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6/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고 안으로 방으로 돌아온 우부라와 구력거는 금방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자 민준이 해장으로 소고기 국을 해주었다. 이게 정말 고마웠던 그녀들은 나중에 연회를 열 때 멧돼지를 사냥해서 오겠다고 했다. 그냥 돼지보다 더욱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별미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잘못 잡으면 잡내가 심하게 나는게 흠이었다. 그렇지만 민준도 있고 도축을 전문적으로 하는 도축사도 있었던만큼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한 그녀들은 호언장담을 했다.
"잡을 수 있겠어? 너희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큰놈으로 두세마리는 잡아야할거 아니야? 그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몇일 전에 말을 타고 훈련을 하던 중 거대한 놈들을 몇마리 봤다. 이곳에 맹수들이 없으니까 흘러들어온 놈들 같더군"
"맹수들이? 있을텐데? 없다고?"
"있기야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는 다니지 않으니까 말하는 것이지. 그리고 영약한 놈들이라 사람을 보고 공격하기 보다는 도망가더군."
"그렇다면 말이 되긴 하네."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공터에 훈련기구들을 만들어 그곳에서 훈련을 하는 병사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위해 특별히 백호가 영역표시를 해두었다. 다른 동물들처럼 소변을 뿌리는게 아니라 큼지막한 나무에 손톱으로 크게 할퀸게 전부였지만 맹수들은 그게 백호의 것임을 알아보고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식동물들은 딱히 문제가 될게 없었기에 이곳에서 풀을 많이 뜯어먹었는데 잡식성이었던 멧돼지들도 흘러 흘러 이곳까지 오게 된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다.
"꽤 큰 놈이었나봐?
"그래서 하는 말이지. 원래 우부라랑 협력은 잘 안하지만 이번에는 해야할거 같다."
경쟁상대였던만큼 대결에서 이겨야하는 대상이었지만 지금 계획한 것은 민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맛있는 고기를 대접해주기 위해 협력을 해야겠다고 하자 우부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대할게. 그리고 잡고 나면 연막을 터트려. 그럼 늑대가 가서 옮겨줄거야."
'알겠다. 그럼 언제쯤 잡아오면 되나?"
"언제든. 잡아오면 그 자리에서 연회를 열면 되지"
"그럼 준비를 해서 다녀오겠다. 꽤나 큰 녀석들인만큼 만전을 기하는게 좋겠지"
어느세 해장이 끝난 듯 소고기국을 맛나게 먹었던 구력거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우부라 역시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더였다. 그리고 이틀 뒤 구력거와 우부라는 사냥을 가기 위해 장비를 챙겼다. 각각 곡궁과 창, 단검등 여러가지 장비를 챙겼는데 도축사는 될 수 있으면 배는 공격하지 말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면적이 넓어 공격하기는 쉬운 곳이지만 내장이 터지는 순간 그 주위의 고기들은 다 버려야하는만큼 최대한 조심해달라고 했다.
"맡겨둬라. 사냥은 수도 없이 했던만큼 그런건 식은 죽 먹기다."
먹고 살기 위해 사냥을 하긴 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급소를 노려 공격하는게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구력거는 급소만 노리면 한방에 끝낼 수 있다고 하며 산행에 나섰다.
그리고 4시간 뒤 연막이 피어오르며 잡았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말한 것처럼 어마 어마하게 큰 녀석들이었다. 한 놈은 화살을 이마에 맞고 즉사를 했고 다른 녀석은 목 뒤에 창이 꽂혀 절명을 했다. 정말 이런 사냥은 잘한다고 칭찬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민준은 도축 작업이 시작되자 그걸 도와주며 다음날 연회를 연다고 했다.
잡고 나서 바로 고기를 구워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의아해하자 민준은 숙성시켜서 먹는게 맛있다고 했으니 둘은 납득했다. 무엇을 숙성시키는지는 몰랐지만 민준이 만드는대로 하면 맛은 보장되는만큼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치이익-
"캬..냄새 좋다~"
다음날 점심부터 간단하게 연회가 시작되었다. 멧돼지가 크기는 하지만 기린에 있는 이들이 전부 먹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민준은 멧돼지 고기를 구운 것은 한번씩 나누어주고 다른 걸로 대처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만을 내는 이들은 없었다. 고기를 먹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또 다른 음식들도 있는만큼 멧돼지고기를 많이 먹겠다고 욕심부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민준님이 만들어주신 음식은 술을 부르는구만"
"아서라. 조금 있으면 근무 들어갈 녀석이 무슨 술이냐"
"하하 말이 그렇다는거죠. 이거 술이 아니라 물입니다."'
"근무 끝나고 와서 마셔도 된다고 하셧으니 조금만 더 참아라"
"그래야겠네요."
술잔에 술을 따르고 마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물이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구력거와 우부라에게 맛있는 고기를 먹여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아니다. 우리도 민준 덕분에 맛있는 걸 먹은만큼 거기에 대한 보답이다. 다음에는 더 많이 잡아오도록 하지."
"하하 기대하겠습니다."
나중에 또 잡아온다는 말에 껄껄거리며 웃은 병사들은 술잔을 들며 덕분에 잘 마신다는 뜻을 보이고 쭈욱 들이켰다.
'다들 좋아하니까 좋구만. 그런데 저 녀석은 언제나 양보를 하는군 그래"
"그거야 그런 사람이니까 당연한거 아니야? 만약 자기가 먹고 싶은거 다 먹고 그랬으면 저렇게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지도 않겠지"
"하지만 너무 양보하기만 하면 얕잡아본단 말이지"
"그것도 그래."
하지만 여기에는 두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민준은 고기만 굽는게 아니라 구워주면서 하나씩 먹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안먹냐며 쌈을 싸서 주기도 했다. 그런만큼 누구보다 멧돼지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 굽는 것만 본 두 사람은 민준이 너무 마음씨가 착한게 안쓰럽다고 생각한 것이다.
"후우 고기는 어느정도 다 구운거 같고. 나는 이제 빠질테니까 남은 고기들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네 걱정마세요. 그리고 안에 있는 것들은 지금 근무하는 이들에게 구워주면 되는거죠?"
"그래. 그릇별로 나누어 놨으니까 문제는 없을거야"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을 한 시녀에게 맡기고 자리에서 나왔던 민준은 구력거와 우부라의 시선을 보며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뭐야 갑자기?"
"너..아니야.."
"아니라니? 뭐때문에 그러는데?"
"솔직히...다른 사람들에게 다 퍼주고 넌 못먹는거 좀 그렇지 않아?"
"뭐라고? 멧돼지 고기때문에 그런거냐?"
"그것도 그렇다만 지금까지 네가 안퍼준 음직이 없지않나? 그래서 하는 말이다."
"아 무슨 말인가 했더니..고기는 내가 가장 많이 먹었다."
"뭐라고?"
"불판에서 고기를 구울 때는 내가 간이 되어있는지 맛도 봐야하고 익은 거도 확인해야하니까 하나씩 주워먹는다고. 그리고 저 놈들이 쌈싸서 주거든. 그러니까 배터질 정도로 먹는거지"
"거기까지는 몰랐군."
진지하게 말하던 구력거는 민준의 말에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불판에서 굽기만 한다고 오해할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러면 뭐 어떠냐. 내가 진짜 호구라서 그렇게 해주는거도 아니고 말이야."
"하긴 그렇긴 하지."
생각해보면 민준이 아무것도 이득이 없는데 이런 일을 해줄리가 없었던터라 자신들의 걱정이 기우라는 걸 알게 된 두 여인은 술을 받아와서 다시 한번 술판을 벌였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
그리고 요즘 평소보다 조회수가 더 안나오네요. 거의 반토막 났다고 봐야하는데..
제가 질질 끌어서 그런 것도 있는만큼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습니다.
물론 갑자기 완결이 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여러가지 책들을 보며 필력도 상승시켜야히고..
일단 돈을 충당해야하니 허리띠를 졸라 매야죠 ㅠ
우부라와 구력거[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