 그를 보자 반가워했다.

"깨어나셨네요.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계세요?"

"아니요, 그냥 병원이란 것만...."

그러자 젊고 예쁘장한 간호사가 예의 직업적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서울대병원이에요. 듣기로는 의식불명상태가 길어져 위생병원에서 우리병원으로 옮겨진 거라고 들었어요."

성기는 서울대병원이란 말에 깜짝 놀랬다.

"네, 서울대병원이라구요?

성기는 깨어나 보니 병실이라 그냥 동네병원정도로만 여겼는데, 큰일이라 생각했다. 서울대병원이라면 입원비도 장난이 아닐 터였기 때문이다. 

 "네, 서울대병원이거든요. 그리고 환자 분은 무척 중요한 분들만 입원하는 특실에 입원하신 상태구요."

"네에?"

특실이란 말에 더욱 아득해지는 정신이었다. 자신의 상태가 그리 위중하지 않다고 말해준다면, 당장이라도 퇴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성기였다.

"특실이라구요. 무척이나 중요하신 분인듯 한데 이리 왼쪽 손을 내 밀어봐요."

"왜, 왜요?"

"왜긴요. 링거를 맞아야 되거든요."

성기는 누나같이 타이르는 간호사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부드럽게 팔목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소독솜을 이용해 닦아줬다. 성기는 지그시 치료에 집중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껏 틀어올린 머리칼은 풀어헤치면 찰랑이며 그녀의 어깨에서 나부낄 것 같았다. 호수 같은 눈망울은 윽박지르면 바로 눈물을 쏟아낼 것마냥 맑아보였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기의 몽둥이는 무럭무럭 커나갔다. 잔뜩 흥분한 남성은 흐트러진 담요를 팽팽히 만들며 우뚝 솟았다. 링거를 꽃던 그녀의 눈에 담요가 앞으로 팽창하는 것이 보였다. 순간 뭐지라며 바라보던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간호사는 성기의 팔뚝으로 고개를 더욱 숙였다. 그리고는 살짝 팔뚝을 꼬집었다. 아프고 무척이나 따가웠다. 

"이상한 생각이라뇨?"

아픔에 인상을 쓰며 대답하던 성기는 이상함을 느끼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우뚝 솟은 몽둥이로 인해 간호사가 돌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길이 따뜻하고 예쁘다고 느꼈을 뿐인데라며 황당해했다. 간호사는 그의 말을 무시하는지 묵묵히 링거를 꽃고 나가버렸다.

나가기 전에 성기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은 간호사였다. 덧붙여 한 마디 말을 차갑게 내뱉었다.

"환자 분이 깨어났다고 보고할거에요."

"네에?"

순간 성기는 보고한다는 말을 오해했다. 아니, 몽둥이가 우뚝 솟은 것을 보고한다니. 역시 근무하는 여자들이 많은 종합병원이라 남다르다고 느끼는 성기였다. 몽둥이가 흥분한 것을 보고해서 자기를 콩밥먹이게 한다는 것인지. 

간호사가 남긴 말을 혼자서 오해하고는 설마 경찰까지 오겠나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성기였다.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여긴 성기는 좀 전의 일보다는 퇴원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병원비도 문제지만 부대와 집도 문제였다. 파출부로 일하시는 어머니와 중개사로 일하는 형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

효도는 못할 망정 사고는 치지 말자라고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다짐했던 성기였다. 그러니 효도는 아니지만 병원비는 분명 큰 민폐임은 자명했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걱정을 하는 성기를 교수들은 채 십분도 되지 않아 들이닥쳤다. 열개가 넘는 눈동자는 분명히 자신을 동물원의 원숭이보듯 신기해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깨어났군."

"신기한 일이야."

"와아, 엄청남 남성의 소유자가 일어나다니."

그것이 성기의 심경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성기가 뾰루퉁하며 툴툴대자 그 중에 직책이 높아보이는 중년의 교수가 모두를 문밖으로 내몰았다.

"하하, 미안하네. 워낙 순수한 사람들이라, 원래 그런 의도는 아니란 것만 알아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왜 여기에 있는거죠? 그리고 제 몸이 괜찮다면 빨리 퇴원하고 싶습니다."

"환자가 몸이 나아져서 퇴원하는 것은 우리 의사들도 바라는 바일세. 난 자네의 치료를 담당했던 학과장 강호동일세. 그간 자네는 계속 의식불명의 상태였네,"

그러면서 학과장은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성기의 몽둥이 상태와 그가 사정하는 말도 안되는 양이 의사들의 관심이라는 것과 그동안 의식불명의 상태였을 뿐 몸 상태는 정상인이라는 것이다. 또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후 퇴원하라고  했다. 덤으로 병원비는 전액 무료라고까지 말했다.

환자의 동의없이는 연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없기에 학과장은 필사적으로 성기의 퇴원을 막았다. 하지만 성기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과 현재 방위로 복무중이라 어렵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과장은 연구를 도와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3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잠시 갈등하는 성기였다.

'삼천만원이라니? 큰돈이긴 한데 그렇다고 거액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돈은 아니잖아?' 성기가 학과장이 제시한 삼천만원에 잠시 망설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당시 스포츠 스타들의 거액의 계약금이 영향을 미쳤다.

93년도의 신인 최고 계약금은 이상훈선수였다. 계약금 1억8천8백만원과 연봉 1천2백만원을 합쳐서 2억원, 프로 야구 출범 이후 12년만에 2억원 시대를 열었다 해서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양준혁은 계약금 1억원과 연봉 2천만원(양준혁선수는 대학 졸업후에 상무로 바로 갔기때문에 신인 연봉 상한선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이종범선수는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계약금이 7천만원대였다. '재정적으로 넉넉치못한 해태가 주는 7천은 다른 팀의 1억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신문 기사가 실렸다. 구대성선수도 1억에 가까운 금액을 받았다.

이런 스타들의 영향으로 국민들은 거액이라면 1억을 생각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니 높아진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학과장이 달가울 리 없는 성기였다.

"제 몸이 겨우 그정도라니. 아쉽네요. 좀전에 분명히 말씀하셨죠? 국내 뿐아니라 전세계 의학계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전세계를 거론하시면서......음.....너무 짜네요."

성기는 젊은 놈이 대놓고 금액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지라고 생각했다. 두루뭉실하게 표현했지만 적어도 의사표현은 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공을 저쪽으로 넘겼으니 나머지는 결정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학과장은 성기를 바라보더니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후우, 알았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게나. 내가 제안한 삼천만원은 내 선에서 결재할 수 있는 금액의 마지노선이라네. 금액이 적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원하는가? 이런 것은 정확히 말해야 나중에 뒤탈이 없는 것일세."

"음...한 1억정도요."

순간 학과장의 입이 튀어나왔다. 

"1억? 자네 지금 1억이라고 했나?"

"네. 1억이요. 그정도는 되야 제가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큼큼, 그럼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게."

"네. 그렇게 하세요."

학과장은 잠시 충격을 받았는지 안경을 두세번 고쳐닦더니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어딘가를 향해 급히 사라지는 학과장이었다.

남인혜에게 성기와의 일을 보고한 학과장은 그녀의 지시를 기다렸다. 남인혜는 바로 답했다. 

"1억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말고 오천만원에 주말마다 병원에 와서 도와주는 조건으로. 주말도 토일 이틀이 아니라 일요일 오전만 연구에 도움을 주면 어떻겠냐구요? 이 조건으로 말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학과장은 남인혜에게 인사한 후 나갔다.

이후 성기와 학과장은 일사천리로 연구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을 진행했다. 성기는 퇴원 후 그 다음주 부터 연구에 참여하고 오천만원은 매달 천만원씩 오개월에 걸쳐 완료하는 것에 쌍방간에 합의했다. 퇴원은 내일 오전에 하기로 하고 말이다.

성기는 부대에 연락해 행정병과 통화했다. 그러자 보고가 바로 되었는지 중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진심으로 걱정했는지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퇴원한다는 말에 축하한다고까지 해주는 중대장이다.

중대장은 내일부터 유격훈련이 시작이 되는데 성기가 속한 부대가 제일 먼저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기는 몸이 아직 완벽하지 않을테니 유격훈련은 열외로 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그 훈련동안 짬으로 가서 유격훈련지로 식사를 나르는 거나 도우라는 거였다.

***** 양준혁 선수도 주인공과 같은 방위출신. 넥스트의 신해철도 방위출신임.

의외로 많은 방위출신들.

***** 제가 예전에 읽다가 눈이 빠질 뻔한 글이 있더랬죠. 

그 제목이 조아라에 연재되었던 'Return of KIng' 입니다. 이계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발칙한 상상에다,  톡톡튀어서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인물들....아직 삭제도 않고 연재분은 그대로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이유도 써놨는데 참 마음에 들더라는......) 

역시 필력은 장난이 아니었나봅니다. 책으로 이미 나왔다는 군요. 전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터라 개인지로 나왔으면 했는데 말입니다.....

독자님들도 함 보시길 강력히 강력히.....외칩니다.

허접한 글들에 중독된 분들은 필히 보시길.... 와아 재밌다. 내가 왜 이런 글을 몰랐지...

라며 깨달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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