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1/1909 --------------
<-- 호감 --> 민준이 기린으로 떠난지 5일이 지났다. 인부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했고 여인들 역시 그런 인부들을 지휘하며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힘을 썼다. 하지만 요괴들 쪽은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인부로 일하는 요괴들이 아니라 정확히는 요마와 백랑 일행이었는데 그녀들은 의욕이 나지 않는 듯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요리를 배우지 않은건 아니었다. 그 시간에 맞춰서 가기도 했고 배울 때만큼은 열심히 했지만 돌아오면 멍하니 있었다.
특히 밤에 공터에 앉아 달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는데 랑아 역시 활기차게 떠느는게 아니라 무언가 아쉽다는 듯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난 후 돌아온 민준은 여인들과 약속한대로 술과 여러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왔다. 요괴들을 위해서 가지고 온 것은 특별히 없었고 그저 여인들이 좋아했던 과일주를 몇개 가지고 왔는데 그걸 본 랑아와 예미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혜미의 경우 그런 술이 아니라도 잘 마셨기에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잘 지내고 있었어?"
"재미없었던거시다"
'응? 재미가 없었다니?"
"오빠가 없어서 심심했던거시다. 뭔가 허전했던거시다"
민준이 없어서 심심하고 허전했다는 말을 해주자 그는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히힛..이거 좋은거시다"
"그래."
"민준님 저희도 그런 생각 했어요"
"무슨 생각?"
"민준님이 없어서 뭔가 많이 아쉽다고요. 저희는 오래 살았는데도 왜 이런걸까요?"
"그건 내가 알고 있지."
"설마 사랑이라고 하시는건 아니시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안다고 대답하자 백랑은 설마 사랑이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지 경계를 했다. 그러자 민준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으며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아.아파요"
민준이 강하게 두드린건 아니었지만 요기로 두르고 있는 막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자 백랑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미안 미안 너무 웃겨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건 사랑한다는게 아니라 오빠가 생겼기 때문 아닐까? 전에도 말했지만 너희가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잖아. 하지만 외모로 보면 훨씬 내가 더 많아보이지. 거기에 나는 신수랑 흉수들 덕에 너희에게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까. 딱 오빠 느낌 나서 그런거일꺼야"
"오빠요..?"
"생각해봐 지금까지 너희들한테 이런식으로 했던 인간이나 요괴있어?"
"없죠...인간은 민준님이 특이한거고 요괴들은 다른 요괴에게 애초에 신경을 잘 안쓰니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오빠라고 하는 개념이 없는거야. 그런데 내가 이런식으로 해주니까 그런 느낌을 받아서 끌리는거고"
"그렇군요. 그럼 민준님에게 오라버니라고 해야하나요?"
"그럼 기쁘지 동생?"
"네? 도..동생이라니요!"
백랑은 민준을 놀릴 생각으로 오라버니라고 했다. 하지만 민준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동생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러다보니 당황한건 백랑의 쪽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고 이런 일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살랑거리던 꼬리는 쭈뼛거리며 섯고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얼굴 붉어지니까 귀엽네. 앞으로 잘부탁한다 동생."
크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것 밖에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상하게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싶어 민준을 올려다보았던 백랑이지만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푸욱 숙여버렸다.
"언니 얼굴이 빨간거시다. 괜찮은거시냐"
"자..잠깐 더워서 그래."
이상하게 덥다고 느꼈던 그녀가 어색하게 말하자 예미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백랑을 바라보았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졌다면 지금처럼 당황하는 와중에도 어디에 홀린 것처럼 멍한 표정을 해야하는데 그런 것은 없었으니 사랑까지 간건 아니었고 그냥 오빠가 생긴 것에 대한 기쁜 감정에 주체를 못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다..아니 다행이 아닌가..'
혼자 안심했던 예미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만약 민준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였다면 연적이 생기는 것은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미 수십명의 여자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을 제외하고 또 다른 여인이 한명 늘어난다고 해도 문제될게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혼자 이곳에 남아있지 않아도 되고 이야기할 때 조금 더 허울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아쉬워하고 있자 시선을 느낀 백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미야 무슨 일 있니?"
"언니가 부끄럼타는게 신기해서요."
"윽..너..너까지 날 놀리는거니?"
"아뇨..놀리는게 아니라 진짜 신기해서.."
"하아 이게 다 민준님 때문..읍..!?"
노려보던 백랑은 민준이 손으로 입을 막자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떳다.
"민준님 말고 오라버니. 이제 오라버니라고 불러. 빨랑 해봐"
"뭐..뭐라고요?"
"왜 싫어? 요마도 오빠라고 부르고"
"네? 저..저까지.."
"백랑만 부르면 그렇잖아? 그리고 친하게 지내자고 그러는거니까 어서 불러봐"
"오빠라니 전...하아..이게 도대체 무슨.."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라는 말에 어이가 없긴 했지만 한번 불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 용기를 낸 요마는 민준오빠. 라고 불러보았다. 왠지 어색해서 얼굴이 빨갛게 물들긴 했지만 진짜 오빠가 생긴거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말해보면 별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더 편하게 지내보자. 예전부터 그러고 싶긴 했는데 왠지 내가 너희한테 편하게 하자고 하면 공과 사를 구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럼 지금은요?"
"너희가 아니라도 공사현장이랑 주방에 요괴들이 있으니까 너희의 의견을 빼더라도 솔직한 평가가 나올거같아서 그런거지."
"아하. 그렇군요. 그럼 잘부탁해요. 그럼 오빠 저희 동생으로 받아들여주셨으니까..맛있는거 해주세요1"
"쿨럭"
"오오 좋은거시다! 맛있는거 먹고 싶은거시다!"
"바로 이런식으로 나온다는거냐. 방덕한테 잘 배웠네.."
꼬리를 움직이는 것까지 정말 제대로 배운거 같아 머리를 다소 난폭하게 쓰다듬자 요마는 꺄악 하고 소리를 내뱉았다.
"으.알았어요. 오라버니라고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다른 이들까지 오빠라고 하는데 혼자서 안하는건 이상해서 한다고 하자 민준은 씨익 웃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라고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정말 늦었네요.
이제 밤에 올릴 수 있도록 힘내보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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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dolyi 2017-09-11 13:22 new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리수진 2017-09-11 14:48 new
보고가요
-〉 감사합니다.
비틀비틀 2017-09-11 22:25 new
뿅
-〉 뿅!
호감[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