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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임무. --> 자고 일어나면 그칠 줄 알았던 비는 전혀 그치지 않았다. 언제 그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보강을 하기로 마음 먹은 민준은 아침 역시 간단하게 육포와 죽으로 대처했다. 그러자 랑아는 불만이라는 듯 볼을 잔뜩 부풀렸고 혜미 역시 마음에 안든다는 듯 노려보았지만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소녀들 중에서는 예미만이 이해를 한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으니 민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투박하고 거친 손길에 잔뜩 긴장했던 예미였지만 몇번 쓰다듬을 받다보니 이것만큼 상냥한 손길이 없다는 걸 느꼈다. 물론 중간 중간 장난삼아 난폭하게 쓰닫므을 때도 있었지만 머리가 아플만큼 힘을 주지는 않았다. 그저 머리카락이 헝크러질 뿐이었다. 그래서 그가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게 된 예미였지만 랑아와 혜미가 있는만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쓰다듬어주기를 내심 바라게 되었다.
"예미는 쓰다듬어주는게 좋은거시냐? 나는 모르겠다는거시다."
쓰다듬을 받는걸 좋아하긴 했지만 민준이 쓰다듬는 것보다는 다른 여인들이 쓰다듬어주는게 더 좋았다. 그것보다 좋은 것은 꼬리 털을 빗겨주는 일이었으니 머리를 쓰다듬는 것보다 꼬리를 빗겨달라고 하는 일이 많았던 랑아였다.
"그게..뭔가 따뜻한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그런거시냐? 나는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거시다"
마치 어머니의 품안에 안겨있는 것처럼 따뜻하 느낌을 받은 예미가 떨어지자 랑아는 다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육포와 죽을 가르켰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거시다. 이건 네가 만든 것보다 맛이 없는거시다"
"네가 아니라 오빠라고 말했지?"
"으윽..아픈거시다! 아픈거시다아아아
죽어도 오빠라고 말하지 않는 랑아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가만히 보고 있던 백랑이 사과를 했다.
"아니 니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이건 랑아의 고집이고 내가 꺽어야하는거니까"
여기서 놔두면 더욱 기고만장해져서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고집을 부릴게 뻔했다. 물론 고집이 꺽이는 순간 펑펑 울겠지만 한번 쯤은 고집이 꺽여봐야 성장하는만큼 민준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하며 활짝 웃자 백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 몇일 사이 마부석 옆에서 걸어다니며 친해지게 되면서 화가 났을 떄과 아닐 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화가 났어도 너의 탓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진짜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동생인 랑아가 고집이 꺽여 울게 되는건 안쓰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녀 역시 한번쯤은 고집이 꺽여봐야한다는 걸 알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맛있는게 먹고싶은거시다"
"알고 있다만 계속 비가 내리니까 아침에는 지붕과 천막의 보수를 해야한다고 햇잖아?"
'그래도 맛있는걸 해준다고 약속한거시다!"
"어쩔 수 없으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렇게 고집을 부릴꺼야?"
"내가 널 따라온건 맛있느걸 먹을 수 있어서 그런거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따라갈 이유가 없는거시다"
"혜미도 불만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이해를 했으니까 아무런 말을 안하는데 왜 너만 그러는거야? 그리고 내가 요리를 하는건 의무가 아니야."
"에..?"
따라가지 않는다고 하면 만들어줄거라 생각했던 랑아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것이 민준도 귀엽다고 말해주었고 여인들도 이뻐해주었으니 말을 하면 들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게 의무가 아니라고 했으니 당황한 듯 그를 바라본 것이다.
"내가 요리를 만드는 이유는 다들 좋아해주고 나도 그걸 보는게 기뻐서지 누군가에게 점수를 따려고 만드느건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안만들고 당번제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지. 여기 있는 여인들은 다들 간단한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
여인들도 요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런 날에는 요리라기 보다는 모든 걸 뭉친 주먹밥 같은걸 만들어 대충 먹는게 전부였다. 그걸 말해주자 사색이 된 랑아였지만 왠지 잘못했다고 말하기 싫어 팔짱을 끼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간다고 하면 안잡을테니까 돌아가도 좋아. 날 욕해도 좋고. 대신 다른 여인들은 욕하지마. 그건 진짜 내가 화낼수도 있으니까"
진지하게 말하자 충격을 받은 랑아는 감정이 북받쳐오르는걸 참을 수 없었다. 억지로 참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렁 그렁 맺힌 눈물은 언제 흘러도 이상하지 않았고 한방울이 뚝하고 떨어지자 봇물터지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흐에에에에엥"
다른 요괴들이나 여인들이었으면 우는 순간 안아서 달래줄 것이지만 민준은 달래주지 않았다. 여기서 안아준다는 건 눈물에 진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우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가 지붕과 천막의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한참동안 서럽게 울던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고 훌쩍거렸는데 백랑이 손을 벌리자 다시 한번 서러운 듯 울면서 품안에 안겼다.
"나쁜거시다 정말 나쁜 사람인거시다 훌쩍"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듯 훌쩍인 그녀는 마음을 추스렸고 2시간 뒤 물에 흠뻑 젖어서 들어온 민준은 신경도 안쓰는 듯 크게 흥!이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시 나가봐야하니까 수건은 조금 있다가."
빗줄기가 거세다보니 잠깐 쉬기 위해 들어왔던 민준은 기령이 가지고 온 수건을 받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 이 시간에 무엇을 만든가 해서 봤더니 마차를 기준으로 왼편에 한사람이 들어갈만한 통과 지붕 그리고 통을 가릴 판자를 세우고 있었다.
"민준 그거 뭐야!"
'목욕탕!!"
궁금해서 여포가 소리를 지르며 물어보자 목욕탕이라고 설명한 민준은 다 만들고 나자 길목에 천막을 쳐서 움직임이 편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 차가운 물로 씻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찝찝하긴 했지만 차가운 물로 씻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장료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민준은 주작의 힘을 빌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금방 간이 목욕탕에는 연기가 모락 모락 나기 시작했다.
"와. 그런 방법이 있군요. 그럼 주군 씻고 와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그리고 큰 통 말고 옆에 한사람이 들어갈 수 있들 정도의 통을 만들어두었으니까 거기에 몸을 담그고 물을 버릴 땐 위에 있는 줄을 당기면 돼."
큰 통은 빗물을 받고 있었으니 거기서 작은 통에 물을 옮겨서 몸을 담그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 여인들은 차례대로 목욕을 하러 갔다.
백랑와 랑아 역시 목욕을 하기 위해 목욕탕을 사용했는데 다 끝나고 나자 랑아는 마차 안으로 획 들어가버렸다. 단단히 삐졌다는걸 보여주는 모습이었지만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간이 침대에서 1시간가량 눈을 붙인 후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이 맑을 때 요마가 잡아온 멧돼지 고기가 조금 남아있어 그걸로 볶음밥을 만든 민준은 내일까지도 비가 오면 요마와 백랑에겐 미안하지만 재료를 구해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저번처럼 잡아오면 되나요?"
"그래. 대신 보금자리에 있는 녀석들까지 건들이지는 말아"
"네 명심할게요."
"그리고 이거 랑아 가져다 주고"
지금 만나봐야 밥까지 먹지않을거 같았던터라 백랑을 통해 건네주라고 하자 랑아는 밥을 거부했다.
"고집 엄청 쌔네.."
"그게..저희가 너무 오냐 오냐 해줘서 그런거예요. 죄송합니다."
"뭐 그럴 수 있지."
처음 꺽는게 힘들 뿐 한번 꺽이면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행동은 하지않을테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밥을 치우려고 했다. 하지만 백랑은 한번 더 권해본다고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먹는거시다!-
쨍그랑-
"......"
안먹는다는 말과 함께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민준은 마차의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볶음밥은 엎어져있었고 그릇은 완전히 깨져있었다. 랑아 역시 당황한 듯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민준은 상황파악이 끝난 듯 그릇과 밥을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기름이 묻은 바닥은 닦아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터라 잘 때 모포를 깔고 자는걸 권했고 여인들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할말 없어?"
"으...그게....나..나는 잘못없는거시다!"
눈치를 보던 랑아가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자 민준의 눈은 싸늘하게 변했고 그 뒤로 식사시간때 랑아의 식사는 따로 차려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었던 육포 몇개만 놔둘 뿐이었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나자 오기로 육포를 먹던 랑아의 모습은 왠지 처량했다. 그렇게 활발했던 아이가 말이 없어졌고 꼬리는 추욱 늘어져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할만한데 민준은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의 할일을 했다. 다시 점심식사시간이 되고 육포 세개가 담져겨있는 그릇을 백랑이 가져오자 그걸 집어든 랑아는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다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처음에는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은 것 뿐이었는데 그게 꼬이고 꼬여 지금까지 와버렸고 한번쯤은 자신의 상태를 보러 올 줄 알았던 민준은 아예 찾아오지 않았고 중간에 눈이 마주쳐도 예전처럼 장난을 치거나 상냥학 대답하는게 아니라 그대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면서 예미와 혜미한테는 상냥하게대했으니 서러움이 폭팔한 그녀는 펑펑 울면서 잘못했다고 말했다.
"뭐라고?"'
"내가 잘못한 거시다. 잘못했으니까 미워하지말라는거시다."
"뭘 잘못했는데?"
"고..고집을 부린거시다.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살짝 고집을 부리면 만들어줄거라 생각한거시다"
"또?"
지금 민준이 물어보는 건 여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데? 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랐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게 하며 그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랑아는 훌쩍이면서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전부 말했다.
"그래. 랑아야. 살아가는데 있어서 고집을 부릴 순간이 있고 아닌 순간이 있는거야. 알았어?"
끄덕 끄덕
"나도 못되게 군건 미안한데 널 위해서 독하게 굴었다는걸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
"나쁜거시다.정말 나쁜거시다..하지만 이해하는거시다..훌쩍"
그 말에 민준은 훌쩍이는 랑아를 살며시 안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따듯하다는 감정을 느낀 적 없었던 랑아는 지금 이 순간 따뜻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에서 랑아는 발암이라기 보다는 고집을 부리는 어린아이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고집이 쌘 아이도 있기 마련이니까요..근데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끼요오오...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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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령화객 2017-05-17 05:32 new
우리작가는 독촉을 먹고살지요 많이먹고 많이쓰고 세계정복
-〉 아니다 트럴
소드아트 2017-05-17 07:28 new
@네버엔딩스토리가 보인다 점점
-〉 엔딩이 보이겠지!
Baramdolyi 2017-05-17 07:36 new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슬립나이트 2017-05-17 08:11 new
괸찮은 소설을 찾았지만 언제 다 읽나..
-〉 으억....감사합니다
HopeTomorrow 2017-05-17 23:34 new
삼국사기 ~연희~......차기작.....안되면 작가를 감금.....읍읍
-〉 그런건..없다..
새로운 임무.[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