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901화 (1,901/1,909)

-------------- 1901/1909 --------------

<-- 판타지 맛을 조금 맛보거라! --> 민준이 이곳에 떨어진지도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음 같아서는 지혜를 소환하려고 했던 드래곤의 목을 따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돌아갈 방벙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어 그의 힘을 모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법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 때문에 다른 드래곤들의 힘을 빌려야한다고 했지만 드래곤은 지극히 개인주의에 남을 높지않는다고 지식이 알려주었으니 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었다.

거기에 그가 모든걸 넘겨주기 전에 맡기고 갔던 르네라고 하는 존재. 레드 드래곤이지만 푸른 불꽃을 쓰는 변종으로 레드드래곤의 수치라는 말까지 들었던 아이였다. 원래 카이네스가 무로 돌아가면 레드드래곤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했을 아이였지만 민준이 그의 모든 것을 계승하여 르네는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모든 걸 계승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믿을만큼 바보는 아니었던 르네는 민준이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렸다.

지금 내상을 입고 있긴 했지만 에이션트 드래곤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간 사내였다. 그런 이의 신경을 긁을 생각은 없었지만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시 방석이 따로 없구만..이거 참.."

운기조식을 하면서 계속 치료를 하고 있긴 했지만 원래의 실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블린이나 오크같은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저기..음..뭐라고 불러야하죠?"

"르네로 괜찮아요."

"그런가요. 그럼 르네...씨. 그 뭐냐. 제가 여기 있는게 불편한 건 압니다만 저는 당신과 떨어질 수 없습니다."

"네. 그건 들었죠. 아버지께서 모든 걸 넘겨주시기 전에 주문을 걸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런 짓을 할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된 이상 서로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아야하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을 계승하셨으니 저에 대한건 알고 계시지 않나요? 변종이라는거."

"그렇긴한데 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딱히 알 필요가 없을거 같네요. 계약 내용은 제가 성년이 되서 어느정도 실력이 될 때까지 지켜주는거니까요."

정을 붙이지 않겠다는 듯 딱 잘라서 말을 하자 민준은 더 이상 할말이 없어졌다. 자신이 억지로 다가간다고 해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아니고 강압적으로 했다가는 둘 사이의 골만 깊어질 뿐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바람 좀 쐐고 오겠다고 하고는 나갔다.

"하아..정말 아버지는 도대체 왜 저런 남자를..아니 왜 제 호위를.."

처음 레어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아닌 사내가 서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 거기에 레어 의 이곳 저곳이 부서져 있는게 격한 싸움이 났던 걸로 밖에 설명이 안되었던터라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사내는 진정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보라고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원래 자신은 이곳의 사람이 아니며 부인과 데이트를 하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부인이 강제로 소환되는 것 같아 그걸 찢어버리고 자신이 들어왔다고 했다. 애초에 말이 안되는 소리긴 했지만 이 세상에서 드래곤과 1:1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인간을 초월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드래곤에게 덤볐다가 한줌의 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눈 앞의 사내는 레아가 거의 박살이 났는데도 멀쩡했으니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잠자코 들었다.

그러자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는데 싸우느라 제대로 마력을 죄다 써버린 카이네스는 원래 세계로 돌려주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신 드래곤의 힘을 빌리거나 현자라고 불리는 인간의 힘을 빌리면 돌아갈 수 있을테니 르네가 혼자 몸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하자 그녀는 어이가 없는 듯 웃었다. 다른 드래곤이었다면 말이 안된다고 했겠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괴짜였던만큼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이해는 했지만 민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신뢰를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으으..죽겠네 진짜!!"

『자네가 이해하게 르네는 어려서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야. 내가 데리고 왔을 때도 똑같았단 말이네』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모든걸 넘겨주고 떠났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을 거는 것입니까?"

『그야 이건 자네를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낸 장치에 불가하니까 그런것이네. 어떻게 되든 자네가 이곳에서 르네를 지켜야하는데 내 지식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거기에 대한 조언을 주기 위해 만들어준 것이지』

"그러면서 뒤통수를 치고요?"

『그야 그렇게 격하게 싸웠으니 나도 수명이 당겨졌으니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지. 자네를 어떻게 믿겠나? 지금이야 자네의 기억도 전부 볼 수 있어서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말이네』

"후우..뭔가 귀찮은게 한개 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그러고보면 자네는 참 인생이 기구하군 차원이동이라는 걸 벌써 두번이나 경험하다니 말이야. 아무튼 나는 누구처럼 자네의 신경을 긁을 생각이 없으니 걱정말게 그리고 르네에 대해서 자네가 알아서 해야하네. 내 기억을 동원해서 무언가를 하거나 했다가는 환심을 산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더 닫아버릴테니까 말이야』

"골치 아프네요."

이대로는 답도 안나올거 같아서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민준으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저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오는게 보였다.

"저건 또 뭐야?"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청 빠른게 내려오자 방어를 하기 위해 검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이네스와 대결을 할 때 부러졌던터라 혀를 차고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날아오던 것은 하늘에서 멈춰서 뱅뱅 돌았다.

"공격하지 말라는거냐?"

"짹!"

그렇다는 듯 대답한 생물체는 밑으로 내려왔는데 잘보니 새였다. 워낙 빨라서 보이지 않았을 뿐 전서구의 역활을 하는 것인지 발목을 들어 묶여있는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풀자 그대로 날아오른 새는 갑자기 번쩍하더니 불에 타고 있는 거대한 새로 변해서 쏜살같이 날아갔다.

"불사조..?"

『저건 아까 전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고 돌아갈 때의 모습은 레드 드래곤족이 마법을 걸어둔거다. 이런 녀석들은 돌아갈 때 와이번이나 다른 녀석들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커서 말이지』

"마법이라는게 참 대단하긴 하네요"

자신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씁쓸해진 민준이 혀를 차자 카이네스는 뭐라 할말이 없는 듯 가만히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에는 서신이 신경쓰여 뜯어보자 갑자기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레드드래곤의 수장인 칸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가 카이네스의 뒤를 이어 르네를 지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서로간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우리가 르네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건 사실이지만 로드의 앞에서 맹세를 한 이상 너희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해를 가하지 못한다. 그러니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우리를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단 말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꽃은 편지를 전부 태워버리고 한줌의 재가 되었다.

“화끈하네.”

정말 레드드래곤스러운 편지였던터라 화도 나지 않았던 민준은 머리 속에서 드래곤 로드에 대해 알아보았다. 카이네스에게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주겠지만 얼마전까지 죽일 것 같이 싸웠던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 왠만해서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흐음.드래곤의 약속은 절대적인 것이지만 로드의 앞에서 하는 약속이 더욱 강한 효력을 발생시킨다라..”

가량 금은보화를 인간에게 주기로 했다면 그가 죽기 전에 가져다주면 되는게 일반적인 약속이지만 로드의 앞에서 한 약속은 당장 지켜야하는 약속인만큼 우선순위가 남다르단 뜻이었다. 이 말은 레드드래곤은 아무리 르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건들일 수 없다는 말이었으니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어로 들어갔다.

“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잠깐 나가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꽤 오랜 시간 나와있었던 민준은 어느덧 저녁시간임을 눈치채고 주방으로 이동했다. 긴 식탁과 주방이 함께 붙어있어 무언가를 만들어 먹을 때 바로 식탁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따로 만들어 먹을 때는 시간이 겹치면 꽤나 어색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르네가 자신의 것까지 만들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식사를 끝냈을거라고 예상하고 주방으로 간 것이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다. 한창 식사중이었던 르네는 민준을 보자 작게 탄식을 내뱉고는 다시 식사를 했고 나가기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애매했던 민준은 철면피를 깔고 요리를 만들기로 하고 주방 뒷편과 연결되어 있는 식자재 창고로 향했다.

“마법이 좋긴 좋구만..”

창고 자채에 상태보존 마법이 걸려있어 몇일이 지났음에도 싱싱한 재료들을 보며 신이 난 듯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골랐다.

고기와 해산물도 종류별로 준비되어있어 해산물과 야채, 밀가루를 가지고 밖으로 나온 그는 재료들을 전부 손질해둔 다음 밀가루를 이용하며 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만드는 요리는 해산물 칼국수로 모든 재료가 다 구비되어 있어 만드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도대체 뭘 만드는거지?’

이곳의 재료를 마음대로 쓰는게 어이없긴 했지만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장을 볼 때 평소보다 많은 양을 사둔게 새로운 손님을 받기 위함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이해한 르네는 민준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르네는 민준이 만드는 요리는 살아 생전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자꾸 힐끔거리며 보게 되었다.

‘못먹을 건 아닌거 같은데...저게 도대체..’

육수를 내고 남은 것들을 버리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면과 손질했던 재료들을 넣고 끓이는건 적어도 머리속에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었다.

“먹어볼래요?”

“아니요. 전 다 먹어서 이만.”

민준이 물어보자 화들짝 놀란 르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물의 정령들이 나타나 식기도구를 깔끔하게 씻긴 다음 사라져버렸다.

“정령이라는게 있으면 저런거도 가능하구나.”

뭔가 자잘하게 도움은 되는거 같은데 아직까지 필요가 없었던 민준은 감탄만 할 뿐 계약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그렇게 감탄을 하는 사이 칼국수가 끓어올랐고 그릇에 옮겨담은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그녀가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최대한 소리를 내지않고 먹을 생각이었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평소보다 더 후루룩거리며 칼국수를 먹은 민준은 만족한 듯 식기도구를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카이네스가 쓰던 방을 그대로 쓰게 되었던터라 생전에 그가 연구하던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이곳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았던 민준은 적당한 것을 하나 집어 침대에 누웠다.

“두개의 탑이라....영화 이름같네”

그가 집어든 책은 이곳 실메리아 대륙에 있는 두개의 탑에 관한 책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고 전해지는 소드엠페러와 현자를 기리기 위한 탑으로 안에는 수많은 학자들이 두 사람에 대해 연구를 하며 누가 더 강했는지 누가 더 실메리아 대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갑론을박을 펼친다고 했다.

“역사상 위대했던 인물이 알고보면 드래곤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식겁하겠지.”

학자들이 갑론을박을 펼치는 두사람이 사실은 동일인물이고 그건 드래곤이 유희를 나온 것이라는건 상상도 못할거라는 말을 중얼거린 민준은 낄낄거렸다. 그가 이 내용을 아는건 카이네스의 지식덕분이었다.

“그나저나 드래곤과 맞장뜬 사내에 대해서는아무 곳에도 기록이 없네”

역사적으로 위대했던 이들에 대해 기록이 되어있는 책들에도 드래곤에게 결투를 신청했던 사내에 대한 글은 적혀있지 않아 아쉬웠던 민준은 적당히 책을 읽다가 흥미가 떨어진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향신료나 조금 사올까”

아직 시간은 4시밖에 되지 않아 할 일이 없었던 민준은 책을 책장에 꼽아놓고 밖으로 나와 르네의 방으로 향했다. 레어에서 마을까지는 꽤나 떨어져 있어 평범하게 걸어가면 3일 정도가 걸렸다. 물론 레어에는 마을과 연결된 포탈이 있어 1분도 채 되지않아 도착할 수 있지만 거리가 떨어진건 변함이 없었다. 이 경우 르네게에 허락을 받지 않으면 심장이 꽉 죄어 숨도 못쉴 정도로 고통스러워지는 탓에 민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방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이신가요?

놀란 듯 톤이 올라간 르네가 물어보자 문을 열지않고 한발짝 뒤로 물러난 민준은 마을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늦어도 7시까지는 돌아온다고 하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이런 것까지 자신의 허락을 받게 만들어두었어야했나 싶지만 이제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원망해봐야 바뀌는건 없었다.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을 하자 민준은 가는김에 돈도 조금 들고가겠다고 했다. 염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곳에 갑자기 불려와서 레어에만 처박혀 있었으니 돈을 가지고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알았다고 대답하한 르네는 눈을 감고 카이네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도대체 왜 호위같은 걸 생각하신건지..”

원래는 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년이 될려면 300년 정도가 남긴 했지만 그 정도는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마을에 도착한 민준은 지리를 파악하려는 듯 어슬렁거렸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빨리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재료만 사서 돌아갔지만 그녀에게 시간만 허락받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터라 조급함이 없었다.

한편 마을에 도착한 민준은 지리를 파악하려는 듯 어슬렁거렸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빨리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재료만 사서 돌아갔지만 그녀에게 시간만 허락받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터라 조급함이 없었다.

카이네스의 환영은 이곳이 드레르 자작이 소유하고 있는 성으로 어떤 백작의 줄을 잡고 있는지 설명했지만 관심이 없었던 민준은 그만해도 된다고 대답하고는 구경하는데 더욱 집중했다.

“어서오십시오. 필요한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향신료를 좀 사려고 합니다만 크기가 어느정도죠?”

“가장 작은 것은 성인 남자의 손가락 두마디정도 되는 통에 담아서 팔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용량이 커질수록 조금 더 싸게 드리지요.”

향신료는 값이 나가는 것이라 빈 통만 보여줄 뿐 향신료 자체는 보여주지 않았다. 가장 큰 것은 대략 1L정도 들어가는 길쭉한 통이었는데 그런거까지는 필요가 없었덙터라 500ml정도 되는 통을 선택한 민준은 여러지 향신료를 사고 금화 7개를 지불했다.

귀티나게 입은 것도 아닌 사람이 금화 7개를 한꺼번에 꺼내자 장내는 술렁거렸고 돈 냄새를 맡은 가게 주인은 받은 7개중에 금화 한개를 돌려주었다.

“아까 7개라고 하더니 괜찮습니까?”

“하하 제가 많이 깍아드리는거지요.”

“깍아준다라..쿨하게 금화 한개를 돌려주는걸 보면 원래 가격은 금화 4개에서 4개 반정도 하겠구려?”

“억...”

민준의 말에 깜짝 놀란 가게 주인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자 그는 끌끌거리며 웃고는 나중에 또 오겠다고 했다. 금화 7개를 그냥 지불하길래 호구라고 생각했는데 흥정하는게 귀찮은 재력가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안목이 녹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진땀을 뺏다. 그리고 민준이 돌아간지 1시간 정도 지난 후 시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소문이 퍼지고 퍼져 금화 7개를 쿨하게 지불한 민준이 알고보니 백장의 장자라는 소문까지 퍼지게 된 엇이었다. 그가 조금 더 이곳을 돌아다녔거나 걸어서 돌아왔다면 소문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포탈을 타고 한번에 이동하는 바람에 그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

“윽..”

“그렇게 싫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시간을 꽉 채우고 돌아왔던 민준은 주방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르네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자신의 돈도 아니고 카이네스의 재산을 멋대로 가지고 가서 향신료를 왕창 사들고 왔으니 안좋게 볼거라고 생각했던터라 생각지도 못하게 입밖으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걸 들은 르네는 같이 있는게 싫다고 착각한 것인지 금방 나갈거라는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저는 르네씨와 있는게 싫어서 그런게 아닙니다.”

“그런거 치고는 격한 반응을 하시던데요?”

“그건 향신료를 사는데 돈을 너무 많이 투자해서 그런거지요. 제 돈으로 산거라면 괜찮겠지만 르네님의 재산을 제가 쓴거니까요.”

“가지고 가도 된다고 허락한만큼 금화 한두개가지고 트집 잡지는 않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하하하.”

안심했다는 듯 민준이 웃자 르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반응이 불쾌하다는게 아니라 도대체 이 사람은 뭐지? 라는 순전한 물음때문이었다. 방금 전 대답도 솔직히 놀랐지만 그게 임기응변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또한 아버지에 대해 언급할 때도 어떠한 증오나 원망같은게 없었다. 이게 너무나도 신경쓰였던 그녀는 스테이크를 자르던 손을 멈추고 다시 민준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건 저번부터 신경쓰였던 것인데 아버지와 죽일 듯이 싸웠으면서 어째서 증오나 원망같은 걸 하지 않으시는건가요?”

“그건 말입니다.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싸운건 서로의 입장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카이네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원래 살던 곳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 두 세게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비틀어버렸습니다. 또한 반려자가 있으며 절대 마음이 변심하지 않을 여인을 찾은거죠.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근데 그걸 제가 비집고 들어와서 망한거니 그를 욕해서 바뀌는건 없지않습니까?”

“하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원망을 하는건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긴 한데 괜히 제가 여기서 깽판을 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 않습니까? 그저 제가 돌아갈 확률이 적어질 뿐이니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한겁니다.”

“당신은 정말 그릇이 다른거 같네요.”

대화를 하면서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르네가 말하자 민준은 고맙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듯 르네의 시선이 다시 스테이크로 향하자 민준은 바로 식자재 창고로 향하여 썰어두었던 고기를 꺼내 가지고 왔다.

“흐으으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칼로 고기에 흠집을 내고 여러가지 향신료를 뿌리고 철판에 굽자 맛있는 냄새가 났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맛있는 스테이크가 완성되자 접시에 옮겨담은 민준은 야채까지 볶은 다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던 르네는 민준이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러는지 몰라도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원래 고기를 구울 때는 후추와 소금만 적당히 뿌린 상태에서 불로 구운게 전부였는데 그가 만드는건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하나 드셔볼래요?”

그러다가 민준과 눈이 마주친 르네는 황급하게 시선을 돌렸지만 관심을 보였다는 것까지는 숨길 수 없었고 민준은 다 만들어진 스테이크를 잘라 작은 접시에 덜어낸 다음 르네에게 건네주었다. 평소라면 거절하겠지만 관심을 이렇게나 보인 마당에 거절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민준이 만든 스테이크를 먹어보았는데 지금까지 만들어 먹었던 스테이크는 애들 장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풍부한 맛이 났다.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간에 고기가 간직한 육즙에 풍미를 더해주는 향신료까지 맛있는 스테이크가 있다면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임을 알아차린 그녀는 솔직하게 맛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을 계기로 민준과 르네는 조금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아예 관심도 없어 신경도 안쓰고 생활했었지만 요리로 인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된 르네는 민준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본심을 들어내기 때문이었다. 그게 이곳에 있는 금은보화일수도 있었고 서고에 있는 고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조금 더 대하는게 편해진 그녀는 거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제가 바라는 건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는거지요. 예전에 르네씨가 듣지않겠다고 해서 말하지 못했지만 저는 이미 두번이나 차원이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두번이나요? 거기도 여기랑 같나요?”

“아뇨. 다릅니다. 아예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거긴 마법같은게 없었으니까요. 대신 한 곳은 기라고 해서 특이한 걸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렇네요. 소드마스터들이 내뿜는 오라같은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렇군요..아주 신기한 경험을 하셨네요.”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앉은 자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르네는 몰랐다. 원래는 끝과 끝. 가장 떨어진 곳에 앉아서 식사를 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세 한자리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기에 민준이 움직이고 있는게 아니라 르네가 직접 가까워지고 있었으니 그녀의 마음 또한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걸 직접 증명하고 있는 셈이었다.

========== 작품 후기 ==========

현대 소설을 몇번 썻으니 이번엔 판타지입니다.

대강 이런 식으로 적겠다는 것이긴 한데 저번에 쓴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원래는 가지고 있는 힘이 온전한 상태였지만 그랬다가는 와서 뭘 할 수 있는게 없는고로

자체 너프를 행하였습니다.

여기서 어떻게든 바뀔 순 있지만 민준의 실력이 너프 당하는건 쭉 가는게 재미있을거 같네요.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내상을 심하게 입어 위력이 줄어들었다는 그런 설정이지요.

만약 이대로 간다면 상세하게 적겠지만...뭐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추천 한번씩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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