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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임무. --> 거대한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는 사내는 화가 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산월 내에서는 어린사이들이나 인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일부러 혼자 아무도 없는 바위섬으로 향하여 바위들을 박살내며 화를 풀었다. 그래서 함께 왔던 여인들은 눈 앞에 있던 사내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고 생각했다. 동정은 느낄 수 있겠지만 화가 난 도마뱀사내를 말릴 수 없거니와 친하지도 않은 이를 위해 힘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에구구..또 저질러버리시네요."
'그러게.."
무덤덤하게 말했는데 사내에게 닿기전 도마뱀 사내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산월의 족장뿐이었다. 족장이라는 이가 강해서 그런건 아니었다. 힘만 따지고 본다면 산월에서 도마뱀 사내를 이길 수 있는 이는 산월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으로 모든걸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도마뱀 사내는 우두머리에게만 건네주는 작은 구슬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명령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는게 아니라 폭주를 했을 때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그래서 산월 내에서는 도마뱀 사내가 폭주할 때마다 족장이 이 구슬을 이용하여 그를진정시켰다.
하지만 도마뱀 사내 앞에 서 있던 사내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고 구슬같은게 존재할리 없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마차를 끌고 온 사내가 도마뱀 요괴라고 한다면 주먹을 멈출리가 없었다. 같은 도마뱀 요괴끼리는 서열 경쟁을 해야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주먹을 멈추었으니 무덤덤하게 보고 있던 여인들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체가 무엇이냐. 폭주한 내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인간이라니.."
분명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자신보다 더 높은 등급의 요괴라면 모를까 고작 인간에게 공포심을 느낀다니? 수치심에 몸을 부들 부들 떨었지만 자신의 감은 말하고 있었다. 섣부르게 행동하지 말라고. 그래서 심호흡을 내뱉은 도마뱀 사내는 조심스럽게 민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는 자신의 정체를 말하는게 예의 아닌가?"
"미안하군. 마한이다. 보다시피 도마뱀요괴다"
"김민준이다."
"김민준이라..알지못하는...잠깐...백랑. 이쪽으로 와봐라"
마한이 손짓하자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백랑은 투덜거리며 가까이 왔다.
"무슨 일이죠? 갑자기 공격하다 멈춰서 대화를 나누다니 당신 답지않네요"
'그건 아무래도 좋다. 비웃으려면 얼마든지 비웃어라.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사내에게선 무언가 이상한게 느껴진다. 그러니 그게 무엇인지 냄새로 확인해줄 수 있겠나?"
분명 자신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기운이 느껴지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익숙한 기운이라는 것만 자각할 뿐이었다. 그래서 백랑이라는 여인에게 부탁을 하자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잠시만 실례한다고 말하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뭐야 저거 기분 나쁘네."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니 기록해둬야할거 같습니다."
"하아..저 남자는 또 무슨 짓을 하는건지.."
엄청난 소리에 문을 열었던 여인들은 민준과 도마뱀 요괴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러다 어여뿐 여인이 그의 곁으로 와서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걸 보게 되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면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떳다. 그녀들 사이에 끼어있던 구력거와 소복연만은 이제 다 죽었다는 듯 벌벌 떨고 있었다.
"마한 아저씨가 느낀게 틀린건 아닌데..여러명의 냄새가 나요. 요괴 뿐만이 아니라 다른..어?"
눈을 감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냄새를 맡고 있던 백랑은 어딘가 익숙한 냄새를 맡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냄새는 분명...그럴리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 가슴의 냄새를 맡자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화들짝 놀란 그녀는 뒤로 몇발자국 물러나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무엇을 하는게냐"
"위..위대한 존재의 반려자께 인사를 드립니다."
"뭐? 위대한 존재? 장난하지마라"
"아저씨. 이거 장난 아니예요. 이분은 구미호. 방덕님의 반려자예요. 그리고 알 수는 없지만 그 분보다 더욱 강한 기운도 느껴져요."
요괴들 사이에서 방덕은 위대한 존재라고 할만한 여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여우요괴에서 시작해서 모든 요괴들의 정점에 서기까지 했으니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반려자였으니 백랑이 무릎을 꿇는건 당연했지만 마한은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민준의 몸이 번쩍 거리며 빛나더니 키가 무릎까지 오는 작은 도철이 튀어나왔다.
"크아!!!!!!!!!!!!!!!!!!!!"
평소 도철이 내는 소리였으면 산월에 있는 요괴들이 전부 집결하거나 도망치겠지만 작게 축소된 모습이다보니 귀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마한은 아직까지 사태파악이 안된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렇게까지 요기가 쌓일 동안 혼자서 생활했고 다른 요괴들의 소식은 아에 듣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산월에 들어간 것이니 요괴들 중 누가 가장 잘나가고 강하다는건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부족을 지키는 것에 열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도철의 분신은 순식간에 튀어올라 그의 머리를 잡고 땅에 처박아버렸다.
"커헉"
힘 조절을 적당히 했으니 망정이지 진심을 했으면 즉사를 했을만큼 강한 공격이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꼬마 소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지키겠다는 듯 그의 앞으로 다가와 양팔을 벌리고 막아섰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말까지 더듬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지켜내려고 하고 있었다.
"흥"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도철은 민준의 몸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백랑은 부디 한번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위대한 존재의 반려자. 즉 방덕의 남편이라는 걸 알았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존경심을 담아 이렇게 행동하는 것 뿐이었지만 그것보다 높은 존재. 입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두려운 사흉수까지 품에 안았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딱히 내가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일단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너희 부족이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기운을 숨기는 것도 아니었으니 적당히 알아차리겠거니 했지만 아예 모르는 이들도 있는 걸 보며 어이없다고 생각한 민준은 도철이 나온게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청룡의 분신이 있는 곳에 손을 대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청 있어?-
-오오 남편이군 무슨 일인가? 도철때문에 그런가?-
-응. 그것도 있는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말이야-
-도철은 너무 나무라지마라. 많이 참은거다-
-나무랄 생각은 없...-
-진짜지? 나 혼내는 거 아니지?!-
민준이 분신에 손을 가져간다고 해서 단 둘이 대화를 하는게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더욱 잘 전달될 뿐이었다.. 그래서 한창 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끼어든 도철은 진짜냐고 물어보았고 민준이 그렇다고 하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그거보다 여기 있는 요괴들은 왜 너희들의 기운을 못느끼는거야?-
-그건 간단하다. 니야나 도겸, 방덕등의 요괴나 영물들의 기운은 동질감을 느끼지만 우리의 기운을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가 의도적으로 기운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거였어? 어쩐지 이상하더라-
-그렇다고 남편인 자네를 공격하는 머저리 같은 놈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마한이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그녀도 불쾌하다는 듯 말하자 민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녀들의 편을 들어주었다가는 요괴들을 교육시킨다는 명목하게 나타날수도 있다. 그러면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가 되어버리니 화가 잔뜩 난 그녀들에게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라고 말한 민준은 완전 뻗어버린 마한을 마차 위에 올린다음 백랑을 따라갔다.
========== 작품 후기 ==========
민준 : 대화를 하러 왔다.
도철 : 그런건 있을 수 없어!
Ps 편의점에서 올립니당
새로운 임무.[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