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690화 (1,690/1,909)

-------------- 1690/1909 --------------

<-- 새로운 임무. --> "히잉..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거시다. 재미없는거시다"

마차가 움직여야 주변의 구경도 하고 쉴 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데 비가 오고 있으니 밖을 나가지 못했다. 요괴다보니 비를 맞는다고 감기에 걸릴 일은 없겠지만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잘못 갔다가는 미끄러져서 어딘가에 빠질수도 있고 불어난 강물에 휩쓸릴 수도 있다. 아무리 요괴라고 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력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녀들은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가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투정을 부리며 하늘을 바라본 랑아는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밥은 아까 먹었잖아?"

"나는 배고플 때만 오빠를 부르는게 아닌거시다!"

따지고보면 배고프다고 부를 때가 훨씬 많긴 했지만 궁금한게 있을 때도 부르긴 했었다. 그래서 배고파서 그런게 아니라는 듯 말하자 민준은 무엇때문에 부른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심심한 거시다. 오빠의 기타가 듣고싶은 거시다"

"기타? 연주해줄까?"

"듣고싶은거시다!!"

"저도 들을래요"

기타의 감미로운 음색이 마음에 들었던 예미까지 듣겠다고 마차 밖으로 나오자 적당히 옆에 두었던 기타를 꺼내는 민준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만큼 감정적인 노래도 많았는데 거기에 흠뻑 빠져있던 두 소녀는 눈을 감고 듣다가 어느세 민준의 다리를 베고 잠을 자버렸다. 이런 일은 자주 있었던만큼 당황하지 않은 그는 잠든 그녀들이 깨지않게 조용한 노래를 한곡 더 부른다음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흠냐..흠냐.고기..고기인거시다!!!!!!!!!!!"

침까지 주르륵 흘리며 잠꼬대를 하던 랑아는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다만 식사시간이 되려면 2시간이나 남아있어 요리가 나오는 일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잠에 취해있는 것인지 천막 주변을 돌아다니며 고기를 외친 랑아는 울먹이며 민준을 바라보았다.

"고기..없는거시냐? 분명 먹은거시다"

"그건 꿈에서 발견한거잖아"

"꿈이라도 먹은거시다!"

꿈이라는건 원래 가장 기뻣던 것이나 하고싶은일을 투영하는 것과 같다. 이게 정론은 아니었지만 민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오늘 저녁은 고기를 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만들 수 있는게 아니었으니 마차에 있는 육포를 꺼내먹으라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꺼내주고 싶었지만 아직 예미가 자고 있었으니 움직일수가 없었던 것이다.

"육포 말고 고기가 먹고싶은거시다. 오늘 저녁은 고기인거시다!"

지금 당장 만들어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저녁은 고기가 먹고 싶다는 듯 말한 랑아는 민준의 눈치를 보았다. 여기서 만약 그가 안된다고 하면 예전처럼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또 화를 내면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비오는 날 멧돼지같은 것을 잡아오는건 꽤나 까다롭다롭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 만들어줄게. 안에 재료 있을테니까"

"정말인거시냐? 오빠 너무 좋은거시다!"

"이럴때만 좋다네 이럴때만"

"헤헤헤 나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려운 거시다. 하지만 오빠는 맛있는걸 만들어주니까 사랑을 줄 수 있는거시다"

맛있는 걸 만들어줄 때만 이런 말을 하는게 맞다보니 애써 태연한 척을 한 그녀는 웃으면서 교태를 부렸다. 누군가에게 배운 것도 아닐텐데 이런 행동을 하는 랑아를 바라보고 있자니 방덕이 떠올랐다. 랑아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건 정말 기뻐서 그런 것이었지만 구미호인 방덕이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릴 때는 어딘가 색기가 묻어났다.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모습이었던터라 만약 랑아나 백랑이 그러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둘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랑아도 그렇지만 백랑도 꽤나 솔직했다. 차마 말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얼굴에 다 들어났고 꼬리도 사정없이 움직였으니 방덕처럼 꼬리를 살랑 살랑 움직여서 유혹하는 짓은 차마 못할 거 같았다. 그나마 요마가 그녀와 비슷하게 행동할 거 같았는데 대족장의 직위에 있다보니 위엄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요마가 그런 짓을 할거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웃자 랑아는 무슨 일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말이다.."

자신이 생각한 걸 설명해주자 랑아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백랑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민준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라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애교를 부린다고 해도 그가 설명한 것처럼 꼬리를 움직여서 유혹을 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어버버 거리고 있자 민준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그럴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러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니까 웃긴거지"

"비웃는거 아니지요?"

"아니야. 생각해봐 너는 방금 전처럼 절대 안하겠지만 랑아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해보려고 할거야. 그럼 어떻게 되겠어?"

민준의 말대로 그 모습을 상상해보자 백랑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설프게 따라하며 이렇게 하면 되는거시냐? 라고 물어볼 랑아의 모습이 귀엽게도 느껴졌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이런 두 사람을 보고 이해가 안되었던 랑아는 예미를 보고있자니 다시 한번 졸음이 쏟아져 민준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히힛..편한거시다"

그 어느곳보다 편하다는 듯 히죽 웃은 그녀는 2시간정도 뒤에 눈을 떴고 1시간 전에 눈을 떳던 예미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자는 탓에 노래를 듣지 못한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식사를 뒤로하고 연주를 듣기에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랑아는 벌써부터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랑아 너는 혹시라도 사랑하는 요괴가 생기면 숨기기 어렵겠다. 지금도 꼬리가 그렇게 흔들리는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오죽하겠어?"

"그런건 다 관리할 수 있는 거시다! 걱정하지 않는거시다!"

자신의 필살기가 있다는 듯 가슴을 팡팡 치며 말한 랑아를 보며 씨익 웃어준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요리를 하러 갔다.

"에엑 필살기를 안물어보는거시냐?"

"물어보면 알려줄거야?"

"안알려주는거시다!!"

"그럼 물어볼 필요가 왜!?"

"그래도 예의상 물어봐야 하는거시다! 그러니까 물어보는거시다"

마치 대답은 하지 않겠지만 물어봐달라는 듯 똘망똘망한 시선을 보내자 민준은 마지못해서 뭐냐고 물어보았다.

"안알려주는거시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다소 난폭하게 랑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민준은 마차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헤미의 머리까지 쓰다듬은 다음 요리 준비를 했다.

"..? 난 왜?"

"너?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길래 그냥"

랑아나 예미와는 다르게 가만히 있는 혜미였으니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고 생각하여 쓰다듬어 준 것이었고 의도치않게 쓰다듬을 받은 그녀는 당했다는 듯 살짝 분한 표정으로 민준을 바라보았다.

이건 호감과는 별개의 감정으로 허를 찔린 것에 대한 분함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ㅏㅏ

새로운 임무.[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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