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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회: 인연의 시작 -- >

벤치에서 떠드는 소리에 잔디에서 잠자던 남자가 일어났다. 그는 옷에 묻은 풀을 털어냈다. 털어낸 풀이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로 옷은 지저분하고 낡아보였다. 그리고는  매점으로 들어가는 이진아의 옆모습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상대 건물의 지하실 보수공사하러 온 인부였다. 그가 험하게 살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얼굴은 버려진 폐가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길쭉하고 때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검은 머리칼이 제멋대로 자라있고, 거무튀튀한 콧수염은 보기 흉한 입을 미처 다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광대뼈가 나와 있어 더 흉해보이게 만들었다.

진아는 그 사이 음료수를 사서 동전을 바꿨다. 그녀가 매점을 나서자마자 매점 문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내의 어깨에 충돌하며 넘어졌다. 공교롭게도 사내는 그녀의 위로 넘어졌다. 다행히도 그녀의 엉덩이가 충격을 흡수해 큰 사고는 생기지 않았다. 사내와 그녀는 엉덩이가 땅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심하게 부딪쳤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몸을 더듬는 낯선 손이 있었다. 사내의 손은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를 더듬다가 참지를 못하겠는지 자신의 몸인양 마구 만지며 농락했다. 사내는 부드러운 가슴과 풍성한 엉덩이를 만지자 성욕이 꿇어올라 하복부의 몽둥이가 불끈해짐을 느꼈다.

진아는 고통과 수치심에 사내의 몸을 밀쳐내며 일어났다.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화가 치민 어투로 말했다. 

"아저씨, 길을 보고 다녀야죠. 그렇게 갑자기 나오면 어떡해요? 그리고 제 몸을 왜 만져요? 왜?"

"씨발년이, 나도 넘어질 뻔 했거든. 그리고 내가 왜 네 몸을 만져. 넘어져 일어서려고 만지도보니 그렇게 된거지. 배웠다는 년이 그것도 모르냐?"

진아는 살아 생전 이토록 심한 욕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내의 잘못으로 넘어졌고 자신의 몸을 더듬고 만지기까지 하지않았던가. 응당 먼저 사죄를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 아닌가! 너무 기가차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진아였다.

"......"

"야, 이년아! 배웠다는 년이 먼저 사과해야지. 왜 말이 없어. 생각해보니 나한테 잘못한 게 떠올랐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그녀의 눈에 거지가 호형호제하자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낡고 더러운 차림의 그가 연신 욕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더군다나 그녀의 온 몸을 샅샅히 훑어보는 사내의 시선이 음란해 어서 이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진아는 더러운 그의 시선에 입술을 꼬옥 깨물고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사내의 추악한 눈길은 그녀의 옷을 벗겨 벌거숭이로 만들 정도였다. 달아나는 진아의 귀로 그 사내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후후후......"

그 사내는 진아와 부딪칠 때 느꼈던 부드러운 젖가슴의 감촉을 되새겼다. 그녀의 가슴은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머니마냥 무척이나 따뜻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가린 옷을 발가벗겨 자신의 몽둥이로 마구 범하고 싶은 삐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몽둥이로 저 붉은 입술에도 넣어보고 그녀의 동굴에도 찔러보고, 그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자신은 한없는 행복감에 빠져들 것 같았다.

그 순간 저 앞에서 사내를 부르며 다가오는 작업복 차림의 사내 둘이 보였다. 그를 발견하자 두 사내는 허겁지겁 달려왔다. 가까이서 보니 잔뜩 뿔이 난 표정들이었다.

"온보현씨, 일을 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합니까?"

"네, 음료수 사먹으러 왔다가 길을 잊어버려서......."

"나 참, 어이가 없네. 아니 음료수 산다는 사람이 4시간째 길을 잃어버려서 여기 있었다는 겁니까?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온보현씨 안되겠네요. 내일 부터 나오지 마세요."

"네, 한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번만, 한번만 한게 벌써 다섯번입니다. 이젠 지쳤습니다. 온보현씨, 내일부터 딴 데 알아보세요."

사내 둘은 온보현이라고 불린 그에게 잔뜩 짜증이 났는지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섰다. 돌아선 그 둘의 시선에 좀 전까지 사정하던 불쌍한 표정의 온보현은 없었다. 입술 꼬리를 한껏 올린 잔인한 미소로 그 둘을 노려보는 온보현만이 있을 뿐이었다.

진아는 치솟는 수치심과 공포심으로 정신없이 달렸다. 순식간에 공중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심정과는 달리 달음박질하던 섹시한 그녀 모습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남학생들의 시선이 꽃혔다. 게중에는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넋을 잃고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다. 

그녀는 선망과 부러움의 시선은 들어오지 않았다. 좀 전의 일로 울음이 터질 뻔한 자신에게 진정하자고 타일렀다. 크게 심호흡을 한 탓인지 가까스로 진정했다. 한 번만 더 그런 아저씨에게 당하면 반드시 신고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동전을 가까스로 투입해 통화를 시도했다.

서울대병원의 차교수와 연결이 된 그녀는 자신이 아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말해주었다. 남자친구 이름은 천성길이었으며, 어렴풋이 3대 독자라 6개월 방위 판정을 받아, 신검을 연기하지않고 군대를 갔다는 애기까지 이야기해주었던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차교수는 진아와 통화를 끝냈다. 급히 경희대 전자과에 문의해 천성길이라는 학생의 연락처를 알아보기로 했다. 차교수의 손은 이미 내려놓은 수화기를 다시 들고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직업 소개소를 통해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닌 세 아가씨를 구했다. 셋 다 룸살롱에 근무한 경험이 없었고 전형적인 화류계의 여성들 같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사교적이며 활발한 성격들이어서 한 시간도 채 되지않아 셋다 스스럼없이 장안나를 언니라 부르며 따랐다. 

셋가운데 두 아가씨, 박아서와 박아라는 쌍둥이 자매로 사업실패로 어려워진 가정형편때문에 나온 것이라했다. 그 둘은 다니던 S대학을 휴학했다고도 했다. 남은 아가씨 한명은 이름이 육덕진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름이 다소 이상야릇해서 잠시 웃음을 지어보인 적도 있던 장안나였다. 육덕진이라는 아가씨는 어머님이 암투병을 하고 있어 병원비를 대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장안나와 남인혜는 그녀가 신입 기자일때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장안나는 요정을 나와 룸살롱을 크게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장사는 그리 잘 되지 않았다.

간신히 간판을 단 채 유지하던 요즘, 그나마 데리고 있던 아가씨 3명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연락을 받은 장안나였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도움을 주면 현찰 오천만원을 바로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가씨가 7명이나 필요하다는 말에 그녀는 잠시 주저했다. 가게에는 이미 많은 아가씨가 그만 둬서 마담과의 의리로 남아있는 2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장안나는 뒤를 돌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거울 속에는 커다란 눈, 오똑한 코, 짙은 쌍꺼풀, 크고 도톰한 입술, 작은 계란형의 얼굴, 윤기나는 머리칼을 지닌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지닌 여성이 지켜보고 있었다.

몸을 돌려 전화기에 진지한 어조로, 자신이 그 두명의 역활을 하면 어떻겠냐고 남인혜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한참을 침묵하던 남인혜는 생각을 굳혔는지 답했다. 예스라고.

이른 아침, 등교와 출근으로 모두가 바쁜 그 시간에 간편한 복장을 입은 날씬한 아가씨 5명이 장안나의 아파트에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오늘 일에 간략히 설명을 들었다. 자세한 것은 서울대병원측에서 설명을 해준다지만, 무엇보다 그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보수였다. 하루 몇시간의 일치고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댓가였다.

간단히 커피와 차를 마신 그녀들은 장안나의 쏘나타2를 타고 서울대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네 명의 아가씨는 군살없는 날씬한 몸이어서 그런지 뒷좌석에 불편함이 없이 탔다. 도로에는 무쏘와 프라이드, 르망, 스텔라 등등이 뒤섞여 쌩쌩 달리고 있었다.

그 시각 서울대병원 703호에서 성기를 실은 침대는 특실로 옮겨지는 중이었다. 의식불명의 상태는 여전한 상태였다.

***지존파와 온보현의 연쇄살인을 계기로 1994년 11월 1일. 전국에서 발생한 강력 사건의 수사를 총괄하고 각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간 수사 공조를 지휘 통제하는 '광역수사단'을 발족합니다.

*** 악의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평점을 매기지는 마시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과 고증을 통해 인물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세워져 있으니 거기에 살만 붙이면 되는 구조라..... 

50편이 넘어가면서 구성에 탄력을 받지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급하게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노블란에 제 글 말고도 구성력이 천차만별인 글들이 많습니다. (음....전 오타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자부하는데요.....음 저 혼자만의 생각인 걸까요....)

전 당당히 평가받고 싶어서 평점을 허용한 것인데 자꾸 그러시지 마세요. 취향이 아니면 보지마세요.

*** 악마가 수호하는 자---재밌게 보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함 보시길..... 허접한 글들에 비해 훨 낫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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