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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낀 소복연은 이상하게 민준이 더욱 신경쓰이게 되어버렸다. 따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마부석에 앉거나 그의 말이 잘 들리는 곳에 앉았다. 또한 그가 기타연주를 할 때면 관심없다는 듯 일찍 자버린 예전과는 다르게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감상을 했다. 도대체 이런 노래를 왜 듣냐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한곡 한곡이 심금을 울렸고 가슴을 뛰게 했다. 그래서 다른 여인들처럼 노래를 감상하게 되었다.
구력거 또한 노래를 같이 감상하게 되었는데 민준에게 호감을 느껴서 그런게 아니라 그쪽으로 무지한 그녀가 봐도 소복연의 행동이 이상하리만큼 변해있었기에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는지 궁금했던터라 함께한 것이었다. 노래는 민준이 잘 부른다는 건 알았지만 딱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새롭게 생각한건 있었다. 바로 마부석에 앉는 것이었다.
말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탄 그녀였지만 매일같이 하는 일은 사주경계를 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곳은 무언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만전을 기하여 찔러보고 확인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마부석에 앉았을 때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요괴들과 있는데 맹수들이 습격할 일도 없었고 수풀이 우거진 곳을 수색할 일도 없었으니 풍경을 감상한다는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아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군. 너에게 감사하지"
"내가 한게 뭐 있다고?"
"만약 찾아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거 아닌가? 그러고보면 이번에 오환에 갔다가 다시 흉노로 갈 때 절경이라는 곳을 간다고 했지? 기대되는군"
어짜피 우부라와 결판을 내야했던만큼 다시 흉노에 찾아가야했던 구력거는 기대한다는 말을 하며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집중했다.
"홀홀 이렇게 떠들썩하니 저도 좋군요. 그런데 민준님 이쪽에 길을 내실 때 어떤 식으로 내실 생각이십니까?"
"길은 지금 고민중이예요. 무언가 좋은거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쪽 길은 추천드리지 못할거 같습니다.. 민준님과 함게 가는 중이니 걱정이 없겠지만 수풀이 많고 산이랑 연결되어 있는게 걱정입니다."
"맹수들이 내려온다는 것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성격 급한 상인들은 길이 막히면 자신들이 길을 개척해 나가죠."
"뭐 그건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이민족들과 거래를 할 때는 그런 행동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을 것입니다만."
"기린의 시선이 닿는 곳이면 모를까 중간 지점에서는 분명 그런 짓을 할 겁니다. 그래서 죽는 상인들이 많아지겠지요."
새로운 곳과 거래를 트면 상인들은 엄청나게 많이 죽었다. 표사들을 데리고 가는 상단은 위험이 덜했지만 용병을 써야하는 상인들은 위험할 때 그들이 배신을 하거나 전부 맹수에게 몰살 당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쪽으로 가는 것보다는 거리는 조금 돌아가도 제대로 된 도로로 가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흐음..그래도 이쪽 길로 오는 녀석들이 분명 있을텐데.."
민준도 노인의 말에 동감을 했다. 오면서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이 길은 오환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만들어진 길이고 맹수들이 은신하기 좋은 수풀이 많았다. 거기에 상인들이 움직이며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민준이 지나가면서 쉼터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사람들이 쉴만한 장소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자 구력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불리하게 계약을 하면 된다."
"우리가 불리하게?"
"협상이라는 걸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곳은 확실히 저 노인의 말대로 위험하다. 성채의 주변은 맹수들을 쫓아내버려서 오지 않지만 다른 곳은 그게 아니니 우리도 사냥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뿐이다. 그러니 이쪽 길을 이용할 때 만약 전리품을 획득하면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
"오. 그거 나쁘지 않은데?"
획득한 전리품을 그냥 주지않는다고 하면 상인들이 반발할수도 있다. 당연 가족들이나 친척 지인에게 돌려줘야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지금 이 것은 가지말라고 하는 길을 멋대로 들어갔을 때 전리품은 오환에서 전부 가진다는 것이었으니 민준의 입장에서도 나쁜게 아니었다. 그래서 분신들에게 부탁하여 들었던 내용을 전해달라고 하자 옆에서 걸어가고 있던 요마와 백랑이 깜짝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희는 갑자기 왜?"
"그게 갑자기 주작님의 기운이 느껴져서요.. 저희에게 무언가를 한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본능적인 것이라.."
민준과 연인이라면 모를까 아무런 접전이 없는 지금 사신수의 기운은 두 요괴가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안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야 아직 2차성징을 겪지 않아 이 기운이 얼마나 위압적인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2차 성징만 끝나면 달라질게 분명했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고 있자 민준은 2차 성징에 대해 조금 더 알려달라고 말하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2차 성징이요?"
"그래. 너희가 말해주긴 했지만 상세하게 말해준게 아니니까 어떤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2차 성징을 겪으면 성에 대해 눈을 뜬다는 것만 들었을 뿐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자 백랑은 자신이 설명해도 되겠냐고 요마에게 동의를 구한 다음 민준의 옆으로 다가갔다.
"일단 요괴들은 처음에 요기가 몸에 들어오면 자아라는게 생깁니다."
'자아? 그런건 다들 있지않아?"
"본능이라고 하는 것들이지요. 배고프니까 사냥을 하고 실패를 경험 삼아 기습을 하게 되고..하지만 요기가 정착하는 순간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요. 그러면서 조금씩 생존력을 높여가죠. 그렇데 1년 2년 지나다보면 몸에 변화가 생기는데 털이 더욱 풍성해진다거나 피부가 더욱 딱딱해지고 눈이 밝아지는 것이예요. 이게 원래 요기를 품은 동물들이 요괴가 되어가는 과정이예요. 하지만 요괴들이 낳은 아이들은 처음부터 요괴예요. 다만 몸안에 요기가 불안정해서 동물의 본능이 남아있는 상태죠."
"그럼 그런 상태에서 몇년을 있어야하는데?"
"딱히 정해진건 없어요. 길게는 100년까지 있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2차 성징이 찾아오는 아이들은 금방 알 수 있어요. 호기심을 가지던 아이들이 의심부터 하게 되니까요."
이건 요괴로써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안그렇지만 요기에 충실한 요괴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요괴들을 잡아먹어 요기를 흡수한다. 그런 녀석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의심해야하는만큼 행동부터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2차 성징이 이루어지는 날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적인 몸매를 가진다고?"
"네. 그러니까 지금 제 모습처럼 이런거예요. 저는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어 2차 성징때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물론.."
펑-
갑자기 말을 멈춘 백랑이 무언가 중얼거리자 랑아처럼 귀여운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중얼거리자 가슴이 풍만하고 색기가 넘치는 요염한 누님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요기를 사용하는만큼 제일 편한건 역시.. 이 모습이죠."
"그렇구나. 요기를 사용하면 모습을 변환시킬 수 있지만 편한건 원래의 모습이라는거구나. 잘 알았어."
"하지만 가끔은 어린 모습이 좋다고 해서 그대로 남은 분들도 있는데 다른 이들이 무시해서 조금 더 나이 든 모습으로 나오실 때도 있어요."
편하고 좋아하는 모습으로만 살 수 없다는 걸 말하자 민준은 마차 안에 있는 세명의 소녀가 어떤 모습으로 2차 성징을 겪을지 궁금했다.
"아마..혜미는 저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게 될거 같네요."
도마뱀 일족은 싸움을 좋아하는만큼 신체 나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에 가슴도 크게 하지 않았는데 대신 엉덩이가 큰 만큼 도마뱀 일족을 좋아하는 요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혜미는 탄탄한 근육을 가진 17~19사이의 소녀 모습을 할거 같다고 예상하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떠들면서 오다보니 저 멀리 오환의 성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혀어업 사아앙
협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