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 회: 인연의 시작 -- >
"선배님, 그 남자애는 애인을 위해서 그런건데, 정상참작같은 거 안해줄까요?"
"에고, 우리 이쁜 강아지! 나 역시 너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건데."
야상 차림의 늙수그레한 남자가 청순하고 귀여운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리 치워요. 선배님. 내가 뭐 어린네인줄 아세요. 그리고 왜 선배님이 저를 위해 그런다는 거에요?"
"왜긴?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니?"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있던 남학생이 끼어든다. 아마도 선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사건은 애인이 어린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잖아요. 그럼 우리 아름이가 그런 일을 겪어야 되잖아요?"
선배로 보이는 남학생이 후배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야, 말이면 다인줄 아냐. 그렇다는 거지. 그럼 넌 우리 아름이가 꼭 의붓아버지에게 어린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해야 된다는 거냐. 그래서 네가 아직도 솔로인거야."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그만둬요. 선배님. 야 그리고 너, 기분나쁘거든 그런애기"
그들이 말한 성폭행 사건은 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다름아닌 김보은& 김진관 사건이었다. 1992년 1월 13일 충청북도 충주에서 김보은이 남자 친구 김진관과 함께 10여 년 동안 자신을 성폭행한 의부 김영호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김보은의 어머니는 김보은이 7살 때 김영오와 재혼하였고, 김보은은 9살 때부터 김영오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하기 시작하였다. 김영오는 김보은과 김보은의 어머니를 번갈아 성폭행하였으며, 집에 식칼과 쥐약을 갖다 놓고 사실을 알릴 경우 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하였다.
김보은은 대학에 진학하여 기숙사에서 살게 되면서 주중에는 김영오로부터 떨어져 지낼 수 있었고, 자신의 괴로움을 남자 친구인 김진관에게 털어 놓았다. 김진관은 김영오를 찾아가 성폭행을 그만 둘 것을 요청하였으나 당시 충주지방검찰청 총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영오는 오히려 "다 잡아 넣겠다. 죽여 버리겠다"며 김보은과 김진관을 협박하였다.
김보은과 김진관은 강도로 위장하여 김영오를 살해하기로 공모하였고 1992년 1월 17일 김진관이 김보은의 집에 몰래 침입하여 김보은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김영오를 식칼로 살해하였다. 김진관은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하고 집을 나갔으며, 김보은은 강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였다. 이들은 1월 19일 구속되었다.
구명 운동은 김보은의 남자친구이자 공범자였던 김진관의 아버지 김 모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하면서 알려지게 되었고, 전국에서 "김보은 김진관 사건 공동 대책 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들의 구명 활동을 벌였다. 공동 대책 위원회는 김보은과 김진관의 무죄를 주장하였으며, 22명의 무료 변호인단도 구성하였다. 또한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였다.
변호인단은 김보은과 김진관의 정당방위를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1992년 4월 4일 1심에서 김진관에게 징역 7년, 김보은에게 징역 5년을, 10월 2일 항소심에서 김진관에게 징역 5년, 김보은에게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피고인들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12월 22일 상고를 기각하였다. 김보은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사면, 복권되었고, 김진관은 잔여형의 절반을 감형받았다. 김진관은 1995년 2월 17일에 출소한 후 1998년 2월 3일과 7월 16일에 복권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 동안 공론이 금기시되었던 근친 성폭력의 실상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1991년에 일어난 김부남 사건과 함께 1993년의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살인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최초의 고등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또한 김보은 김진관 사건을 계기로 가정 내 성폭력 사건, 근친상간, 친족간 성폭력 사건, 의붓 자녀 성추행, 아내 강간 등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 친족, 친지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나 공론화되었다.
김부남 사건은 1991년 1월 30일 김부남(당시 30세, 여성)이 9세 때 자신을 성폭행했던 송백권(당시 55세,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김부남은 자신이 9세 때 아웃집 아저씨인 송백권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 김부남은 성인이 된 후 결혼을 하였지만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김부남은 자신의 행동이 어린 시절 당했던 성폭행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송백권을 고소하려 하였으나 당시 성범죄는 친고죄로 고소 기간은 6개월이었으며 공소시효도 지난 상태였다.
김부남은 법적으로 송백권을 벌할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그를 벌하기로 하였다. 1991년 1월 30일 김부남은 송백권을 찾아가 식칼로 살해하였으며,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법원은 8월 26일 1심에서 김부남에게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 치료감호를 선고하였으며, 항소와 상고 모두 기각되었다. 김부남은 1심 3차 공판에서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최후진술을 하였다.
김부남 사건은 아동 성폭행의 후유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김보은 김진관 사건과 함께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잰 걸음으로 매점을 향해 걸어가는 진아의 귀로 선후배들이 장난을 섞여가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말하기조차 금기시되던 것이 흉악한 범죄가 시발점이 되어 터진 것이었다. 진아는 정부와 사회가 경제발전과 1등만 부르짖는 경쟁구조와 더불어 여성에게 불리한 법체계가 이런 일을 불러일으켰다고 나름 생각했다.
진아는 성폭력범에 관대한 대한민국 사회라고 여겼다. 그런 범죄를 일으킨 녀석이 있다면 가위로 싹둑 잘라야지만이 진정한 처벌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때문에 그렇게 된거야. 조만간에 큰 일이 터질거다. 그때 가서 내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될거다."
"에이, 선배님. 너무 비약이 심하잖아요. 청주 아파트붕괴사고랑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된 거는 완전히 다른 건데."
"맞아, 형. 비약이 너무 심해"
매점까지 걸어가는 그녀의 귀로 한창 애기꽃을 피우고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올 초 한때 TV와 신문의 일면을 장식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사고'가 떠올랐다. 그 사고로 인해 27명의 사망자와 48명의 부상자를 냈다. 그리고 3명이 실종되었다.
그 사고가 일어난 시기는 1993년 1월 7일 청주시에서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무리한 설계와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 당초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허가 후 건물을 시공하면서 자금 난으로 건축 업자가 3회 이상 경질되었고 그때마다 무리한 설계 변경과 4층, 옥탑의 증축으로 기초공사에 대한 건물하중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붕괴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시험한 결과,굵고 푸석한 황색 자갈 등의 불량골재가 사용되었으며, 콘크리트 구조체에 나무조각 등 이물질이다량 함유된 시공불량이 나타났다.
진아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부정부패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내색할 수가 없었다. 그녀 자신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상류층이자 특권층이기 때문이었다.
친구문제와 사회문제가 그녀의 머릿 속을 헤집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의 뒤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둘이 아니었다.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의 진아를 따라 한껏 떠들던 학생들의 시선이 쫓아갔다.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몸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풍만한 가슴은 바삐 걸어가는 그녀의 면티에서 밖으로 튕겨나오려는 듯 보였다. 오후 4시에 내리쬐는 햇빛에 비쳐 풍만한 가슴의 실루엣까지 은은히 비쳐 보여 더 섹시해보였다. 특히 군살하나 없는 잘록한 허리에 탱탱한 엉덩이는 그녀를 더욱 섹시하게 만들었다.
"와우, 죽인다."
"애기하다 말고 어딜 쳐다봐요? 형!"
"너도 눈있으면 봐라. 쟤봐! 아니, 거기말고 저기 쟤!"
"우우, 정말 죽이네요."
"아, 쟤가 그 유명한 의대 퀸카구나."
"뭐? 의대 퀸카라구?"
"쟤때문에 평소 주색잡기에 열 올리던 선배들도 도서관에서 기웃거린다는데요. 형은 그런 소식도 못들었어요?"
"진작에 애기해줬어야지. 복학생이 어떻게 아냐?"
"선배님, 그니깐 우리 후배한테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평소에 잘해 보세요. 그럼 떡이 자다가도 생긴다니깐요."
"이것들을 후배라고...."
진아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몰랐지만 이미 그녀는 학교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경상대 퀸카와 법대 퀸카를 합쳐도 안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벌써부터 미스코리아는 따논 당상이라는 말과 영화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근거없는 얘기까지 퍼질 정도였다.
매점 근처 벤치에 앉아 담배를 꼬나 문 남학생 셋이 한창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다시 뒤돌아 볼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라별로 보면 어디가 예쁠 것 같냐?"
신입생으로 보이는 후배가 대답했다. 마치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인 줄 아냐는듯. 역시 남자들 모인 곳에 여자 애기 빠지면 섭한 모양이다. 특히나 음담패설...... 뭐 내 몽둥이가 굵어 여러 여자 홍콩보냈다는 둥. 연예인 누구보지는 거기서 달걀이 나온다는 둥. 가봉의 국가원수가 방한해서 국빈대접으로 최정상급 연예인 누구를 대줬다는 둥.
"아이, 선배. 그거는 물어보나 마나죠.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아니겠어요. 바비인형이 왜 있겠어요."
"맞아요, 애말이. 선배! 주먹크기의 얼굴에 왕방울만한 눈, 게다가 가슴까지....흐흐흐"
"에고, 정신차려라. 우린 황인종인데, 새끼들이 본적을 까먹구 서구여성만 바라보면 쓰냐. 에잇"
담배 꽁초를 내던지고 후배들 머리에 알밤을 선사하는 선배였다.
"아아, 아파요."
"때리지 말구 말로해요. 선배"
"잘들어라.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애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여자가 무지 예쁘다고. 얼굴 예뻐, 몸매 착해. 어떻게 아냐구? 내가 지난 번에 중국과 일본 갔다는 거 알지?"
"네, 알아요."
"일본 여자애들 다리 존나 굵다. 나 그걸로 일본애들 단무지 담그는 줄 알았어. 아아~~~ 그래서 일본애들은 아시아권에서 연쇄살인범이 존나게 많구나 깨달았던거지. 게다가 키는 존나게 작다. 나 원숭이가 자동차 만들고 초밥해주는 줄 알았어."
후배들은 선배의 말에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에이, 선배. 그거는 못믿겠어요. 걔네 일찍부터 성문화 개방해서 튀기가 많아서 예쁘던데요."
"에구, 이 바보들아! 튀기가 예쁜 거지. 토종은 꽝이라구."
"그럼 중국은요?"
"중국도 별로다. 물론 우리보다 인구가 많아서 예쁜 애도 있는데, 절대 비율로 따지면 우리가 훨 낫다."
"에이, 왕조현 있잖아요."
"맞아요. 왕조현같은 애들 널렸다구 그러던데요, 선배"
"잠깐만, 와아 죽인다. 재 죽인다."
"누구요?"
"아항, 재요. 걔잖아요. 의대퀸카 이진아."
"그래, 확실히 더럽게 예쁘네. 좋다 나 오늘부터 쟤한테 작업들어간다."
"네? 선배는 이미 집안에서 약혼한 여자가 있다고 그랬잖아요."
"맞아요. 선배! 그러다 망신당하지 말고 약혼녀한테 잘해주세요. 집안도 좋고 선배는 아버님 가업 이어받아서 살면 되는데 뭐가 부족해서 한눈팔려고 그래요?"
"야, 니네들이 내 약혼녀 외모를 못봐서 그래. 걔가 드럽게 못생겼거든."
"저번에 봤잖아요. 그렇게 못생긴 정도는 아니던데...."
"그게 못생긴 정도면 제 여자친구는 죽어야겠네. 너무하네 선배"
"맞아. 게다가 선배 약혼녀는 키크고 가슴도 크던데요."
"이 새끼들이 언제 그런 걸 봤냐? 크면 뭐하냐? 얼굴이 이주일인데"
"선배네 집안과 그쪽 집안이 동업하는 거라면서요. 그니깐 눈 딱 감고 사세요. 뭐 난 솔직히 선배네 배경과 약혼녀 집안 좋은거 부럽던데...."
****나름대로 인물의 유기적 연계성을 갖도록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물이 따로따로 논다는 느낌보다는 주인공과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독창성을......
음, 노블의 딴글들은 확실히 댓글이 10여개 넘는 것도 있더군요. 뭐 그렇다고 제글과 그런 글과의 비교를 하지 말아주세요.
많이 노력해서 쓰고 있음을 우리 독자들만 아시면 됩니다. 여주인공이 너무나도 뛰어나군요. 게다가 뚜렷한 사회의식까지....음 주인공에 비해 확실히 낫군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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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이 있어 등장하는 것이지....
쓸데없이 비중있게 등장시키지 않는 겁니다. 악당들은.
주인공이 악하고 때리니 억하고 죽는 판타지에 익숙해져서는, 한다는 소리가
왜 지존파가 등장했냐고 댓글을 달아놓으니, 그리고 주인공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끝까지 읽어보시고 신중하게 댓글을 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