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844화 (1,844/1,909)

-------------- 1844/1909 --------------

<-- 2차 성징. --> 연회까지 끝이 나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온 기린은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처럼 농땡이를 피우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성 꼭대기에서 이 모습을 바라본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민준이 만들어준 호빵을 크게 베어물었다.

"후웅..맛있는거시다. 그런데 왜 그때는 공허한 느낌이 든건지 알 수 없는거시다.."

원래대로 돌아간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한편 현대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깨닫지 못해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밑에서 혜미가 올라와 옆에 앉았다.

"갑자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언니 답지 않게?"

"그냥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데 뻥 뚫린 곳에서 하고 싶어서 그런거시다. 어른들이 왜 높은 곳에서 사색에 잠기는지 알거 같은거시다."

요괴들 중에 고민이 많은 이들은 꼭 높은 곳에 올라 사색에 잠기고는 했다. 그 때는 그렇게 깊게 생각할게 없어 높은 곳에 올라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를 할 거같아 담담히 말하자 호빵을 먹으려고 했던 혜미는 호빵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만큼 랑아가 한 말은 충격적인 말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하던 모습을 보이던만큼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긴거야?"

"찾는중인거시다."

"하긴..근 한달을 오빠랑 같이 있었는데..설마 오빠한테 반한거야? 뭐 오빠정도면 사실 이해는 할 수 있어"

"헉.혜미 네가 인정하다니 오빠는 역시 대단한거시다"

"나도 진지하거든?"

혜미가 진지한건 랑아도 느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놀란 것이다. 도마뱀 요괴들은 거친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요괴들 사이에는 도마뱀 요괴와 사귀면 다른 요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도마뱀 요괴들을 보고 자랐던 혜미는 당연히 눈이 높아졌다. 잘생긴 미남이라기 보다는 근육이 많은 통칭 남자답다는 그런 이들이 취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꽤나 깐깐하게 따져 지금까지 인정을 받은 이는 한명도없었는데 진지하게 민준을 인정하는 반응을 보이자 랑아도 기뻐했다.

"이제 깐깐한 혜미가 오빠도 인정했으니 조금씩..은 아닌거시다. 생각해보니 오빠가 더 대단한거시다."

그냥 생김세로만 보면 민준이 혜미의 취향에 부합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미묘했다. 완전 마음에 드는 것도아니고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눈높이가 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취향에는 못미치지만 다른 여러가지를 합쳐서 생각하면 과분할 정도의 사람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배려해주고 기타연주도 잘하고 친화력도좋고 그런 모든걸 따치면 비교할 사람과 요괴가 아예 없어진다. 그래서 아니라고 말핮 혜미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긴 오빠는 얼굴을 제외하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지."

"그런거시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는 하지만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 랑아와 혜미는 객관적으로 민준을 평가했다. 좋은 오빠인 것은 맞지만 두 여인다 취향에 맞는 얼굴은 아니었기에 얼굴을 제외하고 말하는 중이었다.

"그럼 오빠는 빼고 생각해야하는거시다."

"애초에 빼고 생각한거 아니었어?"

"세삼 깨달은거시다. 너무 대단한 사람인거시다."

지금까지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던만큼 왠지 민준에게 미안함을 느낀 랑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사과하러 간다고 하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깜짝이야..언니 같이가!"

사과를 할거면 같이 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혜미는 랑아를 따라 민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훈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고 있었던 민준은 혜미와 랑아가 온 것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훈련도중 딴 짓을 하는 건 용서하지 않는 여포였지만 여인들에게 인사하는 것에는 관대했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이 지나고 땀범벅이 된 민준은 바닥에 대짜로 뻗어버렸고 여포는 내일 또 훈련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대단하네. 거의 두시간은 이렇게 구른거 같은데 괜찮아??"

"죽겠다. 죽겠어. 여포는 이럴 땐 가차없거든."

땀범벅이 된 민준이 숨을 헐떡이고 있자 혜미는 옆에 있던 물을 건네주었다

"고맙다. 일단 내가 너무 더러우니까 씻고 올게."

"잠깐 기다리는거시다!"

"왜?"

"시간이 지나면 말하기 애매한거시다. 그러니 지금 말하는거시다!"

"애매해? 뭐가?"

"그러니까..어..일단 미안한거시다. 오빠가 배려해준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거시다. 그래서 표현은 안했지만 혼자서 언니들이 오빠한테 빠진게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던거시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난 또 뭐라고."

"별게 아닌게 아니라 중요한거시다. 그러니 진지하게 사과하는거시다"

"아.."

가볍게 생각한 민준이었지만 랑아의 표정을 보자 그녀가 장난을 치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옷 맵시를 제대로 한 민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춘 다음 사과를 받아준다고 말했다.

"하..다행이다. 오빠 또 장난으로 넘기는 줄 알았어"

"나도 처음에는 장난이라 생각했는데 랑아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그러니까 사과를 받아들인거고. 원래는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손이 이래서 말이야."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말해준 두 여인에게 고맙다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땀을 너무 흘려 손에도 흙이 잔뜩 묻어있었던 민준은 빨리 목욕을 하고 나온다고 하고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햐아..별거 아닌데 긴장되었던거시다"

"맞아 언니 잔뜩 긴장하고 있던데?"

"이런건 역시 솔직하게 말하는게 제일인거시다. 그리고 혜미 네가 옆에서 덧붙이지 않아서 다행인거시다."

괜히 나도 미안 이런 소리를 했으면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는데 그녀가 조용히 있었던 덕분에 큰 문제가 없었던 랑아는 한결 마음이 편해진 듯 크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몸을 깨끗히 씻고 나온 민준은 두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까..깜짝이야. 이렇게 빨리 씻고 온거시냐?"

"그야 목욕탕을 다녀왔으니까."

전용 목욕탕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용목욕탕을 갔고 차가운 물로 씻은만큼 금방 씻고 나올 수 있었던 민준은 기분이라고 말하며 두 여인의 손을 잡고 저잣거리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이제 나이를 먹었나봅니다.

허리를 삐다니..일하는데 고역이네요

2차 성징.[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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