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783화 (1,783/1,909)

-------------- 1783/1909 --------------

<-- 호감 --> 소금간을 한 것까지는 좋은데 움직이는 요령이 없어 제대로 섞이지 않은게 문제였다. 그래서 어떤식으로 냄비의 손잡이를 잡아야하는지 알려주자 그녀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였다.

"이게 말이야. 잠시만 기다려봐."

불은 다시 붙일 수 있으니까 잠시 끈 민준은 자신의 막사로 향하며 완전 낡은 냄비를 두개 가지고 왔다.

"이게 뭐예요?"

"이건 손목을 이용하는 방법을 익힐 때 쓰는 냄비야. 그리고 이 돌은 특별히 주작이 한쪽 면을 태워준거니까 보고 뒤집는 방법을 익히면 돼. 지금 당장 하라는게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연습하라고."

"이걸로 연습하면 되는거예요?"

"응. 일단. 원래대로 하려면 이렇게 원을 그리듯 돌리면 잘 섞여. 보이지?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하려면 음식이 다 떨어지니까 앞 뒤로 움직이면서 손목을 움직이는 법을 익히면 될거야"

"예!"

"그리고 야채를 써는 법도 알려줄테니까 시간 날 때마다 식당에 와서 시녀들을 도와주면서 익혀."

"그렇게 할게요."

여러모로 부족한게 많다고 느낀 두 여인은 민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냄비를 받아들었다. 지금 당장은 이것보다 채소를 써는 법을 익히는게 우선이라 하여 연습해보지 못했지만 모든게 끝나고 난 후 막사 뒤에서 냄비를 가지고 연습해보자 이게 쉬운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냥 돌이었다면 뒤집히는걸 제대로 보지 못했을수도 있겠지만 한면이 새카맣게 탄 돌이다보니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거 어렵네."

"그러게요. 왠지 할 수 있을거 같으면서도 뭔기.."

민준이 하는 모습을 따라 손목을 움직여봤는데 돌들이 밑으로 다 떨어졌다. 그래서 그가 알려준대로 앞뒤로 움직여보았지만 이것 역시 딱히 돌이 움직이거나 하지 않았다.

"오래..걸리겠지?"

"아마도요? 그래도 만드는 게 재미있네요."

민준이 이야기하길 요리를 만드는 걸 도와주는건 강제성이 없다고 했다. 즉 나가고 싶을 때 나가서 배우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부담이 줄었던 두 여인이었지만 냄비에 담긴 돌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 것인지 자주 가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마음같아서는 밤새도록 움직이고 싶었지만 다음 날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연습하는건 안하느니 못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언니들 바빠보이는거시다."

"그러게요. 요리 만드는 법을 배우신다는데 재미있어 보여요."

'하긴 우리는 요리라는게 마땅히 없었잖아? 대충 잘라서 끓이거나 구워서 먹는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건 어쩔 수 없죠. 저희는 지금까지 사냥을 하거나 약탈을 하고 그게 아니면 나무 열매를 따서 먹었으니까요."

만약 인간이었다면 잡내를 없애기 위해 향신료를 쓰거나 하겠지만 요괴들은 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사는 인간들이 무언가를 뿌려먹을 때 그걸 관심있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들과 결혼한 요괴들은 맛을 보고 좋다고 했지만 다른 요괴들은 뭣하러 그리 귀찮게 만들어먹냐고 하여 굽는 것은 잘하지만 간은 제대로 못하는게 지금의 산월이었다. 그런데 민준을 통해 제대로 된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교류를 통해 여러가지 향신료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음식을 만들어먹지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하나 둘 요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린에 가서 배울 줄 알았는데 언니들은 여기서 배우네."

"간단한걸 배워서 그런거 아닐까요? 아저씨나 다른 언니들처럼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했더니 요리 이야기야?"

"깜..깜짝 놀란거시다"

"왜 놀라냐? 난 그냥 온건데?"

숨은 것도 아니고 그냥 걸어와서 말을 건 것 뿐이었다. 인간도 아니고 요괴인 세 여인이 기척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었다. 그런데 랑아는 진짜 놀랐다는 뜻 꼬리가 쫘악 서 있었으니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 민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언니들이 요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왜 기린에서 안배우고 여기서 배우는건가 싶어서."

'그거? 너희들한테 요리만들어주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틈틈히 알려주려고 하는거야. 어차피 기린에서 배우는 것도 똑같으니까"

"똑같은거시냐!?"

"그래 처음에는 기본적인걸 배워야하기 때문에 칼질이랑 냄비를 잡는 법부터 배워야해. 그래야 맛있는 요리를 만들거든"

"그런거시냐! 몰랐던거시다"

"너희는 아직 안배워도 되니까 나중에 관심 있으면 말해."

"나는 먹는게 더 좋은거시다!"

"나도 귀찮아."

"저는 나중에."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2차 성징이 일어난 후에 배워도 된다고 생각한 예미가 웃자 민준은 그녀의 머리도 쓰다듬어 준 다음 막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랑아가 옷을 덥석 잡았다.

"우리도 조금있으면 자는거시다! 그 전에 노래 듣고 싶은거시다"

"듣고 싶다고? 그럼 중앙 공터로 가자."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직 안자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모두에게 들려주려는 듯 막사 중앙에 있는 공터로 간 민준은 의자에 앉아 기타연주를 시작했다.

작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어느세 대화를 멈추고 막사 입구의 천막을 걷어 민준의 기타소리가 더 들릴 수 있도록 했다.

잠을 자야하는 시간인만큼 노래 선곡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곡들이었는데 다들 불만이 없는 듯 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크게 울리는게 아니라 작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덕분에 민준은 1시간 가량 짧은 연주를 끝내고 모두에게 잘자라고 해주었고 랑아와 예미, 혜미도 푹 잘 수 있다는 듯 막사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어제 민준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뭔가 애잔하면서 좋았다고 이야기하며 식사를 했다. 백랑과 요마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주방에서 시녀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재료를 씻고 손질하는게 전부였지만 많은 양을 만들다보니 어떤걸 어떤식으로 손질하는지 바로 바로 익힐 수 있었다.

"하아..이게 이렇게 힘든 작업일줄이야.."

"수고하셨어요. 원래 처음이라 그런거예요. 하다보면 익숙해지실거예요."

도움을 받은 시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차를 건냈다. 피로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는 차였는데 한잔 마신다고 피로가 말끔하게 풀리는건 아니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차였다.

"정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체계적이네요."

"이게 다 민준님께서 제안해주신거예요."

"저희가 이렇게 하나씩 익혀서 위쪽으로 가면 다른걸 배우고 그렇게 주방장이 될 때쯤에는 모든 걸 익히게 되는거죠. 물론 거기서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제가 노력해야하지만 예전처럼 여러가지를 한명이 하지 않아도 되서 좋은거 같아요."

"그런데 재료손질은 왜 막내들만 하는게 아니라 다 함께 하는거야?"

"그건 어떤게 좋고 나쁜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처음에는 모르잖아요? 그렇게 익숙해지면 새로 들어온 시녀들도 보는 눈이 생기니까 요리를 만들 때 편해져요"

"역시 어떻게든 민준님의 입김이 들어갔구나. 대단하신 분이야"

"그럼요. 덕분에 많은게 바뀌긴 했지만 그만큼 제 자부심도 올라간걸요"

요리를 맛있게 할 수 있게 된 것에 자부심을 가진 시녀가 말하자 대단하다는 듯 웃은 두 여인은 민준이 있는 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 그악

호감[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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