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5/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1주일 뒤 요마는 남화노선이 알려준 방법으로 열심히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정기가 넘치는 곳에서 심호흡을 하며 조금씩 기운을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는데 이걸 요기가 넘치는 장소로 바꾼 것이었다. 덕분에 조금이긴 하지만 몸안에 요기가 쌓이는 걸 느낀 그녀는 즐거움을 느끼고있었다. 그리고 요마가 기뻐하자 구력거와 우부라도 덩달아 기뻐했다. 예전부터 산월의 요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간접적으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는만큼 그 기억이 남아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요괴들이 싸움이 나거나 폭주한 요괴를 처치하고 나면 주변에 요기가 많이 터져 야생동물들이 도망간다. 이렇게 되면 다른 이민족들은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들은 자연스럽게 산월의 눈치를 살피게 된 것이었다.
"참..공생관계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이가 없긴하다."
기타를 연주하던 민준은 기뻐하며 술을 마시자고 하는 구력거와 우부라를 보며 한마디를 내뱉았다. 부족 내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경사스러운 날이겠지만 이곳에서는 큰 문제가 될게 없는데도 기뻐하고 있었으니 진정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너무 기뻐하고 있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안주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크흐..네가 말한거처럼 지금 우리의 행동이 이상할수도 있다. 하지만 산월의 요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밥줄이 끊기게 되어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아진다. 거기에 약탈을 하는 빈도가 늘어나지"
"그러면 결국 토벌이 올테니 여러모로 곤란하겠군."
'
"그래서 눈치를 보고 조공을 바치고 그러는거 아니겠나? 지금은 너희가 농사라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준다고 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산월의 요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 걱정이긴 하다."
"그건 또 내가 알아서 조율할테니까 문제없어. 다만 이제 태어나는 녀석들에게 잘 전해줘야지. 아무리 그래도 요괴들에게 버릇없이 하거나 그러면 안되니까"
'기록이라면 걱정마라. 이곳에 와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니까"
"우리도."
그들이 기록을 하는 건 사냥을 몇마리나 했는지 비가 언제 오는지에 대한 것들일 뿐 사냥기술이나 이런건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기록으로 남기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는 걸 느꼈고 종이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책사진들에게 조언을 받아 필요한 것을 추려내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는 산월의 요괴들에 대한 기록도 있었는데 아무리 협력관계가 되었다고 해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기록해두었다.
"잘했어"
"너한테 칭찬을 방으니까 기분이 묘하네"
"왜? 싫냐?"
"누가 싫다고 했어? 그냥 기분이 이상하다고 한거지"
"칭찬한거 뿐인데 기분이 이상하다니 그게 뭐야"
"이게 너한테 호감을 가져서 떨린다. 이런게 아니라 칭찬을 받는게 드물거든. 사냥을 해 오는건 당연한 일이고 그러니까 오랜만에 칭찬을 받는거라서 그래"
"아하 그렇구만. 그럼 더 칭찬해줄까?"
"그렇다고 그럴 필요는 없어"
진지하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면 모를까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으니 분명 머리를 헝크러뜨릴거라고 예상한 우부라가 거절을 하자 민준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정말 너는 장난이 많군 그래. 처음에는 어떻게 참았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처음 부족을 찾아왔을 때는 엄청 차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부족의 몇몇 사람들이 험한 말을 해도 웃어 넘기고 자신들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모습에 과묵하고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번 만나보고 친해지면서 그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구력거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다른 것보다 장난기가 많은 것과 술을 좋아한느 것은 정말 예상 외였던터라 거기에 대해 언급하자 민준도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술은 왜? 말이 없어보인다는 건 그렇다고 쳐도 그건 의외인데?"
"몸에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 어마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술도 자제한다고 생각했지."
아예 입에도 가져가지 않는건 아니라도 이렇게 자주 마실 줄은 몰랐던터라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민준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이게 내가 한창 운동하던 때의 모습이긴 한데 요술서때문인지는 몰라도 살이 잘 안빠지더라고. 근육도 안늘어나고. 그래도 뭐 가끔씩 운동은 하지"
살이 빠지지도 찌지도 않는 모습때문에 포기를 한 민준은 그냥 이대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틈틈히 운동도 하고 다른 여인들에게 검을 사용하는 방법도 익히긴 했지만 몸이 달라진다는 기대감같은건 아예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그냥 탱자 탱자 놀아도 이대로란 말 아닌가? 그것도 참 좋겠군"
"뭐 그렇긴한데 내가 빨빨거리는걸 좋아하니까 그게 힘들지."
"그렇네. 왠지 네가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돼"
가끔 피곤해서 혼자 쉴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던만큼 이제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게 도리어 상상이 안될 정도였다.
"야. 솔직히 처음에 너희들 보러 갈 때는 이런 식으로 장난도 못치지 아예 처음 만나는거고 서로간의 앙금이 있으니까. 그래서 최대한 화를 참으며 협상을 한거지"
"그래 거기에 너는 신수들과 흉수들까지 같이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었지."
불만을 강하게 이야기하기에는 그의 뒤에 있는 이들이 워낙 강하다보니 어떻게 하지 못했던 부족의 사람들이었지만 민준이 괜찮으니 모든 걸 털어내라고 하는 순간 쌓아두었던 것들을 모두 폭팔시켰다. 너희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 너희때문에 친구가 죽었다 등등 이런 감정을 폭팔시키자 민준은 서로 잘못한게 아니냐고 맞받앚쳤다. 우리는 약탈을 당해 죽임을 당하고 윤간을 당한 이들이 있고 재산을 빼았겼다고 했다. 그러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그도 그럴게 친구가 죽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약탈하면서 죽였거나 강간을 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있다가는 답이 안나올 거 같았던 민준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위령비를 세워 추모를 하자고 했다. 이건 민준의 독단적인 의견이 아니라 약탈당해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 많이 양보를 해서 제안을 한 것이었다. 친구가 죽고 아내가 죽고 딸이 죽은 것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용서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 이걸 들은 부족민들은 자신들의 가족,친구,동료가 죽었던 것을 가지고 고집을 부릴 수 없었던만큼 양보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떄 너 진짜 멋있었거든? 막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대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저런식으로 해보고 싶다 했는데. 지금 보면 진짜 가벼워보여서.."
"그렇다고 진짜 가벼운건 아니다?"'
"알아. 그래서 더 어이가 없는거라니까?"
정말 가벼워보이지만 그 안에 묵직함이 있었던터라 함부러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우부라가 술을 쭈욱 들이키자 구력거도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들이켰고 민준은 기타줄을 튕기며 낄낄거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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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라와 구력거[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