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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 랑아가 하는 탐험은 정말 단순했다. 무작정 걷다가 절벽이나 길이 막혀 있을 경우에는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길을 정했고 배가 고플 때는 뛰어난 후각을 통해 주변에 있는 과일을 따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이런식으로 탐험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에 빠지기 딱 좋았는데 그녀의 감은 예상외로 뛰어나 풀숲 사이로 있는 절벽 같은 곳은 무언가 느낌이이 이상하다며 다가가지 않았다. 덕분에 탐험은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1시간쯤 걸었을까 돌련 랑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이런 일은 처음인듯 혜미와 예미도 당황했는데 천천히 입을 땐 그녀가 한 말은 어이없게도 바로 이것이었다.
"배가 고픈거시다."
분명 평소에 탐험할 때와 똑같이 먹었는데도 불과하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에는 과일을 먹어 조금 허기진 상태에서 돌아다녀도 돌아가서 밥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민준의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아무리 늦어도 그가 새롭게 밥을 만들어주니 그걸 먹기 위해 살짝 배고픈 것도 참고 탐험을 한 것이었는데 민준이 함께 있다보니 배고픔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그 역시 랑아가 주저앉자 걱정했는데 별 것 아니라는 걸 알고는 그대로 웃어버렸다.
"중요한거시다! 오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너무 맛있는거시다아!"
자신에게는 중요하다는 듯 소리를 빼액 지르자 진정하라는 듯 랑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민준은 혜미와 예미에게 주변에서 야생동물이 있으면 잡아오라고 했다. 사냥 역시 수련의 일종이라는 듯 혜미가 튀어나가자 예미도 뒤를 따라갔고 민준은 랑아를 그늘로 옮겨준 다음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른 나뭇가지를 구했다.
"오빠 무엇을 만들어주는거시냐?"
"취사도구는 가지고 왔다고 해도 큰게 아니라서 만들 수 있는건 꼬치구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꼬치구이! 나는 꼬치구이도 좋아하는거시다! 오빠가 만들면 다른거시다"
"그야 너희는 피도 안빼고 그냥 만드니까 그렇지. 아 그리고 육포 가지고 왔으니 이거 먹고 있어"
"알았다는거시다!"
육포를 순식간에 다 먹어버린 그녀가 손을 내밀자 민준은 한개를 더준 다음 마지막이라고 하고는 장작을 쌓아 불을 붙였다.
"신기한거시다. 내가 할 때는 불이 안붙었는데 오빠는 잘 붙이는거시다"
"안붙었다고? 그럼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땐 어떻게 하는데?"
"예미랑 혜미를 껴안고 꼬리로 덮으면 따뜻한 것이다."
"불 붙이는 법을 알려줘야되나.."
랑아의 성격이 변하지 한 아니 변한다고 해도 탐험은 계속 할 것 같았던 민준은 그녀에게 불을 붙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장작 두개와 불씨를 만들 마른 나무뿌리, 나무에 마찰을 낼 길쭉한 나뭇가지를 들고 다가갔다.
"자 잘봐 이걸 어떻게 하냐면 말이지."
넙적한 장작을 바닥에 두고 나무 뿌리를 둔 다음 길쭉한 나뭇가지로 비비기 시작했다. 이런걸로 불이 붙을까 싶었지만 5분도 안되서 바닥에는 무언가 시뻘건 것이 나오는게 보였다.
"보이지 이게 불씨야. 이걸 어떻게 하냐면 말이야"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지고 가 천천히 불며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한 민준은 먼저 준비했던 나무뿌리 위로 옮겨담았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나무뿌리는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오오!"
이런식으로 하면 돼. 조금 더 편하게 할려면 덩굴로 이렇게 묶어서 움직이면 되고 해봐"
"알았다는거시다!"
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나뭇가지를 비비려고 하자 뚝하고 뿌러져버렸다.
"힘으로 하는게 아니라 요령이야. 그러니까 힘을 그렇게 안줘도 돼"
"오오 그런 것이냐?"
"아니지 잠깜만 있어봐. 랑아야 너 여기 있는 돌 부술 수 있어?"
"이런건 쉬운 거시다!"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주먹을 내지르다 돌은 박살이 났다. 이 모습을 본 민준은 나뭇가지로 하는 것보다는 부싯돌을 이용하는게 편할 것 같아 그녀에게 돌을 부딪혀서 불씨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나뭇가지를 이용할 때와는 다르게 금방 불똥이 튀겼다.
"그래 이런식으로 튀는 불똥을 잘 조준해서 마른 뿌리들이나 덩굴에 붙이는거야."
"다른건 안되는거시냐? 마른 것만 되는거시냐?"
"그래. 살아있는건 안에 수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불이 잘 안붙거든"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랑아를 보며 민준은 나중에 다시 알려준다는 말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편 어떤 동물을 잡을까 고민하던 혜미는 오늘 바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멧돼지를 잡기로 하고는 예미와 함께 멧돼지 몰이를 했다. 맹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지만 초식동물들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었던터라 쉽게 멧돼지를 잡을 수 있었는데 죽은 멧돼지를 보며 뿌듯해하는 혜미와는 달리 예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니. 혹시 무슨 시선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시선? 모르겠는데? 혹시 누가 노려보는거야? 잠깐만 있어봐"
멧돼지를 잡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혜미는 예미의 말을 듣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아도 적의를 가진 이는 단 한명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거 같은데?"
"그런가요? 그럼 제가 잘못 알고 있는거겠죠. 가요"
착각이라고 해도 느낌이 쌔했던 예미가 발걸음을 서둘러 옮기자 혜미는 멧돼지를 들쳐매고 민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호오...날 느꼈단 말인가..꽤나 감이 좋군 그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곳에서는 요괴가 한마리 나타났다. 외형만 보면 인간일수도 있겠지만 날름거리는 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산월에 소속된 이 역시 아니라는 듯 옷은 대충 입고 있었다.
"먹을게 없나 하고 찾아왔는데 이런 꼬맹이들이 넝굴째 들어오다니 흐흐..역시 난 운이 좋단 말이지"
이제 30대쯤 되어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내는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른 요괴들을 잡아먹으며 요기를 쌓은 이무기였다. 그가 처음부터 같은 요괴들을 잡아먹은 건 아니었다. 요기를 몸안에 쌓기 위해 요기가 넘치는 곳을 찾아가 그곳에서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백년 이백년이 지나 천년이 되었음에도 용이 될 조심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분노를 한 그는 주변을 뒤엎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콧노래를 부르던 거북이 요괴는 거슬린다는 말과 함께 씹혀 죽었다. 원래는 뱉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씹을 때마다 몸안에 요기가 차오르는 걸 느낀 그는 강에 있는 요괴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었다.
이쯤되면 다른 요괴들도 깨달아야 정상이겠지만 강 속에서 사는 요괴들이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던만큼 다른 요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무기는 호수와 강을 집중적으로 노려서 요괴들을 잡아먹었고 지나가다 따로 떨어진 요괴들을 잡아먹었다. 뭉쳐있는 녀석들은 결속력이 강하고 그것때문에 호되게 당한 적이 한번 있어 무리활동을 하는 이들은 건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눈 앞에 요괴가 그것도 어린아이들로 두명이나 있었으니 이건 놓칠 수 없다는 듯 침을 질질 흘리며 그녀들의 냄새를 추척했다.
"끌끌 아주 맛있는 저녁이 되겠군 그래...아니지 요괴들이 부족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하니 건들이면 안되지. 괜히 신선들이나 신수들에게 들어가면 안되니까 말이야"
2천년 정도 살았고 요괴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어 요력은 5천년쯤 되는 이무기라도는 하나 신수들이나 신선들에게는 비비지 못하는만큼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여긴 그는 침을 닦고는 아이들의 냄새가 끝난 곳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호오..한마리..아니 두마리가 더 있군. 큰놈의 몸에는 여러가지 표식이 있군 그래.. 어디보자 토끼,고양이,구미호,표범,호랑이? 하 이거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그래"
공격하기 전 유심히 살펴본 그는 덩치 큰 사내 바로 민준의 몸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고 요기를 눈에 주입했다. 그러자 정확하게 그의 몸에 있는 여러가지 표식들이 눈에 띄었다. 원래 더 많은 표식이 있었지만 그는 물속에서만 2천년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신수들과 신선이 무섭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기운을 가진지 알지 못했다. 사흉수에 대해서는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으니 표식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침을 줄줄 흘렸다.
"저놈 하나만으로도 천년은 족히 오를거 같은데 구미호에 호랑이라니 크큭 이곳에서 잘하면 3천년 아니 4천년은 더 요력이 쌓이겠군"
처음에는 요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인간이었다. 인간따위가 이무기인 자신에게 상대가 될 일은 없겠지만 몸안에 있는 요기는 순수한 것인만큼 잡아먹으면 어마어마한 요력이 생길걸 기대한 이무기는 최후의 만찬을 즐길 시간은 주겠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 작품 후기 ==========
판타지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과 무림이 끝나면 적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세개를 동시에 연재하는건..힘들어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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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dolyi 2017-06-13 07:37 new
잘 보구 갑니다.
-〉 감사합니다.
비틀비틀 2017-06-13 17:55 new
꺄르륵
-〉 헤헤
프라토니스 2017-06-14 02:20 new
@민준의 원래직업인 트래져헌터에 대한 이야기는 안쓰는건가요? 여자들 궁금하겠네
-〉 거기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으면 적어드릴게요 ^^
협상[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