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8/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아침이 밝아오고 잠에서 깬 구력거는 자신이 왜 방에 잠들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가 기적나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처음으로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 그녀는 몸을 일으킨 상태에서 한참동안 가만히 있다가 옆에 놓여있는 꿀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차갑지도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꿀물 덕분에 속이 조금이나마 풀렸던 그녀는 다시 침대로 몸을 눕혔다.
머리 속에는 민준이 만든 소고기국 생각이 간절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숙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잠을 청한 것이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오전 10시 40분. 아침 식사시간은 끝났고 점심시간은 거의 두시간이나 남은 애매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머리의 숙취는 조금 나아졌을 뿐 사라지지 않았던터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은 안오는데 말이지."
아까 전에 꿀물을 먹고 잠깐동안 다시 잔게 푹 잔 것이었던 것인지 누워있어도 정신은 말똥 말똥했다. 그래서 더욱 소고기국이 절실했던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그런데 어떻게 속옷...내가 벗었군.."
순간 속옷차림이라는 것에 당황한 그녀였지만 침대 밑을 보자 널부러진 상의와 하의가 있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을 강간했다면 속옷만 입혀두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옷을 저렇게 나두고 갈 일도 없었다. 거기에 이곳 기린에서 자신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민준뿐이라고 생각했다. 요괴들이 옮겼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안심을 한 구력거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자신의 옷이 아닌 기린에서 지급한 옷을 대충 입었다.
잠을 자거나 간단하게 어디 갈 때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서 그런지 꽤나 편했던 옷 덕분에 긴장감이 풀어진 그녀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는데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나?"
"민준님께서 일어나시면 소고기국을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숙취가 심하실걸 예상하여 방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된다고 하셨으니 무리하지 마십시오"
"큭..누군가를 부르기에는 머리가 아파서 힘들었다."
"그래서 옆에 종을 두었는데 못보셨습니까?"
"종..?"
전혀 본 적이 없었던 구력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종은 탁상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뒤척이다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느끼지 못했던터라 헛기침을 한 그녀는 안에서 쉬고 있겠다고 말하고는 종을 탁상 위에 올려두고는 침대에 누워 기다렸다.
30분정도 지난 후 민준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창문이 가려져 있어 어두컴컴했다.
"얼마나 머리가 아프면 이런것도 안해두었냐?"
"부탁하려고 했는데 널 부르러 가서 시녀가 없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거구만.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차단막을 올리고 창문을 열어준 민준은 소고기국을 탁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몸을 일으킨 그녀는 밥을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만큼 숙취가 강했단 말이었던터라 민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구력거가 다 먹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크하..살거 같다. 고맙군. 원래 먼저 말했어야하는데 너무 머리가 아팠던터라 그대로 먹어버렸다. 미안하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이해하니까"
"그렇군. 역시 속이 좁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보다 민준. 어제 네가 날 옮겼나?"
"그래. 어제 보니까 기절해있던데? 술을 섞어마셨다더만?"
"그거까지는 기억 난다. 그리고 네가 창문을 여니 왜 이곳에 옮겼는지도 알거 같군"
술을 좋아하는 구력거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술 마시는 걸 빼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해주는지 다 알고 있었다. 새벽에 근무를 하는 시녀들이 기절해 있는 사람들에게 모포를 덮어주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찰 때는 방으로 옮겨주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는만큼 옮겨줘서 고맙다고 말한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섞어 마신 것은 호기심이었다. 청님께서 그렇게 마시고 계시길래 한잔 마셔보았다. 맛은 확실히 나쁘지 않더군. 그런데 이상하게..그 뒤로 기억이 없는것이다."
"섞어마시는게 약한걸수도 있고 니가 처음 경험해봐서 그런걸수도 있어"
"흐음..그렇군. 그럼 민준 오늘 시간이 되면 나랑 잠깐 어울려줄 수 있겠나?"
"뭐하게?"
"내가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얼마만큼 마시면 기절하는지를 알아야 보호를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도와달라는 것이다."
"다른 녀석들도 있잖아?"
"다른 이들도 물론 부를거다. 하지만 넌 내가 쓰러지면 옮겨줘야하지 않겠나?"
"나도 요즘 너무 중간에 껴서 아쉽긴 했는데 그럼 오늘 시간되는 녀석들에게 모이라고 하면 되겠네."
"고맙다."
구력거가 민준에게 부탁한건 그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입으로 말하긴 뭐하겠지만 솔직히 몸매가 좋은 편에 속한다. 큰 키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비율이 좋았고 구리빛 피부 역시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그런만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옮기다보면 혹하는 마음이 생길수도 있는데 민준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가 고자라거나 남색을 밝혀서 그러는게 아니라 성욕을 느낀다고 해서 덮칠만큼 멍청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몸매가 아무리 좋고 성적인 매력을 발산한다고 해도 민준이 그녀를 덮치는 순간 부인들과의 유대감은 깨지게 된다. 그런 일을 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구력거는 민준을 믿는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오늘 저녁쯤에 만나기로 하고 좀 쉬어라."
"고맙다. 그럼 저녁에 보도록 하지."
인사를 한 구력거가 침대에 눕자 민준은 그대로 그릇을 들고 나갔다.
시간이 지나 저녁시간이 되자 매번 모이던 이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손책과 유비도 함께 모였는데 다른건 몰라도 유비가 왔다는 건 꽤나 의외였다.
"네가 올 줄은 몰랐다."
"왜요~ 저도 올 수 있죠 오랜만에 민준이랑 마시는건데~"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거 아니었나?"
"헤헤 그래서 저는 과일주를 챙겨왔죠!"
주당들을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은 이들을 부른 것인만큼 유비는 오랜만에 참석한 상태였다. 손책이야 원래 술을 잘마셨지만 요즘 들어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것이었던만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유비가 취하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흥. 그 꼴이 보기 싫어서 그렇다는 걸 모르는건 아니겠지?"
"그야 그렇지만 하하.."
물론 과일주라서 바로 취하지는 않겠지만 그녀가 취하는 순간 민준이 신경써야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게 질투심을 유발한다는 걸 아는 여인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보았다.
"그래도 제가 민준한테 안기려고 취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잖아요?"
"그건 그렇지. 네가 그런 년이었다면 아마 내가 아니라 관우가 한마디 했겠지. 그녀석도 질투심이 많으니까"
"아 그러고보면 민준 관우가 내일쯤에 시간이 빈다고 식사하자던데요?"
"내일? 딱히 일이 없으니까 요리를 직접 만들어줘야겠구만!"
"내일은 또 술을 거의 하지 않는 여인들이랑 모이겠군 그래."
오늘은 술을 마시는 이들이었고 내일은 술을 거의 안마시는 이들과 함께 한다고 생각한 동탁은 참 바쁘다는 말을 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런데 구력거 너는 그거 술 타는 법 알어? 난 모르는데."
"청님께 물어봤으니 걱정하지마라. 그리고 조금씩 마실거다."
술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마신다는게 아니라 주량이 어느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만큼 평소에 마시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마셨는데 그녀는 딱 2잔을 마시자 취한 듯 비틀거렸다.
"확실히 이건 더 이상 마시면 안될..."
그 말을 끝으로 뒤로 고꾸라진 구력거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챙겨두었던 모포를 덮어주고 술을 마시며 다른 이들과 술을 마셨다.
========== 작품 후기 ==========
구력거는 술친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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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진 2017-12-25 11:04 new
읽고 갑니다아
-〉 감사합니다.
소드댄서 2017-12-25 11:07 new
작가양반 메리 연참마스
-〉 끄악
lim2bbong 2017-12-25 11:54 new
신작써도 봐줄게요 판타지편 써줭ㅋㅋ
-〉 이것들 끝내고..써야죠 하하
풍령화객 2017-12-25 12:03 new
메리 솔로작가
연참/현대신작 주세요
-〉 날 죽일셈인가
Baramdolyi 2017-12-25 12:44 new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여친이 생겼으면
-〉 그르게요..
우부라와 구력거[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