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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회: 인연의 시작 -- >

고통과 쾌락속에서 울부짖던 지수는 기절했다. 성기는 욕정에 눈 먼 동물마냥 그녀의 육체를 꾾임없이 탐했다. 한참 후에야 그녀의 몸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수의 동굴에서는 새하얀 정액이 파과혈과 섞여 그녀의 항문과 허벅지 주변에 진득히 묻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트 아랫부분을 홍건히 적셔 마치 시트전체를 물에 푹 담근 듯 했다.

그 둘이 내지르는 소리는 엄청났음에도 밖은 평온 그자체였다. 알 수 없는 기운이 가득한 703호였다.

한참 후 지수는 자신의 가슴에서 낯선 손길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 순간 그녀의 아랫배에서 칼로 도려내는 고통이 척추를 타고 머리를 울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가슴에 놓여진 손을 치우고 일어났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큰 아픔에 그녀의 눈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흑...."

지수는 좁은 침대에서 자신을 껴안고 자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두시간 전의 일이 그녀의 머릿 속에 영화처럼 되살아났다.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그런 일을 겪었는지 도저히 납득하지 못했다. 자신은 평소 이상형을 만나기 전까지는 남자들의 접근을 빈틈없이 차단했었는데 말이다.

성기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순결을 뺏아간 남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걱정과 연민, 안쓰러움이 가슴에 들어차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운 지수였다.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게다가 성기는 평소 그녀의 이상형과도 외모가 너무나도 차이가 있었다. 성기의 외모는 길을 지나면 수없이 볼 흔한 쌀집아저씨같은 외모였던 것이다. 좀 더 쳐주면 현재의 최고MC 유재석정도랄까.

그녀는 흘러내린 눈물을 훔치고 퉁퉁부은 눈으로 남자의 엉덩이에 걸려있는 자신의 팬티를 보았다. 팬티는 남자의 정액에 젖었는지 끈적거렸다. 지수는 어쩔 수 없이 돌돌말린 팬티를 집어들고 다리를 걸치고 입었다. 남자의 몽둥이는 아직도 만족을 못했는지 거대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옷을 만지며 아픔을 참으려는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문을 열고 살며시 밖을 내다보니 간호사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한 명만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하품을 참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인 채 아랫배를 움켜진 채 비상구로 빠져나갔다.

지수는 불빛이 흐린 비상구 계단에서 낯선 여자가 계단에 앉아 머리를 벽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졸고있는 여성의 발밑에 과일바구니가 놓여있었다. 그 때 문이 열리는 미세한 소리에 졸고있는 여성은 눈을 떴다. 하품을 하며 팔로 기지개를 편 그녀는 눈 밑의 주근깨가 돋보였다.

이진은 자신을 쳐다보는 낯선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간호사복에 잔뜩 주름이 가 있는 아름답고 풍만한 가슴이 도드라져 보이는 여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순간 이진이 느낀 첫 인상은 그녀가 무척이나 약하고 손을 대면 깨질 것같은 연약함이었다. 

"저어, 지금 몇시죠?"

이진은 애써 피곤함을 억누르며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질문을 받은 지수는 지금 그럴 경황이 없었다. 서둘러 여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기 때문이었다. 지수는 급히 계단의 난간에 손을 짚고 걸음을 옮겼다. 아랫배가 또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아흑..."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참아가며 걸음을 옮겼다. 이진은 뭐 저런 싸가지가 있나 싶었다. 자신의 질문을 무시하고 저렇게 황급히 피하니 순간 열이 뻗쳤다. 속으로 '배운 내가 참아야지, 간호사 저년들은 알면 알수록 싸가지없고 융통성도 없어.'라고 느끼는 이진이었다. 사라지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따라 무릎을 지나 발목까지 흘러내린 하얀 액체를 보지 못한 이진이었다.

이진은 과일바구니를 집어들고 비상구 출입문을 열어제쳤다. 간호사스테이션에는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다. 두 명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살금살금 703호로 슬며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하의가 벗겨진 남자의 하체에는 우람하다 못해 우주로 뛰쳐나갈 발사선처럼 솟구친 몽둥이가 있었다. 그것도 옆으로 쓰러진 채로 말이다. 모포는 치워진 뒤였는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궁금증을 안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과일바구니를 조용히 그 옆에 놓아두었다.

성기의 하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충격으로 인해 그녀는 말을 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동물원에서 보았던 말의 그것이 떠올랐다. 성기의 몽둥이를 본 사람은 백이면 백 말의 물건보다도 월등히 크다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몽둥이는 충격을 넘어 괴기스럽다고 해야 할까.

조용히 손을 들어 옆으로 틀어진 그의 몽둥이를 쓰다듬었다. 우뚝 솟은 몽둥이 주변으로 불뚝불뚝 굵어진 핏줄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을 통해 이상하고 끈적한 액체가 만져졌다. 숯처녀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닌 그녀였다.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그녀는 알 수 없는 열기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마치 기름을 먹은 나무에 불을 붙인 것처럼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정신을 차리고는 후다닥 문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성기의 몽둥이를 다시 쳐더니 문을 급히 열어 나가버렸다. 

지수가 오기 다섯 시간전, 성기의 무의식은 꿈속을 헤메이고 있었다. 그 꿈속에는 자신을 시바라 밝힌 흉악하고 거대한 신이 조그만 성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기의 눈에는 어린 시절 가보았던 63빌딩보다도 거대한, 자신을 시바라고 밝힌 신이 너무나 무섭고 한편으로는 황당했다.

그 자신이 누군가를 믿어본 적도 없었거니와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르며 살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물론 늘 모범생처럼 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거라고 치부해왔다. 도저히 자신 앞에 나타난 시바를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못 믿는 눈치구나. 어리석은 인간아!"

"네에? 제가요? 그렇다고 당연히 믿을 수도 없는데요."

"넌 정신을 잃기 전에 뱀에게 물린 적이 있을 것이다."

"네. 맞아요. 그걸 어떻게?"

"난 신이거든. 모를 수가 없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기를 앞에 두고 시바는 잠시 흉악한 인상과는 달리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 흉신악살처럼 보였다. 시바는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게 큰 입을 열어 말했다.

"너 어디서 왔느냐?"

성기는 엉뚱한 질문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그 무서운 인상에 놀란 것인지 술술 대답했다.

"부대에서 왔습니다."

"부대에 오기 전에는 어디서 왔느냐?"

"네, 학교에서 왔습니다."

"학교에서 오기 전에는 어디서 왔느냐?"

"네, 집에서 왔습니다."

뜻모를 문답이 계속 이어졌다. 

"사람은 영원히 살것이냐?"

"아닙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럼, 죽은 뒤에는 무엇을 할거냐?"

"그것은.....잘....."

대답을 머뭇거리자 시바는 큰 입으로 소리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성기의 귀에 종소리처럼 뎅뎅 울려퍼졌다.

"어서 대답을 못할까?"

"모르겠습니다."

다시 시바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야단쳤다.

"야, 이놈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놈이 왜 사는 거냐?"

"내 의지로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보면 왜 사는지도 알지 않겠습니까!"

성기는 무시하는 시바에게 순간 반항심이 들었다. 그래서 머릿 속에 떠오른 대로 주절거렸다.

"하하하, 이 놈 보게. 이 시바를 보며 주눅들지 않고 바락바락 대답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러더니 시바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이어나갔다.

"사람은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을 남기지만 우리가 열정을 잃을 때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 꾾임없이 노력해야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바는 자신이 왜 이자리에 나타났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내려주었다. 까마와 뱀이 이미 너의 일부가 되었으니 앞으로 여자들이 꾾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여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던 성기는 마치 남의 일처럼 입을 헤벌쭉 벌린 채 행복의 웃음을 마구 지어보였다.

"정말요? 아구, 좋아"

춤을 추라면 앞으로 나가 덩실덩실 추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뒤를 이은 시바의 설명을 듣고 나서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까마와 뱀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여자를 얻는 대신 수명은 점점 줄어들어 앞으로 오년을 넘기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럼, 전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정녕 가늘고 길게 살아갈 방법은 없겠습니까?"

시바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을 해주었다. 성기가 오래 살기 위해서는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거나 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줘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여자를 얻게 해주었으면 반대로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기의 눈 앞으로 94년부터 시작해서 미래의 일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에 미래의 모습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점점 편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반비례해 자연재해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까지, 더불어 이익을 쫓아 전쟁과 테러를 일으키는 인류의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뿐만아니라,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빈번히 일어났으며, 흉악한 연쇄살인마와 수없이 많은 여자들은 강간한 강력범죄도 증가했다. 또 환경 파괴는 인류와 동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성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정말 미래의 모습일까? 정말 이대로 된다면 큰일인데.....'

시바는 성기에게 끝끝내 밝히지 않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것은 여자를 안으면 안을 수록 욕망이 더 강해지고, 정력도 늘어나면서 그의 신체적 능력이 극한으로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몇명의 여자를, 백명, 천명, 만명의 여자를 안아야 하는지는 신인 시바도 몰랐다. 그것은 오직 자신에게 앙금이 남아있는 까마의 의지였다. 그가 수십만 명을 안아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사실은 그가 여자를 안으면 안을 수록 미래를 보는 능력이 더불어 상승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역시 내일인지, 내일 모레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년 뒤의 일인지 시바조차도 몰랐다. 그렇기에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기의 정액과 침에는 여자를 홀리게 하는 무언가를 심어둔 시바였다. 그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미지의 것이었다.

시바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끝으로 사라지기 전에 의식이 없으니 선물을 주고간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그것을 얻을지는 성기의 몸에 자리잡은 까마와 뱀의 의지라고 했다. 성기를 보며 말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까마와 뱀에게 말하는 듯 보였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히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만이 내가 살아가야 이유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까마는 말할 수는 없지만 영으로 말했다.

'내가 살아갈 길? 난 수없이 많은 여자에게 사랑의 화살을 날렸을 뿐인데....'

뱀역시 영으로 질문했다.

'난 수없이 많은 여자들에게 성애와 생식의 기능을 주었을 뿐인데.....'

하지만 우리의 성기는 그 말이 까마와 뱀에게 하는 줄 모르고 자신에게 한 줄 알았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조금씩 여자와 사회에 행복이 되는 일을 하고 말테다.'

그렇게 성기의 무의식은 끝이 났다. 시바가 남긴 선물은 지수였다. 그것을 받아들인 것은 까마였지만 말이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수의 인생이 좀 더 다르게 나아갈 수도 있었다.

****주인공 성기가 깨어나겠군요. 이번 회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왜냐면 성기의 앞으로의 행로가 대략 보이는 것이기에.....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코멘으로 남겨주세요. 성실껏 답변하겠습니다.

**** 그리고 부탁할게요. 여기 조아라나 다른 사이트라도 혹시 읽을 만한 글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1회에서 밝혔듯이 인기를 끌 만한 색다른 소재는 아직도 많은데......

****제가 예전에 7-8년 전 문피아의 운영진과 대판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그인이 되지를 않더군요. 치사하게 남의 주민번호로 회원가입하기도 싢어서 걍 놔뒀더니 제가 좋아하는 작품에 댓글을 달 수가 없더군요.

제가 최근에 관심있게 본 SP가 2부를 연재하는데....아놔 욕나오네요. 그만 서로 감정을 풀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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