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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임무. --> 부족의 회의가 시작된다고 하자 대광장에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민준이 학창시절 보았던 그런 작은 모닥불이 아닌 산정산에서 봐도 보일만큼 크고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모닥불을 끼고 빙 둘러앉은 사람들은 대족장의 말을 기다리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원래 회의를 할 때는 무기를 가지고 오지 않는게 원칙이었지만 민준일행이 참가한만큼 이례적으로 그들을 지키는 경비병을 세우게 되었다. 이 모습을 본 마한과 백랑은 조마 조마 했지만 민준은 딱히 상관없다는 듯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일단 백랑의 일은 인간들의 안건이 끝나면 하도록 하죠.”
서로 연관 된 일인만큼 인간들에 대해 결론을 내자고 하자 모여있는 이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제 소개를 하죠. 산월의 대족장인 요마입니다. 삼미호로 이제 930살이네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꼬리를 들어냈다. 무슨 의도로 이곳에 찾아온 것인지는 몰라도 기선제압을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민준의 입장에서는 그저 귀여운 꼬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다.
방덕의 꼬리는 총 9개 희고 풍성한 것에 비해 요마의 꼬리는 짧고 갈색이었다. 그래서 전혀 위협이 되지않았던터라 그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이 순간 요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했다.
구미호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삼미호의 요기도 무시하지 못한다. 건장한 사내라면 요기에 홀려 헤벌죽 거렸고 심한 경우 이상을 잃어버리고 요마의 종으로써 일생을 살아갔다. 그런데 눈 앞에 있는 사내는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니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이것도 안먹힌단 말인가?!”
놀란 요괴중 한명은 자신의 날개를 펼쳤다.
화려한 문양이 있는 날개는 마치 자신을 봐달라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민준과 여인들은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구력거와 소복연만은 무엇인가에 홀린득 멍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요괴한테 가려고 했다.
“야. 풀어.”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민준은 두 여인이 헤롱거리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다 아니었다. 자신을 따라온 이들이니 신경을 써줘야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만약 자신들의 부인들이 내성이 없었다면 같은 처지가 될게 분명했으니 화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말이 너무 짧다! 인간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널 죽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소리 듣는건 웃어넘길 수 있단 말이지. 그런데 내 부인들을 건들이는건 절대 용서 못한단 말이야. 지금 너희는 선을 넘은거나 다름없는데 사과 한마디 안하네?”
“요기에 면역이 있는 것 같아 확인차 해본 일이 뭐가 문제인가!
“저기 요마라고 했나 저 여자가 꼬리를 펼친건 위엄을 보이고 싶어서 그런거. 이해해. 하지만 말이야 면역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만둬야지?”
민준의 목소리가 점 점 더 차가워지자 백랑과 마한은 요괴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동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른없는 행동이었다.
“백랑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한! 네가 인간을 두둔할 줄 몰랐군.”
“그게 아니다. 저 인간은 쳥범한 인간이 아니다! 위대한 구미호의 반려자란 말이다. 거기에 구미호보다 더 대단한 존재들과도 계약을 맺았단 말이다.”
“푸하하하 웃기는군. 그러면 위대한 분의 기운이 왜 느껴지지 않는거지?”
마한과 백랑이 답답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구미호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요괴들과 민준사이에 큰 문제가 생길거라고 확신했던 백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백랑!? 뭐하는 짓이니?”
그녀를 옹호하고 있던 현랑일족의 여인도 놀란 긋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요괴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민준에게 부탁하는게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까 전까지 위대한 분의 기분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기운..? 잠시만 기다려봐”
요괴들이 죽이니 어쩌니 하고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민준 역시 방덕의 남편인걸 알면서도 요괴들이 날뛰는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아 혼자 생각에 빠진 참이었다. 그런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머리를 벅벅 긁은 그는 방덕의 분신을 불러냈다.
펑-
“헤헷?”
오랜만에 나타나서 기쁘다는 듯 활짝 웃은 방덕의 분신은 민준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자 부르지도 않았던 분신들이 전부 튀어나오더니 자리 싸움을 시작했다.
처음 방덕의 분신이 나타났을 때 요괴들은 엄청난 요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읳 몇단계 뛰어남는, 요마가 이데로 계속 자라서 각성을 하게 되면 가질 법한 그런 양의 요기를 내뿜고 있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지 못한 그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 잠시 지나고 나자 말도 안되는 것들이 연달아 나타났으니 상대적으로 약한 요괴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해버렸다.“
-다들 이렇게 무력 시위 할거야?-
-오라버니 본체가 안간 것만해도 많이 참은거예요. 감히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가요 저 녀석들은 말이예요.-
-언니 말이 맞네. 우리는 지금 아주 많이 양보한 것이네.-
듣기에도 화를 많이 참고 있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어째서 요괴들이 방덕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만히 있던 도철의 분신이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게..내가 도마뱀녀석 쓰러트리고 나서 기운을 감추었는데 조절을 잘못해서 그런 것 같아 미안-
-그런거냐..어쩐지 요괴들이 개소리를 신명나게 하더라니.. 알았다. 그리고 적당한 무력시위 고마워-
자신들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만큼 협상을 제대로 못할게 눈에 보였던 민준은 그냥 말해도 될 것을 굳이 소환까지 했다. 한번 엿먹어보라는 심정으로. 그런데 여인들은 거기에 더해서 분신들을 전부 나타나게 했으니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볼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전부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이고 대놓고 여인들을 유혹했던 공작새 요괴는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 있었다.
“아무튼 다들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부를테니까.”
그 말에 다시 전부 사라지자 민준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디.
이제는 명백히 갑의 입장이 된만큼 요괴들의 똥줄을 태우기 위함이었다.
“나는 분명 너희와 협상을 하려고 왔다고 했다. 큰건 아니고 다른 이민족들이 너희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걸 들으려고 한거지. 근데 돌아오는 답변은 없고 우리를 죽이네 살리네 하고 있었지? 뭐 거기까진 좋아. 너희의 규율이 있으니까. 하지만 내 부인들을 건들이고 낄낄거린건 용서가 안된단 말이야.”
“그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난 너에게 듣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야. 너랑 저 도마뱀 사내는 사태가 악화되는걸 막으려고 힘썻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귓등으로도 안들었으니까 거기 대족장. 어떻게 생각해?”
“그..그건..”
대족장의 권한을 이용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과 마한과 백랑이 그를 옹호하는게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한마디에 부족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걸 느낀 그녀는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고는 하나 우월감에 젖어있던건 사실입니다. 지금부터는..”
“야. 뭐 착각하고 있는거 아니냐? 난 그런거 하등 신경 안쓴다고. 니들은 니들의 법이 있으니까. 내가 뮬어본건 내 부인들을 기만한걸 어떤식으로 사과할꺼냐고 묻는거다.”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공작새 요괴 또한 온몸에 땀이 흥건한 상태였으니 이쯤 해야겠다고 생각한 민준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후 꽁초를 던져버렸다.
“후우....”
잔뜩 무게를 잡으며 일어나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먼저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요마가 울음을 터트려버린 것이었다.
“흑..흐엥..흐아아앙”
뭔가 서럽게 울고 있는 요마를 보며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한 민준은 자연스럽게 여인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들은 아아 울려버렸네 라는 표정으로 민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놀러와서 올리네요 하핫
새로운 임무.[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