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8/1909 --------------
<-- 2차 성징. --> 민준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왠지 기뻐진 랑아는 언제든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고 하며 우쭐거렸다. 평소의 모습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지만 그녀는 민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엄청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으니 민준은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나도 이야기해보는거시다"
"이야기?"
"응. 오빠 이야기 듣다보니 문득 생각난건데 나도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거시다. 그런데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오빠가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는거시다."
오래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탐험을 하면서 발견했던 신기한 것들을 설명하고 싶었던 랑아였지만 이야기꾼들이나 민준처럼 재미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내심 설명을 잘하고 싶었던 그녀는 솔직하게 물어보았고 그런건 도와주기 쉽다고 대답한 민준은 랑아를 데리고 다시 한번 저잣거리로 향했다. 놀러가는게 아니었기에 금방 다녀온다고 말했고 랑아 역시 혜미와 예미를 데리고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거시냐?"
"여기서 부터 랑아야 한가지 물어볼게. 니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술집을 간다면 어느쪽으로 갈거같아?"
"으음..음..나는 저쪽인거시다"
잠깐동안 고민을 한 랑아는 음식이 맛있고 가격이 조금 나가는 곳을 가르켰다. 그러자 민준은 틀렸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에 있는 가게로 방향을 바꾸었다.
"여기인거시냐? 장점이 딱히 없는곳인거시다.."
"아니지. 장점이라면 있지. 평균정도 하는 음식과 싼 가격. 이게 최고의 장점인거야"
"그게 장점인거시냐?!"
민준 덕분에 입맛이 고급화된 랑아는 깨닫지 못하겠지만 평균정도 되는 맛을 내는 것은 어마 어마한 무기였다. 거기에 싼 가격까지 합쳐지면 사람들이 북적 북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는 당연히 이야기꾼이 찾아오는만큼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서는 이런 가게를 찾아야된다고 설명하자 랑아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싼 음식을 파는건 돈이 되지 않는거시다."
"그래서 여긴 다른 곳보다 술 가격이 조금 더 비싸. 백건아도 동화 한개정도 더 비싸지."
"동화 한개면 큰 차이가 없는거시다."
"그렇게 생각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거든. 거기에 이야기꾼에게 술도 줘야하고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니 술도 시켜야하고. 그래서 유지되는거지. 거기에 비싼 곳에는 이야기의 주제를 정하고 찾아가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곳은 두서없이 말하는 이들이 많거든"
"그럼 전자가 더 좋은거 아닌거시냐?"
"두서없이 말하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하는게 진짜 이야기꾼이지. 생각을 해봐 . 랑아 네가 탐험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갑자기 누가 그 때 먹었던 음식이 맛있냐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거 같아?"
준비되어 있는 이야기는 재미있게 썰을 풀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진다면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갈 자신이 없다. 그리고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다시 원래 주제로 돌리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자 민준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벌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그들의 옆에서 이야기를 하던 이야기꾼은 술에 취해 이상한 걸 물어봐도 놀라지않고 능숙하게 대답했다. 거기에 적절하게 농담까지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는데 분명 처음 이야기는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였는데 어느세 음식 이야기로 바뀌더니 마지막은 술의 이야기였다. 정말 두서없이 떠든다고 밖에 생각이 안되었지만 사람들은 좋아하며 수고비를 주거나 술을 샀다.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거야. 그게 더 재미있거든. 그러다가 누군가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그 때 설명을 하거나 간단하게 끝만 알려주면 되지"
"그럼 내가 알려준 곳은 다른거시냐?"
"가볼까?"
민준의 물음에 랑아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조금 비싼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분위기부터 달랐는데 술을 마시는 사람은 한두명 있을 뿐이었고 그것조차 취하려고 마시는게 아니라 간단하게 곁들이는 정도였다. 이야기꾼 역시 두서없이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를 했는데 듣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분위기가 다르니 말하는게 틀리지? 이 사람들은 재미를 위해서 고용된게 아니라 정말 혼자와서 할게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라도 들려달라고 하는거니까 익살스러운 연기는 최대한 줄이는거지"
"으음..확실히 나는 안어울리는거시다."
자신의 이야기는 해주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즐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랑아는 생각을 굳힌 듯 처음에 들어갔던 가게로 돌아갔다.
"여기 앉을까?"
"그렇게 하는거시다!"
지금 이야기꾼이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2시간가량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는 도중 민준은 음식도 시키고 술을 시켰다. 가게 주인은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들어와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건 아닌거 같아 여러가지를 먹었다.
"그런데 오빠 왜 가게주인은 오빠가 음식을 가르쳐주는걸 거부한거시냐?"
"거부가 아니라 거절이라고 해야지. 거부는 뭔가 잘난 느낌이 나잖아"
"아 그런거시다. 거절한 이유가 무엇인거시냐?"
"그건 주인장이 이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분위기?"
"그래. 내가 음식을 알려주면 맛은 더 있겠지. 하지만 기본적인 요금이 오를수도 있고 가게에 있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더 많은 돈을 받으라고할수도 있어. 그래서 가격을 올리면 점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게 되고 아까 갔던 가게처럼 변할수도 있으니까 정중하게 거절한거야. 그걸 보고 나는 이해를 한다고 했지."
"그래도 뭔가 알려주지 않은거시냐?"
"간단하게 곁들일 수 있는 국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지. 만들기도 쉽고 차갑게 먹어도 되는거니까"
"역시 알려준 오빠는 착한거시다"
"그냥 이곳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나도 이런 분위기 좋아하니까"
가게의 분위기가 바뀌는건 원치 않아 적당한 걸 알려주었다고 하자 랑아도 낄낄거리며 웃었고 이야기꾼이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성으로 돌아왔다. 고맙다는 말을 한 랑아는 바로 예미와 혜미에게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꾼의 영향을 받은 듯 조금은 익살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으아니 챠! 왜 못끝내는고야? 왜 나 자까는 끝내고 시픈데 끝낼 수 업으고야!
2차 성징.[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