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6/1909 --------------
<-- 새로운 임무. --> 민준의 허락까지 떨어지고 나자 소복연은 열심히 기린의 언어를 배웠다. 처음에는 서서에게 어색하게 배웠던 그녀였지만 글을 익히면서 꽤나 친해진 듯 어색한 기운은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흉노와의 협상도 많은게 진전되었다. 그 중에 가장 난관에 봉착했던 것은 요마가 말했던 발정기 기간이었는데 흉노의 입장에서는 발정기라는걸 알아차릴 수가 없었으니 무언가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는데 여기서 민준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흉노는 산월의 요괴들이 출몰하는 지역에 들어갈 때 특정한 입구를 거치지않고 움직인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 곳에 입구를 만들어준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말하자 요마와 우반은 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구가 한 곳이라는 말은 그만큼 사람들이 몰리면 복잡해진다는 말과 다를바가 없었는데 굳이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었다.
거기서 민준은 입구를 누군가 관리하는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그곳에 있는 패가 초록색이면 들어가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붉은 색이면 들어간다는 걸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서로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거기에 따르기로 했고 우반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 처음에는 그와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었지만 패의 색을 보고 출입이 가능한지 불가한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말에 바로찬성을 해버렸다.
그렇게 큰건이 해결되고 나자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특히 돈이 필요없는 산월과 다르게 흉노는 어디를 이동할 때도 돈이 필요했던만큼 화폐가 아닌 금이나 은으로 만든 괴를 받기로 했다. 한번에 괴를 받을만큼의 금액은 나오지 않지만 일정 금액을 거래했을 시 그 증서를 가지고 기린에 찾아오면 어디서든 괴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이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민준의 입장에서는 따지고 보면 병력을 이끌고 와서 쓸어버리는게 더 쉬운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으니 믿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럼 나머지는 돌아가서 정리한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오도록 하지"
"협상이라고 해서 우리가 불리할 줄 알았더니 이득을 보는게 더 많군 고맙네"
"앞서 말했지만 내가 협상을 하려는건 조용히 살고 싶어 그런 것이네. 그러니 이정도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실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조금 더 돈을 쳐준다고해서 기린이 휘청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병사들의 지원을 받기 힘든 외각지역의 마을들이 약탈을 당하지 않는걸로 치면 싸게 먹힌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정리해서 한번 더 온다고 하자 우반은 흡족하게 웃으며 축제를 열자고 했다.
"축제인가?"
"우리와 마음이 맞는 손님이 오면 축제를 연다네 그리고 그 축제를 세번 받으면 형제로 생각하여 흉노의 여인 중 하나과 혼인을 맺을 수 있게 해준다네"
흉노의 여인들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허리가 잘록하고 탄탄했는데 말을 많이 타다보니 자연스럽게 근육이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민준은 마음에도 없는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할 생각이 없었기에 어색하게 웃자 우반은 그 뜻을 알아차린 듯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만약 혼인을 맺을 생각이 없다면 형제의 앞날을 기도해준다네. 만약 자네한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제사장님의 축복을 받는 것만으로도 운이 따르니까 말이야"
민준에게는 신수도 있고 흉수도 있고 신선까지 있었다. 그런 이에게 축복을 바란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제사장의 축복을 받는 순간 하고 싶었던 일이 순탄하게 풀리고 행운이 찾아오는만큼 흉노에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우부라랑 구력거의 싸움은 쉽게 안 끝나는구만"
"아. 그거 말인데 우부라가 너와도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하더군"
"나랑 말인가?"
"그렇다네. 단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으니 궁금한 것이지"
"하긴 그럴 수 있겠구만"
민준은 솔직하게 실력이 별로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곳에 함께 온 여인들. 서서를 제외한 이들은 전부 무력이 뛰어났다. 그 중에 여포는 두 세명을 한꺼번에 상대를 해도 일격에 쓰러트리는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으니 민준도 어느정도는 강할 것이라는 에상을 한 것이었다. 그 말은 어느정도 맞긴 했지만 여인들처럼 압도적인 무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없었던 민준이었지만 궁금증이 가속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한번은 붙겠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맙네. 덕분에 한시름 놓았어"
"그럼 나도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우부라는 구력거에게 왜 시비를 걸었는가?"
"시비를 걸었다고 보기 뭐한게 우부라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나서 살기를 내뿜었으니 거기에 맞게 상대를 한거네."
"흐음...그렇구만..뭐 거기에 대한 감정은 훌훌 털어버린 듯 보이지만은.."
무기를 맞대면서 묵은 감정은 훌훌 털어버린 두 사람은 서로를 호적수라고 인정했다. 어떻게 싸우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손이 부르틀 때까지 싸운다고 했으니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한편 그런건 더 이상 사양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자 아무튼 부탁한다고 말한 우반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찾아온 우부라는 무기를 겨두고 한번 붙자고 말했다.
"이거참..바로 붙어야한다니..나 그렇게 잘싸우는 편이 아니라니까.."
"그건 붙어봐야 아는 법이다. 그리고 내가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소원?"
"너한테는 신수라는 영물이 함꼐 한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부탁해서 나도 다른 이들처럼 피부가 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사양하지"
"어쨰서 인가!"
"그런걸 한두번 들어주면 끝도 없거든. 그런데 넌 왜 그 피부를 싫어하는거냐?"
"왜 싫어하냐고? 그럼 이게 마음에 든단 말인가?
그 말을 하며 곰 가죽을 벗자 거기에는 새하얀 피부를 가진 미모의 여성이 나타났다. 머리카락과 눈썹도 흰색이었다. 눈동자만 갈색이어서 되려 이질감을 느낄만한 그런 모습이었지만 민준은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왜 문제인지 난 모르겠다만..머리색이 흰색이라 그러냐 피부가 흰색이라 그러냐? 이쁘기만 한데 뭐가..아니지 너희는 그게 단점일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니가 이긴다고 해서 내가 소원을 들어주는 일은 없을거야"
소복연처럼 부족에서 무시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이 마음에 안들어서 바꾸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민준은 해줄 생각이 없었다. 한명을 해주면 다른 사람들까지 전부 상황을 봐줘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이한 병일수도 있으니 화타에게 부탁하여 맥을 짚어달라고 할 순 있겠지만 민준이 해줄 수 있는건 거기까지였다. 이런 단호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우부라는 가죽을 쓰지않고 들고 밖으로 나가서 민준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곰가죽을 얻은 뒤로는 그걸 벗은 적이 없던 우부라가 곰가죽을 쓰지않고 싸운다는 말에 흉노의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공터로 모여들었다. 물론 그녀를 욕하는게 아니라 어째서 이런 일을 한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할 뿐이었지만 맞은 편에 민준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혹시 민준이 신경을 건들인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후우..이거 참.."
일이야 어찌 되었든 한판 붙기로 했으니 제대로 붙어볼 생각에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온 민준이었지만 창을 사용하는 무부라와 공격 범위부터가 차이가 났다.
"쉽지는 않겠네."
쿠크리를 던져서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살상용이었던만큼 고생 꽤나 하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자세를 잡았는데 예상보다 쉽게 그녀를 이겨버렸다.
"흥. 만약 졌으면 내가 가만히 못 있지!"
"저도요."
"저 역시 동감입니다."
민준의 검술스승을 자처했던 기령과 장료 그리고 가끔 훈련을 빙자해서 두들겨 팼던 여포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고 우부라는 역시 약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좋은 시합이었다."
"언젠가..아니지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대결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군. 그리고 이래도 내가 어울리는가?"
"응. 어울리는데"
"....이상한 사람이군"
그렇게 말한 우부라는 곰가죽을 뒤집어쓰고 공터를 떠나버렸다.
========== 작품 후기 ==========
댓글이 왜 전부 완결은 없다는 것일까요.. 왜죠.. 왤까..
Orz..
새로운 임무.[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