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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 --> 황룡과 민준의 허락을 받은 이후 요괴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활을 했다. 원래는 어떻게 구미호가 되었나? 어떻게 더 높은 급의 요괴가 될 수 있나에 대해 배워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언제든 와도 된다는 말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생활하게 된 것이다.
백랑의 경우 민준의 요리를 먹고 난 후부터 요리에 관심이 생긴 것인지 식당에서 요리를 배웠고 요마의 경우 여러가지 지식이 담겨져 있는 서고에 틀여박혀서 책을 읽는 걸 좋아했다. 랑아, 혜미, 예미는 그저 따라온 것뿐이었으니 큰 생각이 없는 듯 평소와 같은 생활을 했는데 많은 이들과 친해진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암. 역시 이렇게 할 일 없는 날이 가장 늘어진다니까."
그렇게 다들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을 때 민준은 일정이 비는 것인지 정자에 누워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지금 흉노에서 사람들이 찾아왔고 2달 뒤면 오환에서 사람이 찾아올 것이며 흉노와 오한에 농사를 가르칠 인원을 보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느긋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민준에게도 나름 이유는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찾아온 이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건 자신이 아니었다. 그러니 굳이 끼어서 감놔라 배놔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농사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자신보다 더 전문적으로 배워온 이들이 가는만큼 걱정이 없었다.
"뭔가 느긋하시네요"
"넌 또 도서관이냐? 대단하네."
"대단하긴요. 이곳에 있는 책들이 더 대단하죠. 게다가 정리도 잘되어 있어서 보기 엄청 편하네요."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산월에는 책이라는게 없던가?"
"있긴 해요. 저희쪽으로 온 인간들이 가지고 온 것들이요. 다만 그건 한정적이고 제가 대족장이 된지도 한 100년쯤 지났으니까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었죠. 아 거기에 대해서 또 재미있는걸 발견했어요."
"재미있는거?"
"네. 제가 100년에 읽었던 동화가 지금과 많이 다르다는거예요."
"어떻게 다른데?"
민준이 물어보자 요마는 신이 나서 차이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평소 차분한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었는데 그만큼 책을 읽는걸 좋아한다고 생각한 민준은 조용히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100년전에는 잔인하게 죽었다고 하던 사내가 여기서는 죄를 뉘우치고 주인공을 도와준다거나 사냥꾼이었던 적이 황건적으로 나온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시대가 달라지면서 바뀌는거겠지. 그리고 그걸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니까 같은 책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어쩐지 똑같은 책이 여러개가 있던데 다 다른거였어요?"
"같은 작품을 놔두는 건 신상이나 인기작품들만 그런거야. 그리고 나중에 인기가 사그라들면 자연스럽게 책방에 팔고 한권만 놔두지. 안그러면 서고가 터질껄?"
"그건 그렇네요. 그럼 다른 것들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그렇게 해. 그리고 어느 것이 정답은 아니니까 무조건 이 사람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말고."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예요?"
"책을 읽다보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잖아. 그게 맞는거니까 니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해서 주눅들지 말라는거야"
"그런 뜻이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가끔 책사들이 들어가는 방은 뭔가요? 거기에는 뭐가 있는거예요?"
"기밀문서. 뭐 기밀이라고 해봐야 병법서 같은거야. 그런걸 따로 빼둔 이유는 가지고 도망치기 쉽게 해놓은거고 만약 가지고 도망칠 수 없다면 적이 못읽게 하려고 설계를 해둔거야."
"바닥에 불구덩이라도 있나요?"
"그러면 좋겠지만 불이 밑에 있으면 화제가 날수도 있으니까 먹물이 잔뜩 풀어진 큰 연못을 만들어놨지. 근데 지금 와서는 필요가 없는것같다."
언젠가 다시 전쟁이 날 때를 대비한 것이지만 모두를 데리고 떠나려는 마당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아도 해서 웃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책사진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방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전쟁을 안하고 있긴 하지만 책사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를 해야하고 그게 아니라도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서로 설전을 하다보니까 저런 자료들이 계속 필요한거야"
"왠지 그 말씀은 민준님은 잘 모르신다고 하는거 같은데.."
'하하 들켰나? 알려달라고 하면 다들 신이 나서 가르쳐주기는 하는데 어렵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안배우고 있지"
"그렇구나..저는 배워보고 싶은데."
"그럼 내가 부탁이라도 해볼께. 말나온 김에 지금 가보자."
때 마침 설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녀를 데리고 회의실로 향한 민준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설전에 관심을 가져주는게 기쁜지 책사진들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잘되었네. 그럼 잘 봐"'
"어디가요 민준?"
"난 이제 다시 정자에."
"정자에요? 지금 아무것도 일이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선약 있어요?"
"아니 없는데?"
"그럼 뭐예요? 우리랑 있기 싫다는거예요?"
도끼눈을 하며 다가오는 제갈량을 보며 민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 그건 아니었지만 설전을 하는 여인들의 옆에 있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일부러 빠져주려고 한 것인데 이게 독이 된 것인지 책사진들의 분노를 사버렸다. 정말 머리 끝까지 화가 난건 아니고 삐지는 정도였지만 이것만 해도 풀어주는데 애를 먹는만큼 민준은 황급히 말을 돌리며 자리에 앉았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보고 싶어. 응 꼭 보게 해줘"
"정말..특별히 보게 해드리는거예요?"
내심 봐주었으면 했지만 민준이 이렇게 말하자 생색을 내듯 말한 제갈량은 자리로 돌아가 설전을 한 준비를 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야. 괜찮아. 가끔씩 이렇게 보기도 하니까."
원래는 그 날이 오늘이 아니라는게 문제였지만 이런건 말해봐야 독이 되는 만큼 웃을 뿐이었다. 괜히 더 미안해졌던 요마는 어쩔 줄 몰라했지만 민준은 그녀의 귓가에 정말 괜찮다고 말해주며 안심을 시켰다. 만약 이게 평범한 여인이라면 작업을 건다고 착각할수도 있었겠지만 요마는 요괴였다. 혹자는 요괴나 여자나 작업은 똑같은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요마는 지금 귀와 꼬리를 내놓고 있는 상태였다. 즉 속마음이 들어났다는 말이었다.
랑아나 백랑처럼 무슨 일에도 바로 반응하는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곤란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는 감정이 들어났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그녀가 잘못했다고 착각하고 있어 그걸 풀어주었다는 걸 이해한 여인들은 민준이 요마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음에도 질투를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하죠."
가후의 말에 설전은 시작되었고 무려 12시간이나 지속 되었다.
"하아..역시 피곤..넌 안피곤한가보네?"
"정말 최고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가 있죠? 거기에 예의까지 갖추고..대단해요."
서로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상대방의 실수를 끌어내기 위해 도발을 하거나 수치스러운 말을 했지만 상대 역시 태연하게 넘기고 받아치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요마는 다음에도 꼭 경청해야겠다고 했고 여인들은 민준과 꼭 같이 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하.."
싫다는 말은 할 수 없었던 민준은 왠지 몇일간 고생할거 같아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여 담배를 입에 물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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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dolyi 2017-07-30 03:02 new
넵 푹쉬쉬고 돌아오세요.
-〉 돌아왔습니다.
호감[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