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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성징. --> 공사는 전부 끝이 났다. 꽃도 옮겨심고 가판대에서 판매할 음식도 정했다. 남은 것은 거기서 일할 사람들을 뽑는 것이었는데 민준이 직접 음식을 알려준다고 하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선택하는데 애를 먹은 것이다. 거기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만큼 요리를 만드는 실력과 마음가짐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민준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보고 웅성거린 이들도 있었지만 사람을 발탁하면서 철저하게 검증을 한만큼 뒷거래가 있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민준은 그들을 가르킨 다음 가판대에서 일을 하게 했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쉼터에 가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잘 닦여져 있는 길을 이용하면서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과 의자에 앉아 대화를 했으니 쉼터와 연결된 길은 언제나 사람이 북적거렸다. 또한 쉼터 역시 개장할 날을 앞두고 있었다. 완성된만큼 바로 문을 열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간 노력했던 시녀들과 인부들, 요괴들을 전부 초대하여 푹 쉬게 한만큼 개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기린에서 일하는 이들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노력한 사람들이 있어 완공된만큼 한달 정도는 더 참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자네들 많이 바뀌었구만. 유순해졌다고 해야하나?"
"하하 인간들은 무조건 하찮다고 했던 생각을 버린 것이지. 우리가 더 힘이 세고 강하다고는하지만 그들은 수백년을 함께 한 지식이 있으니까 말이야."
"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구만 그래서 많은걸 느꼈나?"
"크하..그렇지. 특히 입이 고급스러워져서 큰일이야."
"민준님이랑 함께 있었으니 어련하겠나?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건가?"
"민준님이 만드는 요리를 먹기 위해서? 아니네. 그냥 인부들과 마음이 맞아서 그런거지. 내가 요괴라고 해서 싫어하는 내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궂을 일들만 골라서 주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네. 저기 있는 소요괴는 어쩌다보니 시녀와 눈이 맞아버렸다고 하더구만"
"참 대단하구만 그 짧은 시간안에 생각이 바뀌다니 말이야"
"원래 인간들은 우릴 무서워하거나 적대시 했지.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전혀 그런게 없었네. 이게 다 민준님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안보이는 곳에서 멸시하거나 조롱할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거야."
"가끔 험한 말을 하는 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어찌 되었나?"
"그거 말인가? 우리의 착각이었네. 그 사내도 그렇게 배운 것이지."
"그렇게 배웠다고? 그건 또 뭔 소린가?"
"우리는 요괴라서 건물이 무너진다고 해도 빨리 도망칠수가 있고 그게 아니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않은가? 하지만 인간들은 그게 아니어서 그런지 위험에 대해서 민감했네 그래서 조심하라는 의미로 욕도 하고 강하게 말한 것이지"
"그렇구만. 거기에 대한 오해는 언제 풀렸나?"
"함께 술을 마시며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더군.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현장에만 오면 변한다고 하더군."
'하하 결국 술인가?"
웃으면서 술을 들이키자 말을 하고 있던 여구 라는 요괴 역시 웃었다. 그는 공사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민준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이번 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부들이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인부들 중에는 딸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녀석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재미있게 공사를 한만큼 다시 산월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있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가족들은 그의 결정에 당황했지만 같이 오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산월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고하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이곳에 잡은만큼 일이 끝나고 쉬는 날에는 산월로 찾아가면 되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함께 있고 싶었던 그의 부인과 딸은 이곳으로 이사 오기를 자처했고 민준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친구였던 수는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었다.
"하하 자네도 가끔씩 찾아오면 된다니까. 내가 묵게 될 곳은 이게 아니라 기린이니까"
"이곳이 아니란 말인가?"
"그래 이곳은 공사를 하는 것뿐이고 집은 기린에 마련해주신다고 하셨네. 그러니 기린에 놀러오면 되는 일이지."
"그럼 부담은 덜겠구만. 그리고 자네가 점찍은 놈은 누군가? 나도 한번 구경은 해봐야하지 않나?"
그 말에 여구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는 청년을 가르켰다.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다부지게 생긴 모습을 한 청년이었다. 처음 그가 공사판에 발을 들인건 아버지를 따라서 였는데 그의 아버지가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게 되자 계속 남아 돈을 벌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배운 기간도 오래되어 젊은 나이에 비해 높은 직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남을 무시한 적도 없었다. 물론 목숨이 위험할만큼 큰 실수를 했을 때는 소리를 질렀지만 적어도 욕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모습을 높이 평가한 그는 아직 시집을 못한 딸을 소개시켜주고 싶어 했다.
"난 아직 잘 모르는 만큼 어떻게 평가할 순 없겠지만 확실히 예의바른 것 같구만"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예의는 갖추어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자 여구는 크게 웃었다.
"내가 사람을 허투루 보지는 않지. 그러니 걱정말게나 덧붙여서 딸아이가 싫다고 하면 이야기는 하지 않을걸세. 무엇보다 중요한게 두 사람의 마음이니까 말이야."
"민준님에게 말하면 어떤가? 잘 해줄거 같은데"
"민준님한테 말인가? 흐음..그건 좀 걱정이군..일 벌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말이야."
"나도 그리 생각하긴 하지만 이 문제에는 그분만큼 제격인 사람도 없지. 그러니 맡겨보게나"
친구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여구는 술을 쭈욱 들이켰다.
"어차피 자네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닐테니까 민준님이 생각이 있으시면 모두를 모아서 어떻게 하시겠지"
"아 그것도 그렇구만. 반대로 인간측에서도 요괴에게 딸을 주고 싶다고 한 이들도 있으니.. 그걸 생각 못했네."
"그러니 민준님에게 말씀드리면 알아서 잘 해주실거야"
"한번 말해봐야겠네"
자신들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눈치를 보고 있을게 분명하니 민준에게 말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한 그는 때 마침 자신의 부인과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온 민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음..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긴 그럴만하지. 다들 마음 잘맞아서 일하는게 너무 보기 좋았거든. 아무튼 그 일은 내가 한번 진행해볼테니까 신경쓰지말고 있어봐."
"너무 크게 터트리지는 말아주십시오. 저희가 부담됩니다."
"부담은 무슨 어차피 오늘은 아니고 마지막 날에 할꺼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어깨를 툭툭 쳐준 민준이 웃었지만 왠일인지 무척이나 신경쓰였던 그는 침을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2차 성징.[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