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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회: 인연의 시작 -- > (9/230)

< -- 9 회: 인연의 시작 -- >

성기네 부대에서는 중대장과 대대장이 상의를 한 후 3주간 지켜본 후 가족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환자가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깨어난다면 무척이나 창피해할 것 같았기에. 마치 그것은 사람들 많은 곳에서 넘어졌는데 아픈 것보다도 쪽이 팔리는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그렇기에 중대장이 직접 프라이드를 몰아 낡고 허름한 성기네집에 방문했다. 어머니라는 분은 처음에는 놀라시더니 차츰 진정이 되어가는지 자꾸만 커피를 권했다. 중대장은 이틀 전 도로에서 깡패들과 맞서는 모습의 성기를 떠올리며 어머님께 걱정하시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중대중의 배려속에 성기의 가족들은 성기가 훈련을 말없이 갔다고 서운해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들과 임상학과 교수들이 조직검사실 옆에 붙어 있는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그들 뿐만 아니라 낯선 내과와 외과의 교수들도 자리에 앉아있었다. 모두들 표정과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 심각한 것 같았다.

"네, 임상병리 선생님들이 주신 결과와 자료를 두 번이나 검토했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알아보려했지만, 703호 환자의 몸에서 나온 체액이 정액인지 아닌지 지금으로선 뭐라고 확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다만이라니요? 또 말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비뇨기과의 학과장이 기대감을 갖고 질문했다. 비슷한 연배의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임상병리학과 교수가 답했다.

"다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그러니까 일년 이상 꾸준히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아니, 국내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한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네, 물론 담당하시는 교수님이시라,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때 내과의 이광기라고 명찰을 단 교수가 나섰다.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검사 결과가 적힌 자료를 보았지만 환자의 물건에서 채취한 것은 환자의 침과도 동일하지도 않으며, 환자의 정액과도 일치하지가 않는다라니요?그러면 타인의, 그러니까 제3의 인물이 또 있다는 겁니까?"

그러자 여태 쩔쩔매매 답변을 늘어놓는 임상병리학 교수가 좀 전과는 달리 확고한 신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결과가 바뀌지 않는 사실은 그 액체는 절대로 환자의 것이 아니며 또 다른 인물이나 여성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환자의 자지가 너무나 큰 것에 착안해 저희는 이것이 새로운 신세대의 출현내지는 미확인 물체가 장난친 것이 아닐까 불현듯 들기도 합니다."

"미확인 물체라니요?"

"신세대?"

"하하하. 교수님이 농담도 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푸하하."

여태 진지한 표정으로 논의를 하던 교수들은 웃기 시작했다. 좌중은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여태 듣고만 있던 맨 앞자리의 병원장이 일어났다. 바로 옆에 있던 정장차림의 훤칠하고 날씬한 비서 두명도 동시에 일어섰다. 그리고는 한 명은 재빠르게 병원장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으며, 나머지 한명은 병원장뒤에서 조용히 시립했다. 

"자네들, 그리고 여기 모인 모두들! 잘 듣게. 여태 서울대는 국내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했네. 그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모두들 알것이라고 믿겠네."

병원장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듯 좌중을 훝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마이크를 들어 말했다.

"암연구라든지, 소아병등등 아주 발병 빈도가 극소수인 특이한 질병에도 늘 관심 기울였네. 그런데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또 그것을 기반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인 우리가 지금 뭐라고 떠들었나? 신세대의 출현? 또 미확인 물체에 의한 장난?"

차분하고 진중히 말하던 그는 잠시 먼곳을 바라보다 갑자기 마이크를 잡지 않은 오른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꽝...꽝

"자네들 눈에는 환자의 상태가 장난인가? 그러고도 의사냐구? 아니, 자네들 입에서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군 그래."

쯧쯧

그러더니 병원장은 혀를 차며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두 명의 젊은 여비서들도 서둘러 따라 나섰다.

교수들은 병원장의 심한 질타에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이때 병원의 2인자인 기조실장 남인혜가 나섰다.

과거 그녀는 조선일보 기자였다. 당시 대통령인 김영삼씨가 대선후보시절 기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를 귀여워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광을 등에 업고 37살의 젊은 나이에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병원에 입성하게 되었다고.

"교수님들,  병원장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저역시 교수님들에게 우려를 표합니다. 88올림픽을 치루고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내 최고 의료진답게 처신하세요. 그리고 703호 환자가 신세대의 출현이 아니라면, 불치병이라고 생각하시고 그 에대한  치료법과 연구 결과를 우리가 먼저 발표하게 해야 될겁니다."

말을 마친 기조실장 남인혜는 탐스런 엉덩이가 도드라져 보이도록 좌우로 실룩거리며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당시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없으며 단지 스토리상의 설정임을 밝힙니다. 설마.... 잡혀가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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