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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호 안, 김지수는 어두운 병실에 전자기기들의 불빛을 받아 환자의 하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텐트를, 그것도 엄청 큰 텐트를 친것마냥 비정상적으로 솟아있었다.

미지의 몽둥이로 긴장해서인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잠깐의 시간도 소비할 시간이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간호사복을 입고 있다지만, 해당 병실을 담당하는 간호사는 아니었기에.

서둘러 환자에게 다가간 지수는 모포를 조심스레 들추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솟구친 몽둥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곳곳에 굵은 힘줄이 징그럽게 돋아있었다. 지수의 사슴같은 눈동자가 놀람으로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잖아!'

어림짐작으로 두 손으로 잡아도 넉넉히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처녀 특유의 부끄러움으로 부들 부들 떨며 몽둥이에 양 손을 갖다댔다. 지수의 손에 닿은 몽둥이의 감촉은 보기와는 달리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아... 왜 이리 부드럽지. 마치 양털처럼 말야.'

지수는 몽둥이를 만지며 학창시절 동물원에서 만졌던 양을 떠올렸다. 그 순간 지수의 눈동자에 힘이 풀리며 마약에 빠진 듯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누워있는 환자의 성기를 만지자 긴장과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생면 부지의 남자의 몽둥이를 만지면서 말이다. 

지수는 이 낯설고 생전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은 성경험도 없는 처녀이지 않은가. 하지만 말로는 형상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지수도 모르는 까마와 뱀의 기운이 몽둥이를 통해 전해진 까닭이다. 순진한 처녀뿐만 아니라 이 지구 어느 누구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른 채 성기의 몽둥이를 만지는 손길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애완견을 쓰다듬듯 부드럽게 대했다. 잠시 후 지수는 침을 바르고 본격적으로 쓰다듬어야 했다. 침을 바른 그녀의 손길이 더욱 집요해지고 바빠지고 있었다. 

잠시 후 문 밖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703호 밖, 가족을 가장한 이진이 간호사와 다투고 있었다. 

"면회시간이 끝났어요. 내일 다시 오세요. 보호자분"

이진은 규정이란 걸 알지만 너무 칼같이 말하는 간호사가 얄미웠지만 속과는 달리 얼굴에는 벌써 미소가 서렸다.

"저 멀리 부산에서 소식을 듣고 왔거든요. 제발요"

"부산이요? 아니, 환자의 부모님도 찾아오지를 않았는데, 무슨 관계시라는 거에요?"

"말했잖아요. 친구라구요.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 듣겠어요."

"알았어요. 멀리서 오셨는데 안됐지만, 면회시간이 지나서 내일 다시 오셔야 할 것 같네요."

"월차내고 왔다구요. 그럼 내일 다시오려면 다시 월차를 내야 하는데 그것은 좀 곤란하거든요. 한번만 사정 봐주세요."

"안됐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어요. 만약 걸리면 저 역시 징계를 당하니깐요."

이진은 규정을 외치는 간호사 뺨에 마음 속으로 수차례 따귀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친한 동료와 말다툼을 한 후 왔으니. 이미 마음속에서는 반드시 703호에 들어가리라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혼자 살기에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님도 없으니 말이다. 물론 부모님은 저 멀리 부산에 살고 계시지만, 그녀가 평소 고집이 셌고, 장난끼가 있었지만 부모의 속을 크게 썩여 본 적이 없었기에 잘하리라 믿고 있었다.

이진과 말을 섞는 간호사는 짜증이 들기 시작했다. 차트정리는 끝내지도 못했으며, 수간호사가 지시한 사항은 아직 들여다 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병동 근무 1년차라 일에 치이기 시작하는데 이제는 어디서 왔는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보호자까지 와서 속을 썩인단 말인가.

"안돼요. 보호자님!"

"간호사님, 정말이라니깐요. 딱 10초면 되거든요!"

"보호자분, 안되는 걸 자꾸 하려고 하세요."

"그럼, 이 과일 바구니만 놓고 올게요. 네? 부탁할게요, 간호사님"

"정말 이러실거에요.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분들도 있으니, 자꾸 이러시면 경비를 부를거에요."

"알았어요. 간호사님!"

이진은 어금니를 꽉 물고 대답했다. 잠깐 보고 온다는데 허락하지 않는 간호사가 야속했다. 정말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벽창호라고 생각했다. '평생 결혼도 못하고 혼자 늙어라' 저주를 퍼부으며 과일 든 손을 꽉 쥐고 돌아섰다. 그 전에 703호를 쳐다보는 것을 잊지않았다.

또각또각

703호의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구두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지수는 속을 쓸어내리며 어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야, 하마터면 걸릴 뻔했네.'

성기의 몸이 그녀의 손길이 몽둥이 끝을 살짝 살짝 건들 때마다 조금씩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손을 놀리기 바쁜 지수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무렵 안양부근에서는 귀가하던 방위사병 한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들은 훈련인 줄 알고 대수롭게 않게 여겼으며, 부대에서는 2~3일 내로 복귀할 줄 여겼다. 가끔 사라졌던 3~4일 후에 방위들이 복귀한 일이 있었기에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사라진 그 한명의 인상착의가, 지금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천성기일병과 닮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이 씹새끼야? 빨리 잘못했다고 빌어!"

"버스에서는 우리들 보고 양아치라며. 이 좆만아!"

몇 명의 사내에게 둘러싸인 남녀가 바닥에 꿇린 채 혼나고 있었다.

"전 아니라...아니라고요. 제발요. 믿어주세요. 흑흑"

"아저씨들, 누군가하고 착각하시나 본데요. 제 남자친구는 아니라고요."

그러자 서 있는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지껄이는 남녀의 얼굴에 수차례세차게 따귀를 갈겼다.

짝짝

짝짝

"아니...악...아니라니...악"

"뭐가 아닌데, 이름도 똑같은데. 천성길"

남녀의 입에서는 입술이 터졌는지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 피는 따귀에 맞아 고개가 돌려질 때마다 여기저기로 비상했다. 

"이 새끼가......이거...이거 아주 질이 나쁜 놈이네. 그때는 똥폼을 잡더니 죽을 때 되니깐 말야."

"애들아! 이 새끼 안되겠어. 조져! 편안히 보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형님, 여자애는 어떻게 할까요? 같이 조질까요?"

그러자 김기환은 고개를 돌려 여자를 살폈다. 외모는 그럭저넉이었지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서인지 드러난 허벅지와 다리는 날씬했고, 얇은 티에 가려진 가슴은 20대초반의 여성치고는 제법 커보였다. 

"놔둬! 새끼야! 여자가 죽으면 재미 못보잖아."

김기환은 물어보는 부하들에게서 짜증이 났는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네명의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개의 쇠파이프가 남자에게 쏟아졌다. 쓰러진 남자의 군복 상의 명찰에는 천성길이라는 이름이 새겨있었다.

퍽퍽

"으악! 악!"

남자는 집중되는 쇠파이프에 견디지를 못하고 모로 쓰러졌다. 쇠파이프가 닿을 때마다 소금에 절인 생선마냥 꿈틀거렸다. 여자는 남자친구가 쓰러지자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였다.

"흑흑흑....제발이요."

그녀의 귀로 폭행당하는 친구의 소리만 들렸다. 아까 두목이 떠들던 여자가 죽으면 재미 못보잖아란 의미가 무엇인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네시간 전만해도 안양시내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던 그들이었다. 이 지옥같은 곳이 꿈이었기 바랠 뿐이었다. 안양과 가까운 경기도 시흥의 이름모를 야산, 버려진 낡은 창고에서 어두운 적막을 깨는 비명소리가 꾾이지 않았다.

  

산 아래 인적이 드문 국도와 연결된 초입부분에 낡고 지저분한 봉고차가 비명을 지르며 섰다. 어두웠지만 봉고차 양 옆에 새겨진 교회 마크는 선명했다.

끼이익

"내려, 이 시발놈아!"

"왜? 뭐하는 거야? 당신들이 이러고도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겠어?"

"뭐? 하나님, 하나님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네."

건장한 사내 한 명이 묶인 몸으로 봉고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자, 사내 세명이 달라붙어 끌어내렸다. 팔을 뒤로 묶인 남자까지 포함해서 총 일곱명이 봉고차 옆으로 내려섰다. 100미터 밖으로 국도 옆에 장사하는 순대국집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네 아비 이장림때문에 가산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망가졌다. 오늘 네가 아버지가 빼돌린 수십억의 재산을 말하지 않는다면 저기 봉고차 뒤켠에 네 딸 둘은 창녀촌에 넘기겠다."

이장림의 아들 이사기는 딸들을 갖고 협박하는 데도 전혀 위축이 되지않았다. 다미선교회 시한부종말론 사건은 이장림 목사 등의 시한부종말론자들이 1992년 10월 28일에 세계가 종말하면서 휴거(携擧), 즉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 신도들이 하늘로 들림받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종말론을 주장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기 사건이다. 그러나 막상 10월 28일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맹신도들은 종말론에 세뇌되어 학업이나 생업을 그만두거나 재산을 교회에 바치는 일이 일어났다. 철도공무원이 시한부 종말론의 설교 테이프를 열차안에서 틀다가 해직된 사례가 있었다. 이 해직된 철도공무원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퇴직금을 종말론 교회에 헌납했을 뿐만 아니라, 두 자녀를 데리고 잠적해버리기까지했다.

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에서는 당시 30대였던 주부가 중학교 1학년생이었던 아들을 데리고 경남지역에서 선교를 하겠다고 가출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부동산 1억원을 매각해 그 돈을 종말론 교회에 헌금했다. 대구광역시에서는 전세금 7백만원을 헌금하고 교회에서 기거하며 선교활동을 했다. 

1991년 1월에 전라남도 강진군에서는 여고생이 부모가 종말론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음독자살을 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암사동에서 살던 윤 모와 대학생이었던 세 아들은 모두 종말론에 빠져 가정이 파탄나고, 그 중 두 아들은 북한과 외국에서 순교한다며 가출하기도 했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신도 10여명이 1991년 10월부터 가정을 내팽긴채로 외부와의 접촉을 끊으며 기도원에서 생활했다. 그 외에 경찰이 확인한 종말론의 피해는 100여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9월 24일에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는 이장림 목사를 사기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였다. 또한 검찰은 이씨가 신도 4명으로부터 6억 5천만원을 갈취하였으며, 개인적으로 34억원을 사용한 장부를 입수하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천만원 이상을 헌납한 신도가 30여명에 이르렀고 그 중 일부는 10월 28일까지의 생활비를 뺀 전재산까지 헌납했다고 한다. 

신도들은 자발적으로 헌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씨가 1993년 5월 22일에 만기되는 환매채를 사들인 것이 확인되어 검찰은 사기로 판단하였다. 이어 검찰은 수표 1억 9300만원, 환매채 3억원, 26,700달러를 이씨의 자택에서 압수하기도 하였다. 1992년 12월 4일에 서울형사지방법원은 이씨에게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하였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과 26,000달러 몰수형을 선고하였다.

다미선교회가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세간의 시선과 관심은 신도들의 반응으로 쏠렸는데,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신도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부끄러워하겠어요. 예수님이 나의 생명의 주인이고 오실 예수님 기다렸는데 에러가 났으면 또 오실 예수님 기다리면 되는거 아니겠어요."라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으나 애써 실망감을 감추는 신도들도 있었다.

경찰은 신도들이 헌납한 재산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보고 29일에 전국의 종말론교회 주변에 '종말론 피해신고센터'까지 설치하고 피해사례를 접수하였다. 어떤 종말론 단체의 경우, 신도 7명이 휴거가 불발하자, 교회의 기물을 부수는 등의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였다. 

이사기를 둘러싼 남자들은 모두 종말론의 피해자였다는 것이 공통점이 있었다. 믿었던 것에 배신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들 각각은 남아있는 각 자의 가족들에게 더는 피해가 가지않도록 하고싶었다. 그래서 이장림이 빼돌렸다는 수십억의 돈을 찾을 생각이었다.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남자가 운전기사 최씨에게 눈에 띄지않도록 한켠으로 주차해둔 뒤 야산의 창고로 올라오라고 말했다. 뒤켠에 묶인 여고생둘은 포대기에 싸여있어 걱정이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빨리 올라가. 이 시발놈아!"

"어서, 올라가라구."

"시발놈이, 우리가 헌금한 돈으로 호의호식하니 피둥피둥해졌구먼"

이사기는 고개를 들어 어둠속에 파묻힌 산을 보자 두려움에 떨었다. 어두운 산은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기는 떨리는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입술을 떼었다.

"어딜 올라가라는 거야."

"올라가다보면 알아! 빨리 가"

"죽기전에 알려주지. 저위에 버려진 창고가 있어."

"창고?"

"그래!"

****실제의 사건과는 달리 약간의 픽션을 가미함을 1회부터 밝혔습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그 사건의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이 또 다시 재발하지나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사건의 가해자들은 뉘우치고 반성한다지만 죽은 피해자보다 남은 유족들이 더한 고통에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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