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768화 (1,768/1,909)

-------------- 1768/1909 --------------

<-- 호감 --> 공사가 시작된지 한달. 그 동안 비가 온 날은 5일이었다. 눈 앞이 안보일 정도로 퍼붓진 않았고 보슬비 정도였지만 작업은 전면 중단되어 인부들은 모두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고작 이런 비로 쉰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안전을 강조하는만큼 요괴들도 나름대로 쉬면서 피로를 풀었다. 다만 휴일과 다른게 있다면 일정지역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과 매 시간마다 조를 정하여 순찰을 돌아야한다는 점이었다.

비가 오면서 공사현장이 무너질수도 있고 수로가 막혀 물이 역류할수도 있었으니 그걸 피하기 위해 순찰을 도는 것이었다. 반장들이 수시로 점검하긴 하지만 언제 무너지는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이렇게 순찰을 돌게 바꾼 것이었다. 또한 순찰을 나가기 전에는 술을 마시는 것도 금지였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한창 즐기다가 중간에 빠져나오면 대충 둘러보고 나오는만큼 순찰을 돌기 전 술을 마시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했다.

이것만 제외하면 푹 쉴 수 있었던만큼 인부들은 비를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부족한 잠을 자거나 자처해서 물길의 보수를 하며 순찰시간을 대기했다.

"요괴들을 잘 적응하고 있나?"

"예 뭐...그렇긴한데 산월에 있는 인간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많이 다른거 같습니다."

"헐헐 그야 민준님이 아주 신경을 써주니까 그런거지. 우리도 처음에는 자네와 같은 반응이었다네."

"이곳이..특별한 것입니까?"

"그래. 인부들을 착취할수도 있는데 그런 일은 전혀 하지 않았고 녹봉도 넉넉하게 주고 있으니 할맛나는게지. 대신 다치면 불같이 화를 내시지."

"건물이 무너진 것보다 더 말입니까?"

"그래 민준님의 말을 빌리자면 건물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지. 감동 먹었나? 우리도 처음에 감동을 먹었다네."

"대하다보니 속을 알수는 없지만 깊은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사람들을 아낄 줄 아는 분이지. 특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하시면서 매번 개선을 하기 위해 힘쓰시는 분이야. 물론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거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세."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점이 더 많으니 사람들의 얼굴이 밝은거 같습니다."

"그렇지. 거기에 인부로 일해도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게 좋은걸세. 특히 쉼터에도 갈 수 있다는게 가장 좋은 일이지"

"쉼터면..그 진류에 있는 것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거기 말이지. 덧붙여서 다른 병사들이나 관리들도 멸시를 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네 덕담을 해주었지.."

민준이 허용했다고 해도 밑에 있는 관리들이나 병사들은 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안보이는 곳에서 그들을 핍박하거나 멸시할수도 있었는데 그런 짓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수고했다고 앞으로도 더 좋은 집을 만들어달라고 할 뿐이었다. 여기서 민준을 따르는 사람들의 됨됨이를 알게 된 인부들은 부담없이 쉼터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뭐 그래서 동기부여도 되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 것이지. 여긴 괜찮구만. 그럼 다른 곳으로 가세."

"네."

요괴 반장은 지금 노인과 함께 순찰을 하면서 건물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매듭은 잘 묶여 있는지 비때문에 땅이 약해져서 기둥이 기울어져 있지 않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요령을 알려주자 요괴는 잊지않겠다는 듯 몇번이고 물어보며 확인을 했다.

순찰이 다 끝나고 나자 두 사람은 보슬비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젖어버렸는데 기다리고 있던 시녀가 따듯한 차를 건네주자 그걸 마시며 밖을 바라보았다.

"이거 몇일동안 내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그 동안은 아무것도하지 않는다네. 거기에 비가 그쳤다고 해도 땅이 굳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니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은 더욱 늦어지겠지."

"엄청 지루하겠군요."

이렇게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3일이 넘어가면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되니 요괴가 내심 걱정을 하자 노인은 괜찮다는 듯 껄껄거리며 웃었다.

"한 이틀이 지나면 지루함은 느낀 녀석들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네. 그래서 다들 손재주가 좋아진 것이지."

"도면을 보고 무언가를 하지는 않습니까?"

"그건 절대 안되는 말이네 물론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수도 있지만 이미 도면대로 만들기로 한 걸 바꾸었다가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사전조사가 철저히 필요한 법이지."

도면을 보며 토론을 하다 원래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올라 민준에게 보고한 적이 있었다. 다만 도면을 수정하려고 했더니 처음부터 다 뜯어고쳐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준비를 하는 도중이었으면 모를까 한창 공사를 하는 도중에 무너뜨릴 수 없었기에 인부들은 그 뒤로는 의견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사전조사를 끝내고 토론할 때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공사를 할 때는 내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럼 저희는.."

"하하 자네들은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까. 아마 다음 쉼터를 만들때는 의견을 물어보냈지."'

아직은 신입이라 아무것도 모르는만큼 혼란을 주지않기 위해 일부러 빼버렸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미묘했다.

"자네야 이미 실력은 다른 반장들을 앞지르고 있으니까 그렇게 불만을 가질 수 있게지만 다른 요괴들은 차근 차근 배워가는 중이지 않나? 이렇게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낄 때는 가만히 두는게 좋다네. 민준님이 자네한테만 물어보는건 아닐테니 말이야"

"아. 그렇군요.."

자신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 다른 요괴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진 그는 머리를 긁적이자 노인은 껄껄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지금 이렇게 실수를 깨닫는게 중요하네 나중에는 고집이라는게 생겨서 쉽게 바뀌지 못하거든."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꼭 명심하게. 자네는 건축계의 한획을 그을 요괴네. 그런데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되면 사람들은 전부 떠나게 된다네."

몇달 가르치진 않았지만 흡수력이 빠르고 이해 역시 빠른 그를 보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준 노인은 절대 거만해지지 말라는 말을 당부하며 웃어주었다.

"그럼 저는 돌아가보겠습니다."

"푹 쉬게나. 그리고 자네가 요괴랑 인간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민준님을 잘 도와주게"

"걱정마십시오 그럼 어르신도 쉬십시오"

인사를 꾸벅한 요괴가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자 노인도 방으로 돌아갔다.

"왔나?"

"이거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게 얼마나 마신겐가?"

"저녁부터 먹었으니 한 4시간 되었나? 그래도 고주망태가 되지는 않았네"

"이래서 내일 순찰을 갈 순 있겠나?"

"하하 당연하지 그것보다 자네도 마시게. 내가 인간들에게 들었는데 이렇게 쉬는 날이면 다음날 민준님께서 소고기국을 해준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소고기국 말인가"

"그래 그거. 그러니까 그 맛을 보기 위해서는 적당히 취해야하지 않겠나?"

"그건..그렇구만.."

민준의 소고기국을 먹어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미 맛본만큼 숙취가 풀릴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한 그는 다음날 순찰 시간을 확인한 다음 자리에 앉아 요괴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돌아왔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호감[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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