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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임무. --> 어른들은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런걸 몰랐다. 그래서 마한과 백랑에게 놀아달라고 했는데 몰래 나갔던 세명의 소녀들은 그런건 관심없다는 듯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이미 다 먹은 듯 입맛을 다셨고 은발의 소녀는 입이 짧은 듯 조금씩 먹고 있었고 큰 귀와 복실 복실한 꼬리가 있는 회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반쯤 먹은 간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맛이 없는거시다."
"그러게. 그 때 먹었던 음식은 맛있었는데"
"혜미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시냐?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시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의 이름이 바로 혜미였다. 마한의 딸로 도마뱀 요괴였는데 딱히 특징이라고 할 것은 몸에 나타나지 않고 눈이 파충류처럼 생겼다는 것이 인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기뻐하는 소녀의 이름은 랑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늑대요괴였다. 백랑처럼 순백의 털을 가지는게 꿈인 소녀로 모험심이 강했다. 그래서 매번 사고를 치고 다니는 주범이기도 했다.
"설마 언니..거기 가려는건 아니겠죠..?"
두렵다는 듯 몸을 부들 부들 떤 소녀의 이름은 예미. 새 요괴였지만 인간의 피를 더 많이 물려받아 날지는 못했다. 다만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울 때는 엄청난 고주파라 나오는게 특징이었다. 겁이 많으면서도 호기심이 많은 그녀였기에 랑아가 어딘가 가자고 하면 걱정하면서도 따라다녔다. 그리고 셋 중에는 가장 머리가 좋았다.
"무슨 말을 하는거시냐. 거기 가면 언니한테 혼나는 거시다. 화난 백랑언니는 무서운 거시다"
"하지만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란 말은 안했잖아? 그 사람들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았고.."
"그런거시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나쁠리가 없는거시다! 그러면 영화 아줌마나 오건 할머니도 나쁜 사람인 거시다."
요리를 해주는 이들이 대부분 인간이었던만큼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인간은 착하다. 라는 인식이 잡혀있던 세명의 소녀는 자신들끼리 결론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이곳에서 절대 나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 마음의 결정을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랑이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나무 막대기로 한 곳을 가르켰다.
"저곳에 있는거시다! 가서 맛있는 밥을 먹는거시다!"
이미 결정을 한 듯 당당하게 말하자 예미는 아우..라고 한숨을 내쉬었고 혜미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혀를 날름거렸다.
"밥. 밥 맛이는 밥인거시다!"
"랑아야! 어딜 가려고 하는거야?"
"히익..언니 목소리 무서운 거시다...나는 밥을 먹으려는거시다.."
당당하게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다 듣고 있던 마한이 그녀들을 잡아서 다시 데리고 오자 불만이라는 듯 랑아는 볼을 부풀렸다.
"내려놓는거시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가는 거시다! 놀러가는게 아닌 거시다!"
"이놈들 때문에 고생 좀 하겠구만.."
자신의 딸도 섞여있었는데 한번 결정하면 고집을 꺽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으니 철저하게 감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감시를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피곤했던 마한은 문앞에서 감시를 서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고 그 때까지 잠을 자지않고 기다리고있던 랑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더니 마한의 눈 앞에 손을 휙휙 흔들어보았다. 이렇게 해서 깨면 깊은 잠에 들지 않았던 것이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으니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마을을 벗어났다.
밤이면 순찰을 도는 요괴들도 있고 망루에서 감시를 하지만 몇번이고 탈출을 한 적이 있었던 랑아는 사각지대를 알고 있었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숲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흐흥~ 밥을 먹는거시다~ 배가 고픈 거시다~"
어떻게든 맛있는 밥을 먹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저녁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던 그녀는 배가 꼬르륵거리는걸 느끼고 노래를 부르며 앞장 섰고 혜미 역시 뒤에서 따라 불렀다. 예미의 경우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작게 따라부르는게 전부였다.
"오오. 혜미, 예미 보거라. 큰 집이 생긴 거시다!"
분명 냄새는 저곳을 가르키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 큰 집이 생기자 신기하게 생각한 랑아는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아니 자고있는건가?"
"잔다고?! 안되는거시다! 배가 고픈거시다!"
"후아암..뭐가 이렇게 시끄..어?"
"호에? 인간! 일어난거시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깬 민준이 밖을 내다보자 그곳에는 세명의 소녀가 있었다. 모닥불을 피워두지 않았다고 해도 오늘은 달이 밝은 날이었고 바들 바들 떨고 있는 소녀의 은발이 달빛에 비추어서 반짝이고 있었으니 그 때 만난 아이들이란건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왜 이곳을 찾아온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백랑이나 마탄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끼리 온거냐?"
"그런거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든 밥을 먹기 위해 온 거시다!"
"그러냐...이거 참..어이가 없구만"
소녀들만 보냈을리 없었으니 이 아이들이 멋대로 나온 거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었지만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민준은 모닥불에 불을 붙여 주변을 밝게 한 후 요리를 할 준비를 했다.
"뭐먹고 싶냐"
"그냥..만들어주시는거예요?"
"밥먹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녀석들을 쫓아보낼수도 없잖아. 돌려보내도 밥은 먹여야지"
"역시 인간! 착한 거시다"
요리를 만들어준다는 말에 흡족하게 웃은 랑아는 민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키 차이가 워낙 컸던터라 어쩔 수 없이 허벅지를 토닥여주는 걸로 끝냈다.
"그래 그래 고맙다."
우쭐해하는 랑아를 보며 피식 웃은 민준은 자신이 머리를 쓰닫므어 준 다음 재료를 찾았다. 지금 당장 요리를 만든다고 해서 금방 나오는건 아니었으니 가볍게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해줄 스프같은걸 만들기로 하고 야채와 고기를 잘게 썰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역시 이 남자 요리 능숙해."
할 것이 없을 때 사람들이 요리를 하는걸 구경했던 혜미는 민준이 만드는 요리를 보며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나온근 희멀건 죽같은 것이여서 인상을 찡그리자 민준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밥이 아니라 너희 피곤할거 같아서 가볍게 만든거니까 그거 먹으면서 몸 좀 풀고 있어"
스프를 만들었으니 볶음밥류로 만들려고 생각한 민준은 그녀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각각 방식이 달랐는데 은발의 소녀는 입이 짧은지 먹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다.
"음..손이 많이 가겠지만 어쩔 수 없나"
볶음밥을 만들려던걸 오무라이스로 갈아탄 민준은 재료를 준비해서 만든다음 은발의 소녀에게 먼저 전해주었다. 자신에게 달라고 손을 내밀었던 랑아는 옆으로 하자 불만이라는 듯 볼을 부풀렸지만 금방 만들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었다.
"맛있는거시다! 역시 맛있는거시다!"
"그러게. 맛있다아..이거 뭐야"
"먹기 편하네요"
두 사람의 오무라이스는 야채를 큼지막하게 썰었지만 은발의 소녀 것은 잘게 썬 민준은 이게 맞다는 듯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무라이스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30분 뒤 자신을 랑아라고 소개한 소녀는 오무라이스를 두그릇이나 먹고 배가 빵빵해졌다. 이 작은 몸에 어떻게 그리 많은게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만족한다는 듯 배를 쓰다듬은 소녀는 그 자리에서 꾸벅 꾸벅 졸았다.
"어이. 세명 다 돌아가야지"
"졸린거시다. 그리고 편지 적어둔거시다아.."
이미 반쯤은 눈이 감겨있었던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민준은 그녀들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로고 두꺼운 모포를 몇개 바닥에 깔고 남은 걸로 덮어주었다. 그러자 표정이 편해진 세명의 소녀들은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새로운 임무.[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