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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 과일주를 마신 랑아, 혜미, 예미는 취해있었다. 쓴 맛이 강했던 다른 술과는 다르게 달콤한 과읠의 맛이 나는 것이라 한잔씩 홀짝이다보니 어느세 술에 취한 것이었다. 활기찬 랑아였던터라 난장판을 만들거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조용했다. 아니 잠을 잤다. 혜미의 경우 빙글 빙글 돈다고 했고 예미는 그동안 마음에 쌓여있던걸 풀어내는 듯 이것 저것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랑아가 물어본 내용들이었지만 그녀는 내심 자신이 물어보고 싶었다는 듯 물어보았다. 여기서 그녀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민준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자 세명의 소녀는 어제의 일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랑아는 자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듯 웃었지만 혜미와 예미는 전날의 일을 듣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예미의 경우 소심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혜미까지 이럴 줄은 몰랐던 민준은 꽤나 놀란 듯 눈을 깜빡 거렸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그가 착각하는게 하나 있었다. 혜미는 싸움을 좋아하고 당당한 것일뿐 그 나이 때 여자아이였다. 즉 부끄러움을 모르는게 아니란 말이었다. 그러니 기억이 끊겼을 때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끄러워하는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정말 제정신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을...하아.."
어떻게 그런 말을 잘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예미가 한숨을 내쉬자 민준은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원래 처음에는 자신의 주량을 모르는 법이야. 차츰 차츰 알아가는거지."
"그건 그렇고 오빠..머리가 아픈거시다..."
"아 참.니가 제일 많이 마셨구나. 잠시만 기다려봐"
국밥을 만들 준비를 하려 했는데 전날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던 소녀들이 찾아온 탓에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민준은 꿀물을 태워 그녀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미지근한 꿀물이 들어가자 조금은 진정이 된 듯 한숨을 내쉰 랑아였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듯 칭얼거렸다.
누군가에게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처음으로 숙취를 겪는만큼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한 민준은 세 소녀가 먹을 소고기국을 만들었다. 3인분정도 되는 양이라 금방 만들 수 있었는데 그녀들은 뻘건 국물에 거부감을 느낀 듯 흠짓 떨었다
"왜 그래?"
"이거 매운거시다. 분명히 매운거시다아"
소녀들은 진류에 있을 때 시뻘건 국물이 있는 탕을 먹은 것이 있었다. 마라탕이라고 해서 매운 맛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었는데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동탁의 음식을 호기심에 한입 먹어보았다가 하루종일 고생했던터라 시뻘건 색을 보면 움찔거릭 되었다. 그런데 지금 민준이 내어준 탕은 시뻘건 색의 탕이었으니 먹을 엄두가 나지않은 세 소녀는 서로 먼저 먹어보라는 듯 시선을 보냈다.
"안 매워. 그거 먹고 매우면 내가 소원 하나 들어줄게"
'소원!? 하지만 오빠한테 부탁할 것은 없는거시다."
"으음..그렇지? 대련은 다른 언니들한테 부탁하면 되고.."
"저는....그게..제가 먹을게요!"
민준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었던 마음이 컷던 예미는 용기를 내서 한입 먹어보았다.
그 순간 입안에서는 온갖 야채들의 맛과 속을 풀어주는 국물의 맛이 혀에서 춤을 추듯 퍼졌다. 덕분에 긴장이 풀린 예미는 자신도 모르게 흐응~ 라는 신음소리를 냈다. 야릇한 소리가 아닌 정말 기쁨에 찬 목소리였던터라 놀란 랑아와 혜미는 눈을 깜빡거렸다.
"마시써요"
"맛있어?"
"맛있는거시냐!?"
"네 마시써혀"
입안에 다시 한 숟갈 크게 떠서 넣은 예미가 말하자 두 소녀는 정말로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랑아나 혜미는 입안에 음식을 넣고 말한 적이 있지만 예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입에 넣고 말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국을 크게 떠서 먹어보았다.
"흐에에 뜨거워"
"흐거운 거히댜"
국밥인만큼 뜨겁게 만들어서 주었던 민준은 식혀서 먹으라고 했고 소녀들은 후후 불어서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덕분에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던 그는 숙취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소고기국을 만들었다.
"으...국..소고기 구욱.."
"소고기국을 내놔아아.."
비틀거리며 들어온 것은 조운과 마초였다. 두 여인은 여포와 동탁에게 잡혀 술을 진탕마셨기에 지금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뒤로 따라 들어온 것은 술내기를 했던 병사들이었다.
술먹고 난 다음날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휴일이었고 눈을 뜨면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 일찍 민준이 만들어준 국밥을 먹은 다음 다시 잠을 자거나 쉬면서 보냈다. 그러니 지금부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밀려올 것을 예상한 민준은 고기를 굽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모든 걸 넣고 끓이면 되는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소고기를 먼저 볶은 다음 고추가루와 함께 볶고 거기에 육수를 넣고 무우와 대파등을 넣고 끓여야하는 것이었다.
"크..이 냄새가 진짜.."
그냥 고기를 굽는 냄새가 아닌 고추가루와 함께 볶아 톡쏘는 매운맛이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이렇게 매운 향은 육수와 무, 다른 야채들을 넣으면서 중화되니 얼른 국을 먹고 싶다는 분위기였다.
"푸아! 맛있는거시다!"
사람들이 소고기국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사이 큰 대접을 들고 먹었던 랑아는 다 먹었다는 듯 빵빵한 배를 어루만졌다. 처음으로 소고기국을 접했을 때 모두가 했던 반응을 보여 실소를 내뱉은 사람들은 자신들도 해장을 하고 싶다는 듯 주방을 바라보았다.
"호엥? 술먹고 힘들다면서 왜 술을 꺼내둔거시냐?"
밥을 다 먹고 나니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던 랑아는 자신과 똑같은 아니 더 심하게 골골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얼른 국을 먹고 괜찮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면서도 술을 꺼내두었으니 이해가 안된다는 듯 물어보았다.
"이거 말입니까? 후후..숙취로 고생하고는 있지만 민준님께서 만든 소고기국은 해장술이 없으면 섭하지요"
"해장술.? 그건 또 무엇인거시냐?"
"술로써 술을 물리친다는 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긴 하지만 민준님께서 만들어주신 소고기국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거든요."
"독한 탁주에 어울린다는거시냐?"
"한번 드셔보시면 나쁘지 않을겁니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지만 소고기국에 탁주 한잔은 잊을 수 없다는 듯 황홀하게 말하는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랑아는 도전해보기로 한 듯 그들에게 한잔 따라달라고 했다.
전날 술자리에서 요괴 소녀들이 술을 잘 못마시니 무리하게 주지말라는 말을 들었던 그들이었지만 원한다고 했으니 적당히 따라주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술을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가져갔다.
"처먹어라 망할 새끼들아!"
이건 술을 작작 좀 마시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지만 어느센가 소고기 국이 다되었다는 신호로 바뀌어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았다
"오빠! 조금만 덜어주는거시다! 해장술! 마셔보는거시다"
"뭐? 이거 참.."
랑아의 말이 어이없긴 했지만 여러가지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민준은 작은 그릇에 소고기국을 담아주었다.
'소고기국인거시다"
아까 그렇게 먹었지만 너무 맛있었던터라 침을 꼴깍 삼킨 랑아는 아까 다 죽어가던 병사들에게 마시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소고기국을 먹자 활기를 되찾은 그들은 밥을 입안가득 넣고 술을 쭈욱 들이키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병사들의 가르침대로 입안 가득 국밥을 넣은 랑아는 살면서 처음으로 독한 탁주가 맛있다는 말을 했다.
========== 작품 후기 ==========
조아라에서 어제 일어났던 일..정말 씁쓸하군요.
그거때문에 옮기는 작가분들과 독자분들도 많아서 더욱 그렇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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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령화객 2017-07-05 04:53 new
작가님 환갑잔치가 완결보다 빠를거같은대
-〉 하하..그런가요? orz
소드댄서 2017-07-05 07:08 new
소설 쓰시다 죽으면 후손에게 이양되었다 라고 써드림
-〉 사..살려줘요
Baramdolyi 2017-07-05 07:32 new
잘 보고 갑니다.ㅎ
-〉 감사합니다.
호랭이가죽 2017-07-05 08:52 new
반년후 군대가는데 그전에 완결 못보겠네요
-〉 억..완결내야겠다
정수림 2017-07-05 10:46 new
완결없는클라스!
-〉 아니다 이 악마야!
협상[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