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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 --> 랑아가 일어날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의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운을 회복했기에 주눅들지 않고 여인들과 함께 노닥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잘 하고 있나 확인하고 요괴들의 고충을 들어주려고 했던 민준이었지만 비가 계속 내려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너무 할게 없다보니 인부들이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민준이었는데 요괴들도 자리에 껴서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했다. 원래 사람에 대해 나쁜 인식이 있던건 아니었지만 자신들보다 아래것이라는 인식이 머리 깊숙히 뿌리 내리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그 인식은 차츰 바뀌어 동업자라는 느낌까지 나게 되었다.
물론 몇몇 완강한 요괴들은 아직까지 인식이 바뀌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요괴들은 그들을 인정하고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대하였다. 이렇게 되자 인부들도 마음에 문을 열고 이것 저것 가르쳐주었는데 정보를 기록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요괴들은 사실 기록을 거의 하지 않았다. 몇백년. 길게는 천년도 넘게 살고 망각이라는 것이 없는만큼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지식을 알고 있는 요괴가 자리를 비우거나 돌연 사라져버리면 그만큼 고생하는 것은 남은 요괴들의 몫이였다. 그래서 구전으로 전하는게 아니라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요괴들은 인간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헤..이렇게 친한 모습을 보니 좋은거시다"
"그러게요. 내심 친해졌으면 했는데.."
산월의 영역이 침범하며 죽임을 당한 인간들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요괴들의 마음에 들어 같이 살게 된 이들도 있었다.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었지만 심성이 고운 이들도 있어 함께 놀고 싶었던 랑아였지만 다른 요괴들이 그래선 안된다 하여 내심 서운했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요괴들이 많아지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다는 듯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었다.
"그러고보면 언니 아까 민준이랑 둘이 있을 때 무슨 노래 들었어?"
"모르는거시다!"
"몰라...?"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랑아를 보며 물어본 혜미도 궁금한 듯 귀를 기울인 예미도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르는건 모르는거시다. 이쪽 언어가 아니었던 거시다. 그렇다고 기린의 언어도 아니었던거시다."
"아! 그거 무슨 말인지 알거 같아요."
"오오 소복연 내 말을 이해한거시냐! 너밖에 없는거시다!"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던 랑아는 소복연이 옆에서 거들어주자 더욱 격하게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예미와 혜미의 시선이 소복연에게로 향했다.
"민준님께서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는건 들어서 알고 계시죠?"
"아 그랬지. 그랬던 기억은 나"
"그래서 가끔 노래를 부르시다 심취하시면 원래 세계의 언어로 부르실 때가 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기타의 경우 번역을 해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잊어버리시고 그냥 연주를 하시는거죠."
"그럼 랑아언니는 언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들은거야?"
"네. 그런데 뜻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좋은 노래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가끔 민준님에게 노래를 들려달라고 부탁할 때 번역이 안된 상태로 들을 때가..혜미님?"
자리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던 혜미가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한 소복연이 그녀를 불렀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는 어느센가 민준의 손을 붙잡고 막사로 오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나도 들어보고 싶어서 말이야. 어차피 지금 하는 일도 없으니까 괜찮겠구나 생각해서."
막사에서 노는 랑아들과 다르게 중앙에서 인간과 요괴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던 민준이었지만 혜미의 등장으로 잠시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왔다. 이 모습이 흡사 연락이 안되는 남편이 걱정되서 찾아온 새색시 같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게 예의였기에 사람들과 요괴들은 얼른 가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서 왔는데 무슨 일이야"
"혜미님 자초지종도 설명 안하셨어요?"
"아 깜빡해지. 민준 나 기타연주 듣고 싶어."
"잠시만. 술을 마시다 와서 목이 칼칼한게 물 좀 마시고.."
한참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탓에 목이 칼칼했던 민준은 물을 벌컥 벌컥 마신 뒤 기타를 소환했다. 흑월의 도움으로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 덧붙여서 번역기능도 있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민준은 그 기능을 키려고 했는데 혜미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지금이 아니야. 그냥 들어볼래"
"그냥..? 갑자기?"
"랑아언니가 그렇게 들어봤다고 해서 궁금한 김에"
"그렇구만"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를 불렀다. 가끔 지나가며 그가 원래 세계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걸 듣긴 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혜미는 집중하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눈에 힘을 주지말고 긴장 풀어. 힘줘서 들을 노래가 아니니까"
만약 지금 부르는게 메탈같은 부류였다면 같이 미치자고 할 수 있었지만 민준이 부르는 노래는 감미로운 곡 위주였다. 그래서 긴장을 풀라고 말한 민준은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를 시작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임은 분명했지만 왠지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곡이라 고개를 끄덕이자 민준은 씨익 웃었다.
"이 노래는 얼마든지 속도를 바꿀 수 있는데 랑아랑 있을 때는 졸려보이길래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부른거야. 이게 원래 맞는거고"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게 좋다..다른 노래 더 없어??"
"있지 왜 없어?"
당연히 준비된 노래가 있다고 말하며 웃은 민준이 계속해서 노래를 하자 랑아는 역시 좋다고 말하며 히죽거렸고 예미는 더욱 사랑에 빠졌다는 듯 애틋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소복연의 경우 저게 자신의 남자라고 자랑하듯 뿌듯했지만 혜미는 전혀 신경쓰지않고 오직 민준이 부르는 노래에 집중했다.
"후우..잠깐만 기다려. 오래 걸릴거 같으니까 우리도 먹을걸 가지고 오자."
빗줄기는 옅어졌지만 아직까지 내리는 중이었고 기타연주는 1시간은 더 할 거 같아서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확실히 좋네."
언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뜻 또한 이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좋았던터라 칭찬을 아끼지 않자 마치 소복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몇곡 알려주자 혜미는 그 노래도 들어봐야겠다고 말하며 눈을 번쩍였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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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령화객 2017-08-17 10:48 new
저희독자들은 작가를 죽이지않아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방도드리죠 나올수없는 사소한 불편은있지만 감수하시겠죠
-〉 방세만 안정되면 얼마나 좋을까 흑흑
Baramdolyi 2017-08-17 12:19 new
이제 먹을때가 됐다!
-〉 하하하ㅏ
소드아트 2017-08-17 13:55 new
원고료쿠폰20장드렸으니 5연참만히시죠
-〉 쿠폰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참..헣허
ki소운 2017-08-17 16:17 new
@4연참 4연참으로합시다
-〉 살려주세여
Mable Fantasm 2017-08-17 20:03 new
@작가를 죽이거나말려죽이거나 아사시키거나하지않는다. 단지 행동의제약이좀 붙는것뿐이지....후후후
-〉 세상에 무서운 소리가..
검은날개의소년 2017-08-17 21:06 new
떡밥이 너무 많죠
-〉 으..악....
호감[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