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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 --> 그로부터 몇일이 더 지났다. 혜미와 랑아가 먹었던 납작만두는 아니나 다를까 혹평이었다. 다른 이들도 이건 좀..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자 민준의 말대로 불현듯 떠올랐다. 정말 맛은 볼품없었지만 이상하게 떠오르고 있었으니 당황함을 느낀 혜미와 랑아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에게 납작만두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고 단언했었던터라 쭈뼛거리며 말했지만 민준은 웃으면서 둘의 등을 두드려줄 뿐이었다.
"거 봐라. 불현듯 생각난다고 했잖아."
낄낄거리며 말하는 민준을 보며 랑아와 혜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예미가 납작만두를 먹고 있었다. 이걸 본 두 여인은 배신감을 느낀 것인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예미 너!?"
"너무한거시다!"
"저는 언니들이 이건 먹기 싫다고 하셔서 혼자 온거예요."
"맞아. 예미는 빠르게 인정했거든. 뭔가 끌리는 음식이라고 말이야."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거시다. 이거만 보면 진짜 별 볼일 없는 음식인데.."
육즙이 뚝뚝 흘러내리는 소룡포도 아니고 야채를 잔뜩 넣은 야채만두도 아닌데 왜 이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자 민준은 준비해두었던 만두를 꺼내 금방 구워주었다.
"정말 이게 왜 생각나는지 나도 모르겠어."
자리에 앉아서 민준이 만들어준 납작만두를 보고는 크게 한번 킁킁 거린 혜미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니 하나를 잡아서 입에 넣었다. 오물 오물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려고 했지만 전에 느낀 것처럼 이렇다할 강렬한 맛은 나지않고 무언가 하나 빠진 듯한 미묘한 맛이 느껴졌다.
"다시 먹어봐도 말이야. 아 미안 오빠가 만들어줬는데 이런 말해서.."
"아니야 그거 진짜 미묘한 맛으로 먹는거 맞아. 가끔 떡볶이랑 비벼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자주 먹다보면 그미묘한 맛에 빠지거든"
진짜 별거 없지만 갑자기 떠오르는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한두번 찾다보면 떡볶이랑 버무려서 먹게 된다. 그러다가 찍어먹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민준이 해준 것처럼 본연의 맛을 즐기게 된다. 이게 참 웃긴 일이지만 그 역시도 경험해본 일이었기에 별 말을 하지않고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 새로운 음식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뭘 만드는 거시다."
"비빔국수. 거기에 버무려 먹어도 맛있거든."
"오오 국수! 난 국수도 좋은거시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거시다!"
뭐든 좋아하는 랑아는 국수와 납작만두를 버무려먹는다는 말에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비빔국수에 들어갈 양념장과 여러가지 재료들은 이미 준비해둔만큼 국수만 삶으면 끝이었기에 한뭉터기 잡자 만두를 먹고있던 랑아가 한뭉터기를 더 집어넣어버렸다.
"헤헤..더 먹고 싶은거시다."
"그래 알았다. 많이 해주마. 아 그리고 예미는 어때? 만두 전부 버무릴까 남겨둬?"
"저는 조금만 따로 빼주셨으면 좋겠어요."
"접수했어!"
음식점의 주인처럼 익살스럽게 말하며 국수가 삶아지기를 기다린 민준은 납작만두를 다 먹고 옆에서 기웃거리는 랑아에게 그릇을 차갑게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런건 식은 죽 먹기인거시다!"
요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불을 피우거나 특정 물건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꼬리를 격하게 흔들며 요기를 사용한 랑아는 칭찬을 해달라는 듯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엣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 잘했어. 고맙다."
"이런건 언제든 해줄 수 있는거시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는거시다."
"자 그럼 국수도 다 익은거같으니까 슬슬 해볼까?"
면수는 양념장에 조금 넣은 후 전부 버리고 국수를 그릇안에 넣은 민준은 손끝이 찌릿할 정도로 짜릿한 느낌을 받으며 면을 박박 문질렀다. 이렇게 해야 더욱 쫄깃해지는만큼 정말 박박 문질렀다.
"크하. 손 시려. 진짜 차갑게 만들었네"
"헤헤 오빠 부탁대로 해준거시다!"
"그래 잘했어. 그럼 여기에 양념을 넣고.."
누가 봐도 가장 큰 그릇은 랑아의 것이었다. 거기에는 특별히 더욱 맵게 하기 위해 양념과는 별도로 고추 몇개를 더 넣었다. 그녀를 골탕 먹이는게 아니라 얼큰한걸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맵게 만든 것 뿐이었다. 그리고 랑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맵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릇을 놓지않고 있었다.
"오..이게 이런 맛이 나는구나!"
"이제 알겠지? 양념을 머금은 것은 꽤 맛있다고?"
"응응 맛있는거시다."
"그래도 저는 이 자체가 더좋은거 같아요. 이 묘한 맛에 중독된거 같아요"
"캬. 벌써부터 거기에 맛들린거야? 좋구만"
껄껄 웃으며 새롭게 구운 납작만두를 건네주자 예미는 맛있게 먹겠다는 말을 하고는 활짝 웃었다.
그렇게 국수와 함께 밥을 먹은 그녀들은 시간을 보더니 탄식을 내뱉았다.
"갑자기 왜?"
"저녁시간보다 빨리 먹은거시다.."
"먹으면 혼나던가?"
"그건 아니지만 저녁을 못먹는거시다.."'
"괜찮아. 오늘 저녁은 이거니까"
"비빔국수인거시냐?"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고 조금 있다가 저녁에 배 꺼지면 또 맛있는거 해줄테니까"
"오빠 최고인거시다!"
어느세 다 먹은 랑아는 입가도 닦지 않고 민준에게 안겨서 뺨을 부볐다. 양념이 옷에 다 묻긴 했지만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기뻐서 그런 것인만큼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헤헤..역시 오빠 최고인거시다."
뺨을 부비다가 양념이 옷에 묻은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던 랑아지만 민준이 상관없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옆에 있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베시시 웃었다.
"자 그럼 다 먹었으면 저쪽에 가서 놀고 있어 정리해야하니까."
"응 맛있었어"
"최고였던거시다."
"오라버니 저는 조금 더 고소한 편이 좋은거 같아요."
"그래 만들 때 참고할께"
이렇게 먼저 먹은 이들에게는 맛이 어땟냐고 물어보았는데 랑아의 경우 무조건 맛있다고 해서 솔직히 도움이 안되었고 예미와 혜미가 간에 대해 말해줬는데 오늘은 혜미는 맛있다고 하고 예미는 양념장이 조금 더 고소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남은 국수 한덩이에 양념을 넣은 다음 볶은 깨를 으깨서 넣고 비벼보았다.
"흠..이게 좋을라나"
참기름을 넣는 것도 좋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양념의 매콤한 맛이 죽을수도 있었기에 이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수첩에다 기록을 한 뒤 뒷정리를 하고 식당으로 향하여 비빔국수를 준비하고 있는 시녀들에게 그걸 보여주었다.
"조금 더 고소하게 만들게 깨를 넣으란 말씀이시죠?"
"그래 그게 좋겠어. 덧붙여서 계란말이는 비빔국수랑 같이 먹어야하니까 간을 안해도 되고. 고추는 앞에 놔두면 알아서 가져갈거야."
"네~ 언제나 감사드려요."
"아니야. 다들 열심히 하는데 이런거라도 해야지. 그건 그렇고 백랑이랑 요마는?"
"엄청 많이 느셨어요. 두 분 다 칼질하는데 힘조절을 할 수 있게 되셨으니 이제 재료 손질까지 맡겨도 될 정도예요."
"그거 잘되었구만. 나중에 칭찬해줘야겠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고개를 꾸벅 숙인 시녀에게 손을 흔들어준 민준은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벌렁 누워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즐겼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호감[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