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 회: 인연의 시작 -- >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지?"
"우리가 하루이틀 기다렸니? 지금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겠어."
"휴우...."
그렇게 까마와 뱀은 어둡고 습기찬 산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군부대가 들어섰다. 그들이 파묻힌 근처에 굴삭기가 산을 시끄럽게 깎더니 그 후부터 총소리가 산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운명의 날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다가왔다. 성기가 그 날 소변을 보던 중에 뱀은 기쁨에 겨워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까마도 마찬가지였다.
뱀은 뻣뻣히 굳은 자신의 온 몸이 뜨거운 오줌에 의해서 젖어드는 느끼며 신경이 살아나기 시작함을 느꼈다. 평소 드러나지 않던 자신의 뱃살부분까지 노란 물이 적셔주고 있었다. 누런 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옴에 따라 그 동안 맡지 못했던 후각에서 오줌 지린내를 느꼈다.
뱀은 인상을 찌푸리며 또아리친 몸뚱아리를 기지개를 펴듯 움직여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기운이 강한 음기가 풍기는 곳임을 알고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풀에 가려 사람인지 동물인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허공에서 뜨거운 물이 세차게 계속 뿌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까마와 뱀은 금제가 풀려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그들은 다시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삶은 살아야했다. 그것도 의식도 없이 소변 주인의 몸뚱아리 일부가 되어야 했다.
그러니 뱀의 분노는 거친 파도처럼 일렁였다. 소멸되기 전에 그 따뜻한 누런 물의 주인공에게 복수라도 하고싶었다. 뱀의 마음을 알았는지 뱀 목구멍에서 까마도 포효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으아악, 어떤 개새끼야?"
"가만 놔두지 않겠다."
그렇게 성기는 까마와 뱀의 연수 공격인 분노의 이빨질에 의식불명의 상태로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비서실에서는 퇴근 시간을 넘겼음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병원장은 운전기사가 모시고 20분 전에 퇴근하고 없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보였던 비서 두명이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가볼래?"
"미쳤니? 그러다 소문이라도 나면 어쩔건데?"
"어쩌긴? 뭘 어쩐다고 그래? 그리고 소문은 무슨 소문이 난다고 그래!"
"간호사, 그중에 여자간호사들이 얼마나 입이 가벼운 줄 알잖아. 우리가 그냥 평범한 병원직원이면 그나마 낫지. 병원장님 비서나 돼가지고 703호 환자를 보러 간다면 퍽이나 그러겠다. 어서 오세요라고"
"야아, 그니깐.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썬글라스나 뭐 그런거 하고 가자구. 그리고 살짝 보고만 오자는 거잖아. 왜 이리 말 귀를 못 알아듣니? 아까 너도 들었잖아. 그 환자...음...거시기가 엄청....크...크다는 것을 말야!"
주근깨 가득한 20대 초반의 비서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여자에게 강력하게 설득을 하고 나섰다. 그러더니 남자의 성기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말을 흐리고 말았다.
"에구, 음탕한 것아. 경험도 없다는 것이 뭔 호기심이 그리 많니?"
"뭐? 뭐? 음탕한 것이라니? 뭐가"
"그것을 보겠다는 것이 음탕한 것이 아니면 뭐가 음탕한 거니. 길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볼까? 말해 봐!"
주근깨 여자를 향해 일침을 가하는 여자는 동갑내기의 고현정이었다.그녀는 반짝반짝 윤이나는 검은 머리에 모델못지않은 쭉 빠진 몸매를 하고 있었다. 179cm의 큰 키만큼 도도해서 왠만한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또한 이대 비서학과 출신이라 그 콧대를 꺽을 남자는 없을 것 같다고 주위에서 수근거렸다.
고현정이 도도하고 차가운 커리어 우먼같다면 맞은편 주근깨가 가득한 여자는 반대였다. 큰 눈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앵두같은 입술, 아름답고 여성스럽기보다는 장난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름은 이진으로, 신장은 166cm였다. 이진은 아담한 인상에서 장난끼 가득한 여고생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아담한 신장과는 달리 긴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감싸며 차분히 마셨다. 이진은 입술을 다시며 확고하게 그렇지만 눈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네가 안가겠다면, 나 혼자라도 갈거야."
"정말? 너 미쳤구나!"
"그래, 나 미쳤다.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호기심이 생겼거든."
"오호, 그래요. 인간으로가 아니라 여자로서 음탕한 호기심은 아니구?"
"정말이거든. 이 차가운 피가 도는 마녀야!"
"뭐? 말이면 다인줄 알아? 차가운 피? 그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인 줄 알면서. 이 땅꼬마야!"
"땅꼬마? 흥, 키커서 좋겠다. 키스도 무릎구부려야 겨우 되는 주제에!"
"뭐어? 내가 키스하는 거 봤어? 봤냐구?"
"그걸 봐야 아니? 그럼 똥도 직접 봐야 아는 거니! 냄새로 아는 거지! 이 꺽다리 차가운 것아"
둘은 한참을 씩씩대며 말다툼을 했다. 둘은 서로를 한참을 노려보며 헤어졌다. 결국 이진 혼자, 가족인양 703호로 병문안을 가야했다.
이진은 분이 안 풀렸는지 흥흥대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책상 서랍에서 안경집을 꺼냈다. 안경집에서 선글라스를 꺼낸 그녀는 사물함에서 스카프를 꺼내 목에 감더니 비서실을 나섰다.
한편, 김희선을 수장으로 하는 전설의 모임은 오늘도 순번에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김혜수와 앙숙이던 김지수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들의 모임도 성기숭배에 가까웠다. 신라의 유적 안압지에서 발견된 목제 남근은 남근 숭배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한국에도 성기숭배의 속신이 있는데 특히 남근석(男根石)은 이것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암탑과 수탑, 여근암과 남근암, 성기바위, 씹섬바위, 공알바위, 처녀바위, 삐죽바위, 좆바위, 씹바위, 씹섬바위, 암탑, 수탑, 자지방구, 소좆바위와 같은 노골적이고 질펀한 표현도 있었다.
김지수는 시계를 보더니 비상구 출입문을 열었다. 고개를 내밀고 간호사스테이션을 보니 병동의 두 간호사는 고개를 숙인 채 차트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둑고양이마냥 소리없이 703호로 잠입했다.
김지수 간호사가 703호로 들어갈 무렵, 1층에서는 이진이 병원 앞 가게에서 사왔는지 과일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에이, 왜 이리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늦게 온담'
이진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시간은 9시를 넘어가고 있어서 면회가 불허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서둘러야 했다.
징징
엘리베이터가 서며 문이 열리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이진은 후다닥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7이라는 숫자를 꾹 눌렀다. 문이 닫히며 엘리베이터는 덜컹소리와 함께 7층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성기가 깨어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군요.....
*** 댓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__)
양밤님/// 광명 소하동을 모를 리가 없죠.
한아름빛님/// 절대자를 기억하신다니,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절대자1은 유아고독 닉넴으로 썼고, 절대자2는 제 닉으로 했습니다. 다만 절대자2는 연중상태이지, 종료된 상황이 아님을 밝힙니다. 역사 고증과 인물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설정하다보니 늦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저도 직장생활 해야죠.
천성녀님/// 주인공의 이름은 설정일 뿐입니다.
그래도 위 세분은 제가 고마운 마음을 늘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한창 조아라에서 활동할 때 아바타 옷들로 이벤트를 했었는데, 요즘은 뭘로 해야할 지 고민이네요.
아바타가 마음에 드실 지 모르지만 추후에 있을 이벤트에 선물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