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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 -->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특색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온 소녀들은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특히 좋아한건 랑아였는데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고 맛이 달랐으니 신기하게 생각했다. 땅이 넓어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고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다르다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함께 간 네명의 요괴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지역을 옮겨다니려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달까지 걸렸다. 거기에 산적을 만나거나 호랑이나 늑대같은 맹수를 만나면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교류는 자연히 끊기게 되었고 지역마다 맛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괴들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어 이런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지역마다 다른 맛을 내는게 좋다는 듯 꺄르르 웃을 뿐이었다.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고 관심도 없어보여서 깊게 설명하지 않은 민준은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음 꼭 씻으라고 하고 사흉수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늑대를 빌릴 때 약속을 한게 있는만큼 그걸 지키기 위해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움직이자 맹획은 아직 함께하고 싶은지 달려와서 손을 덥석 잡았다.
"같이 가게?"
"헤헤..언니들이랑 있는거도 좋아!"
"저..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친해지고 싶기도 하고..그게.."
"예미가 가는 거시면 나도 가는거시다...하지만 언니들 무서운거시다.."
"그건 아는데 그녀석들이 화를 내는건 아니니까 딱딱한 경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우우.."
흉수들이 아무것도 안했다고는 하나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기운때문에 소녀들은 그녀들을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 중간 딸꾹질도 하고 벌벌 떨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게 사흉수는 사신수와 다르게 기운을 감추는 법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감추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몇백년간 괴물들을 잡으며 생활하면서 기운을 숨길 이유가 없었고 기운을 내뿜는게 괴물들을 유인하는 길이다보니 감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녀들도 인지하고 있어 산월의 요괴들이 말실수를 한다고 해도 딱히 문제삼지 않았는데 국어책 읽듯이 딱딱한 경어를 쓴 랑아만큼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민준에게 그녀에게 긴장을 풀어도 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같은 급도 아니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이에게 다른 요괴들에게 하는 것처럼 말을 해도 된다는 말을 전해봐야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이미 선례로 다른 요괴들은 그녀들을 언니로 부르고 있었으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럴 용기가 조금 많이 필요할 뿐이었다.
"혜미 너는?"
"나는 조금 피곤해서 잘래."
"그래 수고했다."
"아 맞어.. 그리고 저녁에 시간 되면 정자에서 봐. 물어보고 싶은게 있으니까."
"알았다"
손을 흔들고 흉수들에게 향하자 혜미는 그대로 돌아가서 잠을 자버렸다.
"후아암.."
"맛있는거 만들어! 아니면 용서 안할테니까"
"제가 오라버니에게 늑대 빌려준건데 왜 언니가 생색내세요. 그리고 그러면 이 아이들이 더 무서워하잖아요"
"아앙? 내가 생색을 내다니? 저놈이 잘 찾아오지않으니까 한마디 한거잖아. 너희도 그건 불만이라며?"
"그건 그렇지만.."
민준이 바쁜건 이해했다. 그래서 찾아오지 못하는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마디 하자고 합심한 것과 다르게 아무도 나서지 않자 도철이 한마디 한 것이었다.
"그게..이상하게도 말이야. 안올 때는 서운하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이렇게 보고 있으면 아무런 말도 안나온단 말이지."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던 도올이 활홀한 표정으로 말하자 도철은 혀를 찼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떨고 있을꺼야 너희는?"
"아.아뇨 그게 그러니까."
'저..저희는 괜찮은 거시...겁니다.."
"너는 말투가 특이하다 들었는데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이냐?"
'아..아니요 그게..어..."'
예의를 차리는 중이라고 말하려고 했던 라아는 문득 민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그래서 용기를 낸 그녀는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도올과 도철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고 궁기는 이해한다는 듯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가 기운을 감추는 법을 잊어버려서 더욱 그럴거야. 그렇다고 해도 너희를 해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마."
만약 그녀들이 그렇게 하든 다른 요괴들이 그렇든 민준을 해하려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황룡언니가 강림할게 뻔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거기에 따라 웃은 랑아는 궁기의 온기를 느끼며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자 먹어. 이번에 만든건 사천식 볶음국수이야."
"사천식?"
"아..그러고보면 오라버니꼐서 여러 지역에 다녀오신다고 하셨죠? 사천이 그런 곳중에 한 곳인가요?"
"응 지역마다 특색이 있거든. 이건 예전에 알려준거 같은데.."
랑아와 예미와는 다르게 데이트를 할 때 자세히 알려준 적이 있었던터라 거기에 대해 물어보자 갑자기 생각난 듯 혼돈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그게 들은 기억은 있는데 그 때 당시에는 마냥 좋아서 웃고 있다보니...헤헤.."
그 떄의 일을 떠올리면 관계를 가진 것, 민준이 달콤한 노래를 불러준 것, 평소보다 더욱 끈적한 애정행각을 한 것 등이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물론 사랑한다는 말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다른 기억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주눅들지 말고 괜찮으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활기를 찾은 혼돈은 활짝 웃었다. 이 모습을 보며 어딘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 랑아는 아주 조금 그녀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우와 맛있네!"
"민준 한그릇 더!"
"맛있어요."
"뭐 그렇게 빨리 먹냐?! 기다려봐 늑대꺼도 만들어줘야하니까"
'아우 아우!!!"
맞다는 듯 크게 울자 가장 빨리 먹었던 도철은 혀를 찼다. 그냥 날고기를 던져줘도 좋아하지만 적당히 익힌 것도 좋아하는 늑대였기에 특별식으로 소고기를 큼지막하게 굽는 중이었다 처음에 도철은 왜 자신들은 면이고 늑대만 소고기냐고 따졌지만 만들었던 사천식 볶음국수에 다 들어있던만큼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매운맛도 오래 지속되는게 아니라 한번 왔다가 가는만큼 버틸만 해서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자 먹어"
"아우~~~"
맛있게 먹겠다는 듯 크게 울자 민준은 다시 사천식 볶음 국수를 만들어서 그녀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음식을 다 먹었을 때 쯤 랑아의 말투는 평소대로 돌아가 있었다. 한번 말하는 것이 힘들뿐 말하고 나면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만족한 흉수들이 방으로 돌아가고 난 후 시녀들이 뒷정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자 민준은 마지막 재료들을 가지고 볶음국수를 만들었다.
"저..민준님? 갑자기 국수는 왜.."
"너희들 먹으라고. 그리고 가져다 줄 사람도 있고 말이야."
"가..감사합니다!"
다 먹은 것을 치우면 얼마나 맛이 궁금하겠는가? 그래서 나누어 먹으라고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준 민준은 따로 빼둔 그릇에 새로 만든 볶음 국수를 넣고 천으로 봉인한 후 정자로 향하자 그곳에는 혜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킁킁..뭐야 이거?"
"아까 아이들이 먹었던거. 너도 먹어보라고. 그리고 왜 부른거냐?"
"사랑이라는게 뭔지 궁금해서."
솔직하게 말하자 민준은 놀랍지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먹어. 먹고 나서 이야기하게."
하지만 이야기는 국수를 먹고 난 후라는 듯 그녀에게 내밀자 혜미는 그릇을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ㅂㄷㅂㄷ...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ㅂㄷㅂㄷ...
완결을 찾지 말라니..
호감[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