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3/1909 --------------
<-- 새로운 임무. --> 1주일동안 토론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수정이 되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발정기 기간에는 오환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었다. 꽤나 파격적인 조건으로 되려 오환이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는데 민준은 단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걸 허용했다가 나중에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그 날에 가지못하게 하는게 서로에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것으로 공사에 대한 것은 자신들이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요괴들은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들 중에는 요괴도 있으니까 그런거고 힘으로 굴복시키는건 내가 좋아하는게 아니라서 말이야. 아무튼 농사쪽은 오환에 있는 인간들에게 알려줄테니까 그 사람들에게 배워"
"네"
원래 기린에 있는 농부들이 요괴들에게 직접 가르치면 되는 일이었지만 자신의 부족이 아닌 인간의 말을 들을리가 만무했기에 귀찮지만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부족에 있던 인간들도 그 편이 좋겠다고 했으니 농사 건은 그런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병력은 이미 무장을 해제하고 창과 장비들은 창소 안에 넣어둔 상태였으니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민준은 몇일 있다가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일은 다 끝났으니 지금 당장 돌아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아직 요괴들의 발정기가 끝나지 않은만큼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는데 맛있는 요리를 얻어먹을 수 잇다고 생각한 소녀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고 당연한 듯 가장 먼저 일어난 민준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자 귀신같이 알고 찾아온 랑아, 혜미, 예미는 나란히 앉아 민준에게 똘망똘망한 시선을 보냈다. 마치 자신들의 밥도 만들어 달라는 듯이. 요괴들도 직접 밥을 해 먹었지만 울타리 밖을 나갈 수 없는 여인들은 민준보고 만들어달라고 했기에 취사도구를 빌린 민준은 매일 삼시새끼 요리를 만들었는데 이따금씩 지나가던 요괴들이 한끼 얻어먹게 되었다. 물론 앞서 마한 세명의 소녀는 거의 민준의 일행이라는 듯 얻어먹고 있었다.
"오늘은 무엇인거시냐! 또 다른 냄새가 나는 거시다"
올 때마다 다른 냄새가 났으니 신기하게 생각한 랑아는 코를 킁킁거리며 민준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시뻘건 국물속에서 두부가 보글 보글 끓고 있었다.
"으윽 매워보이는거시다."
매운 음식은 그렇게 잘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인상을 찌푸린 그녀였지만 민준은 괜찮다는 듯 조금 잘라서 후후 분 다음 건네주었다.
"먹어도 되는거시냐? 고마운거시다!"
옆에 있다보면 이런식으로 한입씩 먹어보라고 주는게 있었기에 맛을 본 랑아는 뜨겁다는 말을 연발하며 발을 동동굴렀다.
"푸하핫 뜨겁다고 했잖아"
"말 안한거시다! 그냥 준 거시다!"
"호호 불어주면 뜨거운 줄 알아야지. 뭐야 너희도 먹을래?"
"응"
"네"
먹고 싶다는 듯 다가온 두 소녀에게도 똑같이 해준 민준은 맛있다는 말에 냄비를 옮겨 그릇에 담고 식사 준비를 했다.
오늘의 요리는 두부조림과 맑은 탕이었다. 원래 된장지개를 하고 싶었지만 된장이 없었고 있다고 해도 냄새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할거라고 생각했기에 나중에 만들기로 생각한 것이었다.
"맛있네요..그런데 뭔가 표정이 안좋아보이세요?"
"나?"
"네. 평소에는 만드시면 흐뭇하게 보시는데."
민준과 오래 지내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표정을 관찰하는게 습관중 하나였던 예미는 밥을 먹을 때 민준의 얼굴을 관찰했다. 음식을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하고 거의 밥을 나중에 먹다시피했으니 왜 그런가하는 호기심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요리가 잘되었던 날은 웃고 있고 잘 안된 날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했는데 오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었다.
"원래 국을 다른걸로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 발효가 덜되었고 냄새가 심한 음식이거든"
"취두부..같은거예요?"
"그거랑은 다른데..나중에 만들면 먹여줄게"
취두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터라 부정한 민준은 가만히 있다가 예미에게 취두부는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았다.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거든요. 상인들이 가지고 있는걸 받아왔다고 하셔서"
"그렇구나..그럼 된장도 먹을 수 있겠네"
된장은 냄새만 구린 것이니 괜찮을거라 생각한 민준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던 랑아가 벌떡 일어났다.
"무엇을 하는거시냐! 왜 예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거시냐! 나도 쓰다듬어주는거시다!!"
"뭐라고?"
"밥 잘먹는다고 칭찬하는게 아닌거시냐? 그렇다면 나도 잘먹고 있는거시다!"
정말 순수한 아이같은 느낌에 피식 웃은 민준은 랑아와 혜미의 머리도 쓰다듬어 준 다음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후 민준이 하는 일은 딱히 없었다. 회의는 끝났고 결과를 전서웅을 통해 보내놓았으니 기린에서 다듬은 다음 공문서화 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동맹관계가 되는 것이니 할일은 끝났다고 보면 되었다. 하지만 발정기가 10일정도 남았으니 그걸 기다려야했던만큼 여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지고 온 술을 마시며 기타연주를 했는데 이게 요괴들 사이에서도 의외로 호평이었다.
원래는 밤에 하는게 분위기상 좋았지만 밤에는 이곳 저곳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기에 어쩔 수 없이 낮에 연주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소리가 워낙 시끄러워서 잠을 설치는 이들도 있었기에 흑월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야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아침이 밝아오고 움막 밖으로 나온 민준은 세명의 소녀가 서로를 끌어안고 쿨쿨 자고 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여기가 집이라고 생각하는건가.."
"후하암..안녕?"
그러는 사이 가장 끝에서 자고 있던 혜미가 일어난 듯 인사를 했다.
'너희는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어쩔 수 없잖아. 어른들이 내뱉은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걸. 그래서 찾다가 이곳에 오니까 조용해서 잘 잤어.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신에게 부탁했지?"
"치이.알려주기 싫으면 알려주지마"
"아니 진짜라니까"
"흥"
거짓말을 한거라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획 돌린 혜미는 다시 잠을 자버렸다. 어이가 없어서 깨울까 생각했던 민준이었지만 금방 쿨쿨거리는 소리가 났기에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고 방에서 모포를 하지고 와 그녀들을 덮어주었다.
"헤헤 고마운거시다! 덕분에 잘잔 거시다"
"그러냐. 너희 집에서 자야지."
"언니가 발정기때문에 힘들어하는거시다. 그래서 같이 자기 힘든거시다!"
"언니면..백랑?"
"그런거시다"
정조관념이 없는 요괴들이니 적당한 늑대요괴와 관계를 가질 줄 알았던 민준이었지만 힘들어한다는 말을 듣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랑아는 그 이상은 모른다는 듯 빨리 밥을 달라고 보채였고 민준은 자신이 상관할 문제는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 후 식사준비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무슨 음식 만들어줄까요?"
"나는 그 생선튀김이 맛있던거시다."
"나는 고기"
각자 다른 음식을 말하자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는데 바람막이로 설치된 움막의 창문에 요마의 얼굴이 보인 것 같아 요리를 멈춘 그는 주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울타리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이야?"
"그게 염치없는건 아는데..저 민준님께서 만든 밥..먹어도 되나요?"
"그게 무슨 염치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제가 발정기에 들어갈거 같아서..같이 식사는 못하겠고..그런데 먹고 싶고..아우...죄송해요"
"아...가져다 달라는거구나?"
"그..그런 뜻은 아닌데.."
"뭐 어째 어쩔 수 없지. 그럼 니것이랑 또 누구 필요한 사람 있어?"
"저..저도"
그러자 멀리서 랑아를 지켜보고 있던 백랑이 손을 들었다.
"음..그럼 나도 부탁해도 되겠소? 대신 내가 이곳에서 밥을 먹고 저 아이들에게 가져다주겠소"
"그럼 그렇게 하지. 따로 먹고 싶은건?"
"그대가 만들어주는거라면 무엇이든"
마한이 가져다준다는 말에 백랑과 요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먹고 싶은 음식인건 맞았지만 차마 민준에게 배달을 해달라고 하기엔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편의점에서 올립니다ㅏㅏㅏㅏ
새로운 임무.[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