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9/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술자리가 시작되자마자 기절을 했던 구력거는 새벽에 눈을 떳다. 이번에도 숙취가 심한 듯 인상을 찌푸린 그녀는 시녀가 건네준 꿀물을 마시며 속을 진정시켰다. 다른 여인들의 경우 아직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유비도 술에 취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는게 아니라 자신이 마시고 싶을 때 홀짝거리며 마신만큼 술에 취하지 않고 있었다.
"후우..역시 이건 내 입맛에는 안맞군..그리고 정말 마셔야한다면 한잔이다."
그마나 전날보다는 적응한 것인지 분위기 덕분에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다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구력거는 절대 섞어먹지 않겠노라 다심했다. 그러면서 민준에게 아침에 꼭 소고기국을 끌여달라고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너 아니라도 아침에 숙취때문에 고생할 녀석들 수두룩하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더 많이 마실 수 있겠다."
그렇게 말한 구력거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난 새벽 3시. 이제는 하나 둘 취한 사람이 나왔고 유비는 완전히 가버린 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로써는 많이 버텼군."
예전에 한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관우나 장비쪽이 훨씬 강했고 유비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금방 취해버려 두 사람이 옮겨주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사람이 없었으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구력거는 다시 한번 술을 쭈욱 들이켰다.
"유비 데려다 주고 올게. 많이 피곤해보이네"
잠꼬대를 하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민준이 번쩍 들자 눈을 깜빡거렸던 구력거는 설마 자신도 이런 식으로 옮겼냐고 물어보았다.
"어. 무슨 문제있어?"
"그건 아니다만..."
우부라의 부족처럼 안긴다고 시집을 가야하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그저 저렇게 안겼다는게 왠지 부끄러웠던 것 뿐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자 민준은 유비를 옮겨준 뒤 돌아와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별건 아니고 부끄러워서 그렇다. 오환에서는 날 그렇게 옮겨준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식으로 옮겨주는데 없었다고?"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한없이 자상해지는게 오환의 남자들이다. 하지만 나는 키도 크고 드세다보니 이런 식으로 해주는 이들이 없었지."
오환의 어른들은 구력거에서 네가 희망이라고 말했고 다른 이들은 존경한다고 했다. 여자들 중에는 가장 강한게 그녀였으니 모두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민준이 이렇게 해준 것이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던 구력거는 어색한 듯 뺨을 긁었다.
"그렇다면 이해가 가네. 왜 그렇게 난감해했는지 말이야.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여기에 있는 여인들이 나랑 비슷한 부류가 많아서 그렇지 오환이나 흉노쪽에는 찾기 힘들다."
우부라나 구력거 본인이 정말 특이한 경우일 뿐 다른 이들은 이렇게 강하지 않다고 하자 민준은 소복연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녀석은 지금은 인정을 받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전에도 말한거 같지만 활을 쓰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런 짓을 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고 잘 나서지도 않아서 그렇다."
"하긴 소복연이라면 그럴만하지."
몸도 섞어보고 많이 대화를 해본 결과 그녀는 조용한 걸 좋아했다.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거기에 명예욕 같은 것도 가지지 않아 자신의 공을 다른 이들에게 모두 돌려버렸으니 사람들이 욕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너에게 안기고 행복해하는 그 녀석을 보았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자신의 행복을 찾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구력거 그녀 역시 소복연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이중 하나였다. 그래서 말을 최대한 아끼긴 했지만 지금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잘되었다고 축하를 해주었다. 그리고 하루 날 잡아서 함께 술 마시며 그 간의 응어리도 풀었던만큼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너희 부족은 남자가 여자한테 구애할 때 하는 행동 같은거 없어? 고백같은거 말고. 우부라의 부족은 내가 아까 했던걸 하면 혼인을 해야한다던데"
"그런 것보다는 전에 내가 말했던 것처럼 잠자리에서 평가를 하는게 더욱 크다. 그래서 외모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여인들도 성욕이 왕성하니까"
아무리 잘생겼다고 잠자리에서 비실하면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쾌락을 느끼고 싶어 정사를 나누는 것인데 금방 사정하고 못한다면 욕구불만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환에서는 혼인을 맺기 전까지는 그 누구와 잠자리를 가져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혼인을 맺는 순간 다른 사내와는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그런만큼 잠자리에서 정사를 잘 하는 이들이 신랑감으로는 1순위였다. 2번째가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고 3번째가 사냥을 잘하는 이들이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첫번째 순위는 그렇다고 해도 두번쨰는 사냥을 잘하는 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재주가 좋은 이가 우선순위라고 하자 신기한 것이었다.
"사냥은 누구든 배워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재주가 좋아서 무기를 만드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그런고로 2순위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지."
"아하.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오환도 흉노와 마찬가지로 약탈을 하긴 하지만 무기같은 것은 손수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기록에도 없는만큼 눈대중으로 만들어야했던만큼 손재주가 좋은 이들이 추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가장 인기가 없는 이들은 누구예요?"
궁금하다는 듯 조운이 물어보자 구력거는 술을 쭉욱 들이키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고집이 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은 손재주가 좋든 정력이 좋든 최악의 남자로 분류된다."
"고집이 쌘게 문제되는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부족에서 그런 놈들이 한두명만 있어도 분위기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사냥을 할 때도 자신이 하는게 옳다고 하는만큼 여러모로 힘든 녀석들이지."
"그렇구나.."
"그리고 진짜 문제는 뭔줄 아나? 그렇게 따로 이동해서 무언가라도 잡아오는 날에는 난리가 난다. 완전 기가 살아서 남들을 폄하하지. 못잡아오는 날에는 운이 안좋았다고 하며 치우는만큼 부족에서도 골치가 아픈거지"
"으..상상만해도 싫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기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집대로 움직여줄만큼 민준은 관대하지 않았다. 거기에 분위기를 흐리고 남을 폄하하는 것에 대해 엄벌을 내렸기 때문에
"말 나온 김에 기린에서는 어떤 엄벌을 내리지?"
"자신의 말이 맞다고 독단으로 행동하면 명령 불복종으로 파직을 하거나 몇달간 월급을 감봉하지. 원래 하던 일이 있는데 그걸 멋대로 바꿔서 하는거니까"
"그럼 그 사내의 말이 맞다면?"
"그래도 벌을 받야하지. 우리는 건의를 할 수 있게 준비를 해두었어. 정말 좋은 것이라면 날을 잡아서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토론을 하지. 그런데 그건 규칙도 무시한거니까 벌을 받을 수 밖에 없지"
"호오..그건 좋구만"
덕분에 좋은 걸 알았다는 듯 구력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마셨다.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언제든 도와줄테니까"
껄껄거리며 웃은 민준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자 구력거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우부라는 자신들도 무언가 도움을 받을게 없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딱히 없었기에 술을 마시는데 집중을 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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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2bbong 2017-12-26 12:48 new
작가님 ㅋㅋ현대 판타지 연참 밀리셨네ㄷㄷ살인적인 스케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뜬금없이 판타지에 현대라닠ㅋㅋ
리수진 2017-12-26 12:50 new
보고가요
-〉 감사합니다.
풍령화객 2017-12-26 15:19 new
신작을 내놔라 핫산!!
-〉 완결내고..
우부라와 구력거[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