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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 기린에 도착하자 소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차에서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문을 지나서부터는 완전 다른 세상이라는 듯 잘 정비된 도로와 수많은 사람들, 여러가지 파격적인 옷들이 그녀들을 반겨주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요괴들과 신수들의 모습때문인지 평범한 사람들도 고양이 귀나 토끼 귀, 용의 뿔같은걸 조각한 장식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이런 장식은 상대를 조롱할 때 쓰이기도 하지만 이 곳에 있는 이들은 그런 의미로 쓴게 아니었다. 그 증거로 랑아와 눈이 마주친 소녀는 반갑자는 듯 손을 붕붕 흔들어주었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민준의 손을 잡은 그녀는 옷가게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야 잠깐 빨라"
"시끄러운거시다! 옷을 입어보는거시다!"
만약 이런식으로 되어있지 않았다면 꾹 참았겠지만 개방적인 분위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옷가게로 달려가자 동탁은 재미있다는 듯 끌끌 웃었다.
"저거 말려야하는거 아닐까요?"
'괜찮다. 하북에서 갈 곳은 거기 밖에 없으니까 느긋하게 가면 된다. 어차피 진류에서 보았던 옷들의 두배 아니 세배는 되는 양이 있을테니 입어보느라 정신이 없을거다."
"그정도라니..대단하네요.."
"민준이 다 해둔거지. 너희도 보러가야하지 않겠나?"
"아..그렇군..넋놓고 바라보다보니...먼저 가봐도 되겠나?"
"갈 때 소복연도 데리고 가라. 우린 느긋하게 가도 상관없으니."
민준과 옷을 보는건 언제나 들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아는 여인들은 마차와 함께 천천히 가겠다고 말하고는 그녀들을 먼저 보냈다.
"호에에에에 엄청난거시다!"
원래 1층 건물이었던 옷가게는 어느세 2층까지 증설되어 있었다. 처음 만들 때부터 2층 3층을 대비하고 만든만큼 증설한다고 해서 무너질 일은 없었다. 거기에 누가 낸 의견인지는 몰라도 2층에 여성복이 있어 이곳에 끌려온 사내들은 여성복을 한참동안 구경하고 남성복에서 또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물론 민준에게 비빌건 못되었지만 강제적으로 끌려온 건 피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오 이거 어울리는거시냐! 뒤에 구멍이 있는거시다!"
구멍이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꼬리를 내놓고 있는 랑아에세 있어서 이곳에 있는 속옷을 입는 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서 뒤에 구멍이 난 속옷을 입었을 때의 기쁨은 이로 말할 곳이 없었다.
"어떤거시냐! 어울리는거시냐"
"쿨럭"
그마나 이곳은 민준의 전용 공간이라 민준과 랑아, 혜미, 예미 그리고 가게 주인 중 한명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요괴들이 옷을 입는 방법을 모르고 있어 옆에서 도와주기 위해 그런 것이었는데 갑자기 천막을 걷어내고 속옷차림으로 나간 랑아를 보며 가게주인도 깜짝 놀라버렸다.
"뭐하는거냐."
"어떤거시냐! 잘어울리는거시냐? 나는 잘 모르는거시다! 오빠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거시다!"
그녀가 입고 있는 속옷은 검은색 속옷이었다. 승부속옷이라고 하여 화려한 문양이 있거나 깊게 파여서 야릇한 분위기를 내는게 아니라 실용성을 추구한 평범한 속옷이었다. 하의의 경우 중간에 고양이의 발바닥문양이 빨갛게 되어있었고 상의부분에는 고양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아직 2차성징을 겪지않은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잘어울리만큼 귀여운 속옷이었는데 이리 당당하게 있었으니 어이가 없었던 민준은 뺨을 긁으며 잘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잘어울리는거시냐! 다행인거시다! 그럼 다른 것도 입어보는거시다"
민준에게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다는 듯 웃은 랑아는 다시 속옷을 골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땀배출에 용의한 것도 있었고 끈으로만 된 것도 있었지만 그런건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터라 옆으로 치워둔 그녀는 하나 하나 입어보며 거울을 보았다. 그러자 승부속옷을 하나 입어보았는데 가슴이 없는 빈유들을 위한 것이라는 듯 상의는 유두와 유룬만 가려주는 속옷이었다.
"이건 왠지 부끄러운거시다."
다른 속옷은 괜찮았지만 이건 왠지 얼굴이 달라올랐던 랑아는 보여주는걸 포기한 듯 옷을 벗고 아까 입었던 고양이 문양 속옷으로 갈아입은다음 그 위에 옷을 입어보았다.
"오오 편한거시다! 이거 마음에 드는거시다!"
지금까지 이런 속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행복해 한 그녀는 바로 이번에는 옷이라는 듯 새로운 것들을 골랐다. 그러는 사이 소복연과 요마, 백랑도 왔는데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녀들도 요괴 전용으로 나온 옷들을 보며 눈이 뒤집혀버렸다 원래 두 사람은 큰 꼬리때문에 이런 옷을 입는걸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건 한가지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곳 기린에는 방덕이라고 하는 구미호가 있었으니 꼬리가 크다고 해도 거기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럼 우리도 입어보도록 할게요. 민준님 평가..부탁드려도 되나요?"
평범한 옷이라면 모를까 현대에서 가지고 온 옷인만큼 어떻게 입는지 몰랐던 그녀들이 부탁을 하자 민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랑이 들어갔던 탈의실에서는 작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처음 겪는 일이라면 가려진 천막을 걷어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민준이겠지만 이미 예상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속옷을 잘못가져가서 그걸 보고 부끄러워하는게 틀림없다고 확신했고 그걸 알리가 없는 여인들은 백랑의 커튼으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인거시냐!"
"아니 이게 속옷이 너무..야한거 아니야?"
"야하다니 그게...우...."
평소의 랑아였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만 아까 전 비슷한 옷을 입어보았던터라 자신과는 다른 색기가 흘러져나오는 백랑을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특히 가슴이 풍만한게 부러웠던터라 입을 삐쭉 내밀고 있자 백랑은 겨우 진정을 한 듯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나도 이런 큰 가슴이 가지고 싶은거시다! 속옷을 입어봐도 느낌이 다른거시다!!"
"자.잠깐 랑아야!"
불만을 품은 랑아가 가슴을 만지자 백랑은 간지럽다는 듯 몸을 베베 꼬았다. 둘다 속옷만 입고 있어 왠지 이상한 분위기가 되어 예미는 손으로 눈을 가려버렸고 혜미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는 듯 호오.라고 소리를 냈다. 요마는 오래 살면서 별에 별 것을 다 보았던만큼 당황하지 않고 그녀들을 떼어놓았다.
"일단 진정하고. 민준님 기다리시니까 옷을 입어봐야지?"
"아 맞는거시다! 이쁜 옷을 입는거시다."
다시 관심이 옷쪽으로 쏠린 랑아가 나가버리자 고맙다는 말을 한 백랑은 자신도 고른 옷을 입어보겠다고 했고 다른 이들도 각자의 탈의실로 돌아갔다.
"정말 랑아에게 한마디해야지..그런데 이거...입어보니까 확실히.."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백랑은 한숨을 푹 내쉬다가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는데 속옷때문인지 몰라도 색기를 풍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제..남편감만 찾으면 될까?"
과연 어떤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 될지는 몰라도 이런 속옷을 입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옷을 입는 것에 집중했다.
========== 작품 후기 ==========
토요일을 알바라 쉰다 했는데 2일이라 쉴수가 없다 ㅂㄷㅂㄷ
협상[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