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2/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오랜만에 기타줄 튕기고 있으니까 좋구만”
지금 민준은 혼돈의 늑대를 타고 산 정상에 와 있는 상태였다. 어느 곳으로 가자가 아니라 사람이 없고 경치가 좋은 곳을 알고 있다면 데려달라고 했는데 늑대가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짐은 육포 몇개와 물, 기타가 전부였는데 이곳에서 늦은 밤까지 죽치고 앉아있으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혼자 기타 연습을 하며 조금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하고 기타연주도 좋아했지만 연주를 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하는걸 좋아했다. 워낙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져있고 거기에 부응하려고 하다보니 연습을 할 때는 이렇게 혼자하게 된 것이다.
“아울?”
“화나서 이러는거 아니니까 괜찮아.”
“컹!컹!”
기억에 의존해서 연주를 해보려고 하다보니 잘 되지않았던터라 자신도 모르게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온 것이었다. 그걸 느낀 늑대가 괜찮냐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민준은 큰 걱정이 없다는 듯 늑대를 어루어만져주다가 늑대를 베게 삼아 누워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음~흠흠~”
어릴 적 우연히 들었던 노래인만큼 제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터라 현대에 가는 것고 무의미했다. 그래서 한참동안 콧노래를 부른 민준은 마음을 다시 잡은 듯 새로운 곡을 연주했다.
“음음~음음음~음~”
대충 맞추어가며 기타를 치던 그는 후렴구부터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선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나가던 새들이 내려서 그걸 구경했다.
“혼자 연습 좀 하려고 했더니..참...”
새들이 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터라 어이가 없어진 민준이었지만 기껏 내려앉은 녀석들을 쫓아낼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무언가를 들려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만큼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며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밥도 먹어야하니까 돌아가자”
집중해서 연습했던만큼 만족한 민준은 씨익 웃으며 늑대의 등에 올라탔고 금방 기린의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준 잘다녀오셨어요?”
“응. 역시 집중하면서 연습하니까 좋더라.”
“그래도 랑아나 다른 아이들이 좀 서운해하던데요?”
맨날 기타 연주해주다가 갑자기 내가 혼자 연주를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들려주는거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다음이지. 처음부터 들려주면 나도 부끄러우니까”
“이해해요. 하지만 살짝 삐진거 같으니까 힘내세요.”
“에고고..”
아마 그녀들도 이해는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운한건 숨길 수 없을테니 오랜만에 같이 놀아주기로 마음 먹은 민준은 소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랑아는 2차 성징을 겪고 많이 성장을 했지만 그동안 교감을 쌓은게 손상향같은 아이들이었다보니 이따금씩 같이 놀고 있었다.
“와 배신자가 온거시다”
“야 배신자는 무슨”
“으베베베 아흔거시댜”
볼을 쭈욱 잡아당기자 버둥거린 그녀는 아프다고 소리쳤다.
“연습한다고 그런거니까 이해해줘. 어느 정도 내가 익숙해져야 들을 수 있잖아?”
“그건 아는데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몰래 간거시다.”
“다들 자고 있었으니까 원소한테 말하고 온거지.”
이른 아침에 잠깐 나와서 연주한다고 했던터라 대부분의 여인들은 꿈나라에 있었다. 괜히 깨우기 미안했던터라 원소의 방에 쪽지를 남기고 간 것이었다.
“몇시에 나간거시냐?”
“5시. 오랜만에 너희들에게 들려줄 새 곡을 연습하기도 했고 이민족들이랑 있을 때는 신나는 곡을 불러야하니까 그것도 연습하다보니까 시간이 좀 지났지”
“오빠 바쁘다요. 5시부터 지금까지...대단하다요!”
손상향은 이해한다는 듯 어꺠를 토닥여주었고 랑아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중에 노래를 들려달라고 했다. 같이 놀고 싶었지만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민준이었던만큼 식당으로 가는 걸 붙잡지 않았다.
“안녕?”
“일찍 왔네?’
“나야 뭐 매번 일찍 와서 먹으니까”
“사람들이랑 부딪히는게 싫어서 그런건 아닐테고 무슨 일 때문이야?”
지금 시간은 11시 30분. 12시에 교대근무가 있거나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병사들을 들여보내는 일을 하는 이들, 급한 용무가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 시간 때식사를 했는데 우부라는 매일 11시 30분에 밥을 먹는다고 하자 민준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머리색을 트집잡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찍 먹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같이 온 사람들이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여 부족으로 보내는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미혼인 사람들도 있지만 기혼인 이들은 가족과 함께 오지 않았으니까”
이곳이 위험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기술을 배우고 돌아가야했던만큼 일부러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이곳에서 지내다가 정착을 하려고 온 이들은 가족과 함께 왔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만큼 이렇게 매일 무엇을 했는지 연락을 보낸다고 했다.
“누가 보내주는데? 사람을 쓰면 오래 걸릴텐데..”
흉노든 산월이든 오환이든 거리가 꽤 되는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자 그녀는 햇볕을 쬐며 자고 있는 늑대를 가르켰다.
“혼돈님께서 허락하셔서 늑대를 통해 전달하고 있어.”
“그런거면 하루도 안걸리지”
마음만 먹으면 10분만에 다녀올 수 있는게 늑대였다. 그래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 민준이 식사를 배급받아서 자리에 앉아 우부라는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러는 너는? 오늘 새벽부터 나가는거 같던데”
“자고 있던거 아니었어?’
“자는거야 당연히 자고 있었는데 늑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거든. 맹수들이 습격할 수도 있어서 우리는 그런 소리에 민감해”
“그걸 그렇겠네. 난 기타 연습하려고 잠깐 아무도 안오는 산속에 간거야. 어느정도 연습한건 들려줄 수 있지만 이번건 아예 처음하는거라서..”
“너도 부끄럼을 타긴 하나봐?”
언제나 능숙하게 기타연주를 하는 민준이었는데 의외라는듯 말하자 그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부끄러운 것도 있지만 기대치가 높아진 사람들에게 부응하고 싶은게 가장 커. 그리고 내 노래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확실히..그건 그렇겠네. 우리도 엄청 즐겁게 들었고 이번에 초대되엇던 사람들도 다들 다음에 또 기대한다고 말했거든.”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인거니까. 거기에 이민족들이 다 모였을 때는 감성적인 노래보다는 신나는 노래가 좋기도 해서 그런거도 연습중이지”
최근 이민족들과 술을 마시고 기타연주를 했을 때 즉흥적으로 곡을 부른게 있었다. 노래 가사는 없었고 헤이 헤이 라던지 뚜아솨 라던지 알 수 없는 언어들로 대충 음을 맞춘 것인데 술에 취한 이들과 함께하다보니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래서 그거까지는 아니여도 즐거운 노래를 많이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자진해서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이런거까지 신경써줘서 고마워.”
“나도 다 같이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뭘. 아 그리고 부족이 전부 모이는건 4개월에 한번이 좋을거 같은데 어때?”
“4개월에 한번?”
“아까 연주하면서 고민해봤는데 첫달은 오환이면 다음달은 흉노 그 다음달은 산월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는 다 함께. 그런 식으로 돌리는거지. 그리고 세부족의 경우 순서를 바꾸면서 하면 될거같고”
“난 좋아!”
“그럼 다른 녀석들에게도 물어봐야겠다.”
문득 떠오른 것이었는데 괜찮아보였던터라 민준은 서둘러 밥을 먹고 식당을 나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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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진 2017-12-20 09:11 new
잘 보겠습니다.작가님
-〉 감사합니다.
풍령화객 2017-12-20 11:35 new
작가만 완결을 외치고있는 유일한소설 포기하시지
-〉 꽤액..
딜리버 2017-12-20 12:03 new
우리는 2217년에도 이 소설 보고 있을거 같아요. 제 착각일까요?
-〉 네 착각입니다.
우중월야 2017-12-20 16:14 new
작가님 완결 외치는거야 몇년전부터 그랫으니 새삼스러울것도 없습니다 포기하면 편해지죠
-〉 포기할 수 없다.
소드댄서 2017-12-20 17:05 new
완결 그건 무슨 7ㅐ소리죠?
-〉 개소리가 아니라 진실. 입니다.
우부라와 구력거[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