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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 물자를 보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민준은 혼돈이 늑대와 함께 어마 어마한 양을 가지고 오자 질색을 했다. 그녀가 많은 식재료를 가지고 온게 싫은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정리하나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물론 말로는 궁시렁거리면서 몸은 정리를 시작했지만 여인들은 이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 거리며 웃었다.
"오라버니. 언니들이 보고 싶어해요."
"그러겠지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오늘 정리 끝나면 너랑 같이 잠깐 다녀올려고"
아무리 많은 양의 식재료라고 해도 반나절이면 정리가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민준이 3일이나 대기를 한다고 한 이유는 정리를 끝내고 난 후 기린에 가서 여인들을 만나고 오려고 한 것이었다.
이틀이라고 하는 시간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 달랐는데 예전에는 여인들이 육체관계를 가져 짧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관계는 가지지 않고 대화를 했다. 관계를 가지는 것에 흥미가 떨어졌다거나 그와의 관계가 싫어진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더 사랑하게 되어 많이 안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계를 가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답은 하나였다. 아쉬웠기때문이다.
일이 끝나고 나서 3일이든 1주일이든 사랑을 나누는게 아쉬움도 덜하고 만족할만큼 관계를 가질 수 있었기에 여인들은 자연히 이렇게 잠깐 잠깐 찾아올 때는 관계를 가지자고 하지 않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며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게 된 것이다.
"후우 어느정도 정리가 끝났네"
4시간 뒤 민준은 정리를 끝내고 기지개를 켰다.남은 것들은 지금부터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한다는 듯 볶음밥과 국물요리를 만들었다.
"이거 국물요리는 3일간 먹으라는 뜻입니까?"
"아니. 오늘 다 먹을껄?"
"저 양을 말씀이십니까?"
민준이 만든건 20분인분은 되어보이는 양이었다. 그래서 3일간 먹을 것이라고 예상한 마부는 그럴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 하루만에 다 먹는다고 하자 말도 안된다는 듯 물어보았다. 하지만 혼돈이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며 여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해버렸고 민준의 말대로 음식은 바로 동이 나버렸다.
"봤지?"
"허허 저도 과식을 할 줄이야.."
"일단은 금방 다녀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배가 불러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여인들은 자리에 앉은 상태로 다녀오라는 말을 했다. 원래는 일어나서 말하는게 맞는 것이지만 그랬다가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을 토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이었다.
가장 많이 먹은 혼돈은 아무렇지 않게 민준의 손을 잡고 기린으로 향했으니 가만히 있던 여인들은 역시 다르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버렸다.
"으으 움직이기 힘든거시다.."
"그러게요. 평소보다 과식을 해버렸어요."
"랑아야 예미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래야 소화되기 쉬우니까."
"언니는 불편하지 않는 거시냐?!"
"불편해. 그러니까 가만히 있잖아."
식사를 했던 이들 중 과식을 하지 않은 것은 요마가 유일했다. 그녀는 정신력이 강한 것도 한몫했지만 혼돈과 함께 먹는다는 사실때문에 잔뜩 긴장해서 평소보다 더 적은 양을 먹었던터라 마차에 준비되어있던 육포를 두개 꺼내서 씹으며 허기를 달랬다.
"정말...이것도 고쳐야하는데.."
고치고 싶었지만 본능이라 고칠 수가 없었던 요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를 먹고 요기가 몸에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보다 급이 높은 요괴와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는만큼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터라 랑아나 예미가 부럽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러다 잘거같고 내일부터는 어떻게 하죠? 민준님도 없으신데"
노는게 문제가 아니라 음식이 문제라는 듯 중얼거리자 마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건 민준님께서 이미 준비해둔 것들이 있으니 제가 만들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오 음식을 만들 수 있는거시냐?"
"마부인 이상 먹고 살려면 싫어도 배워야하는게 요리니까요."
간단하게 굽고 삶는건 요리를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무언가를 잡았을 때 내장을 제거하고 노린내를 제거하는건 요리를 배우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특히 노린내의 경우 생선에서는 거의 느껴지지않았지만 육류에서 많이 느껴졌다. 운이 좋아 고기를 잡아도 잡내를 제거하지 못해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니 최소한 잡내를 제거하는 법을 익혀둔 것이다. 거기에 몇년간 이 일을 하다보니 굽는 걸로는 질리게 되어 간단한 요리는 만들 수 있던 마부가 걱정말라고 하자 랑아는 다행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덧붙여서 제가 만든 요리는."
"괜찮은거시다! 민준이 특별한거시다!"
그의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는 인간들이 만드는 요리는 전부 이런 줄 알고 충격먹었다. 하지만 오환과 흉노에서 그들이 만든 음식을 먹어본 랑아는 민준이 만든 요리가 특별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먹을 때 식감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버린터라 육포보다는 그냥 밥을 먹는걸 선호한 것이다.
"열심히 만들어보도록 하죠..그리고 오늘은..윽..아직 움직이기 힘들군요."
'어쩔 수 없다. 다들 과식했으니. 원래 이럴 땐 기타라도 들어야하는데 말이야"
앉아있던 동탁이 아쉽다는 듯 말핮 다른 여인들도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3일 뒤에 주군께서 돌아오시면 처음에 하실 일이 정해진 것 같군요."
"그러게요. 아 그리고 글 적어야하는데..윽..히..힘들어요"
지금 이 기분을 적어두어야 했는데 책을 안에 놔두고 온터라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서서는 나중에 적기로 하고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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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오고 잠에서 깬 마부는 배가 꾸르륵거리는 걸 느끼고 뒷간으로 향했다. 이곳에 뒷간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마차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곳에서 대변을 처리한 그는 어떤 요리를 만들지 고민하며 돌아와서는 불을 붙였다. 거진 20년간 이 일을 한 만큼 불을 붙이는 것도 금방이었고 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순식간에 끝냈다.
"흐음..가볍게 죽이라는걸 만들어볼까.."
죽은 민준에게 배운 음식이지만 속이 안좋을 때 먹어도 좋다고 하여 야채과 고기를 잘게 다져 죽을 만들 준비를 했다.
"오오 고소한 냄새가 나는 거시다!"
한명 두명 일어나자 여인들은 고소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며 코를 킁킁거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전날 먹었던 음식때문에 속이 안좋으실거 같아서 아침은 죽을 만들었습니다."'
'죽! 먹어본 적이 있는거시다!"
민준이 만들어준걸 먹어본 적이 있던 랑아가 침을 꼴깍 삼키자 마부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며 야채와 고기를 듬뿍 듬뿍담았다.
"이건 왜 이렇게 다른 것들을 듬뿍 넣는거시냐? 민준 오빠가 만든건 이렇지 않았던거시다."
"민준님꼐서 만든건 아픈 이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고 이건 속이 안좋은 분들이 드실 것이니 먹고 든든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죽 자체는 소화가 빠른 음식이니 야채와 고기로 영양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랑아는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역시 알바가는 날에 글을 적는건 힘들군요..
협상[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