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6/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요마가 민준과 돌아다니게 되면서 산월의 요괴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둘 사이에 무언가 접점이 생겨서 그런게 아니라 그녀가 반려자를 찾는 일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민준과 잘해보라는 말은 반정도 진담이 들어있긴 했지만 둘이 알아서 할 문제지 자신들이 감놔라 배놔라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민준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한다고 해도 응원을 해주겠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 요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마는 민준과 함께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진지한 이야기긴 했지만 워낙 재미있게 말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웃을 수 밖에 없었고 저잣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부러운 눈으로 민준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사람들이 오라버니를 무척이나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요.”
“그거야 미녀랑 함께 걸어가니까 그렇지?”
“칭찬 감사해요. 하지만 다른 분들도 아름다우시고 구미호는 방덕 언니가 계시는데...”
요마는 자신이 아름답게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원래 사람을 매료시키는 일에 특화된 요괴인만큼 아름답지 않으면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방덕이 있어 구미호라는 존재가 그렇게 신기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으니 비단 미녀라서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사람한테 시선이 가는건 당연한 일이지. 저기 저 사람이 말을 잘 한다고 다른 사람들 주변에 사람이 없는건 아니잖아? 또 구미호라고 했는데 너랑 방덕은 느낌이 달라.”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라버니?”
“방덕은 말이야 헌신적인 현모양처지만 밤에는 요부가 되는 것처럼 색기를 머금고 있어”
방덕은 정말 한마디로 하면 현모양처였다. 하지만 그녀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색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자지를 벌떡 세우며 침을 꿀꺽였다. 이건 그녀가 유혹하는게 아니라 본능이었다. 꼬리를 요염하게 움직인다던지 발정을 했을 때 눈을 게슴츠레 뜬다던지 그런 모습때문에 기린의 사람들은 밤에는 완전 딴사람이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만약 따먹고싶네, 가슴이 어떻네, 보지가 어떻네 이런 식으로 적나라하게 말했다면 민준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선이라는 걸 지킬 줄 알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자신들이 따먹는다기 보다는 민준이랑 잘 때 그가 고생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만큼 방덕은 색기가 쩔었는데 요마는 아니었다. 성욕을 참아서 그런 것인지 선천적으로 색기가 뿜어져나오는 걸 조절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선 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방덕에게 배우기는 했지만 그걸 능숙하게 해내지 못했다.
또한 외모 역시 이제 20살이 된 것 같은 풋풋함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더욱 그녀를 좋아했다. 뭐랄까 응원을 해주고 싶은 그런 느낌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걸 설명하자 요마는 뭔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꼬리 움직이는거에서 어색했어요?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방덕에게 배워서 나름 잘 움직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색하다는 말을 듣자 쭈뼛거리는 요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민준은 낙담하지 말라고 하며 껄껄 웃었다.
“방덕은 오랜 시간동안 몸안에 쌓인게 있고 관계만 가지지 않았을 뿐 마초 삼자매의 정기를 흡수했으니까 색기가 뿜어져 나올 수 있어. 하지만 넌 아예 그런거도 없으니까 색기가 어떤건지 알지도 못하잖아.”
“솔직히...네...”
솔직하게 대답한 요마는 꼬리와 귀가 추욱 늘어졌다. 발정을 하여 하루종일 관계를 가지는 요괴들을 보고 있을 때 가끔 여자인 그녀가 봐도 반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을 뿜어내는 이들이 있었다. 땀에 절여진 몸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일도 있었던 요마는 자신도 그런 색기를 뿜어내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하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모르는 건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어. 거기에 나는 니가 갑자기 변하면 좀 아쉬울거 같아”
“제가 갑자기 변하면요?”
“이렇게 귀여운데 갑자기 다 아는 것처럼 변하면 뭔가 달라진거 같아서 아쉬울거 같다고.”
“아 그건 색에 물든 요괴가 아니면 그럴 일은 없어요.”
수컷이나 남자의 정을 흡수하는 요괴들은 어느 순간 색에 물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이렇게 되면 외형부터 달라진다. 몸매가 바뀌는건 아니지만 표정부터가 변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발정이 난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요괴들은 제정신을 찾기란 쉽지 않은만큼 요괴들도 거의 포기를 했는데 요마는 자신도 그렇게 되는게 아닌가 하고 덜컥 겁을 냈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줄테니까 안심해. 아 그리고 저기 보면 시를 읊는 귀공자 있지?
“아..네 잘 생겼네요.”
“저 녀석이 시로 여자를 유혹하는 놈이야. 생긴 것도 호감이니까 여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지”
“그럼 저 뒷편에 있는 상의를 벗은 남자는요?”
“그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정력이 좋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거야.”
“상의만 벗었는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어요?”
“몸에 털이 많은 사람은 정력이 좋다는 속설이 있거든. 그리고 소문이지. 소문 저 남자가 여자들을 절정에 잘 보낸다고 하는 그런거”
“아하.”
속설과 소문이 합쳐져서 여인들의 관심을 끈다고 하자 문득 궁금한게 생겼던 요마는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응? 왜?”
“그럼 오라버니는요? 그런 소문이 가장 많은게 오라버니신거 같은데요?”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이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는데 다리를 지나오자 분위기는 완전 달라졌다. 음흉하게 요마를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민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여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에 여기서 누군가랑 잔다고 하면 지금까지 즐긴 것은 장난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 여기에 대해 궁금하면 음...백호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동탁도 여러남자들과 몸을 섞었지만 서로의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그런게 아니었고 구력거는 자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설명하지 못하는만큼 백호가 적절하다고 하자 갑자기 하늘에서 그녀가 떨어져 내렸다.
“불렀어?”
“......갑자기 그렇게 나오는게 어디있냐?”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세상에서 네가 불러줄 때가 가장 기쁘던데 헤헤”
눈을 반짝거리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아직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음이 되는 술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작품 후기 ==========
아직 친구집입니다.
어제 막차가 끊겨서 부랴 부랴 글을 적고 이제 친구녀석과 새해 목욕 다녀와서 집에 올라가겟네요.
그럼 시간 보고 연참을 하던지 비축분을 만들어서 내일 하던지...해야겠네요..꾸엑...
우부라와 구력거[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