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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길. --> 작업을 끝내고 순우경과 돌아다니던 민준은 다시 회의장에 갈 일이 생겼다. 딱히 문제가 될건 아니었지만 깜빡하고 두고온 종이를 가지고 오기 위해서였다. 보수대 부대장으로 있던 사내는 나중에 가지고 오면 된다고 했지만 자신이 실수한만큼 금방 가지고 오겠다고 말한 민준은 성큼 성큼 회의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왠지 모를 오한이 들어 뒤로 물러난 그는 조심스럽게 귀를 문쪽으로 가져갔는데 방금 전과 다르게 여인들은 자신의 욕을 하고 있었다.
"이런 망할"
욕을 한다고 해서 개새끼니 쓰레기니 이런게 아니라 너무 마음을 몰라주어 야속하다고 하거나 그간 아쉬웠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럴 때 안으로 들어가면 붙잡여서 몇시간은 잔소리를 들어야했으니 순우경에게 대신 들어가라고 했다. 하지만 순우경 역시 들어가면 문제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형수들은 웃는 분위기로 반겨주었는데 그게 엄청 무서웠다. 게다가 형님이 어디에 있냐고 나긋하게 물어보는 말은 마치 거짓말을 치다가 걸리면 네놈의 모가지를 잡아 비틀어버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녀들의 입장에서야 거기까지 생각하고 말하진 않았지만 꽤나 무서운건 사실이었기에 순우경도 들어가길 꺼려했다.
"이거..호언장담 해놨는데..안되겠네"
자존심이 있어 빼지 못한다는 말은 지금 이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만큼 민준은 걸리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후우...좆될뻔 했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예전에는 뭐라하더니 요즘은 아무 말 없네?"
"저도 가끔 부인들의 분위기가 달라질 때가 있는데 어떻게 뭐라고 합니까? 다 이해합니다"
순우경 역시 부인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질 떄가 있었다. 분명 웃고 떠들며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잠깐 나갔다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느낌이 난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이해가 안되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고 알려달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런 말을 할 때면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민준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그의 답은 이거였다.
모른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 형님이 나랑 장난하자는건가? 라고 생각했다. 민준이 들었으면 뒤통수를 후려칠만한 내용이었지만 순우경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인을을 안은게 바로 그였다. 그런데 모른다니? 그래서 어이없어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사랑할 때 여자는 감정이 들쑥날쑥했다.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실망해서 화내고 질투하고. 그러니 무엇이 되든 자신이 알아서 그걸 찾아내거나 맞춰야하는만큼 모른다는 말만큼 어울리는 말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지옥으로 들어갈 뻔했던 민준이었으니 좆된다는 비속어가 어울리는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인 순우경은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았다.
"일단 나는 방으로 돌아간다. 너도 좀 쉬고 있어라. 괜히 돌아다니다가 걸리면 좋은 꼴 못볼거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남은 일은 순찰을 도는 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리를 비워봐야 좋은 꼴을 못본다는걸 알기에 순우경도 방으로 돌아갔다.
"후우.. 혹시 누가 날 찾으면 꼭 방안에 있을테니까 불러. 알았지?"
문앞에 있던 시녀는 민준이 이 말을 할 때면 대부분 이곳에 있는 분들의 기분이 안좋다는걸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다과도 좀 가져다줄래?"
"알겠습니다."
다과와 차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져 누워있던 민준은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신분이 천한 시녀였지만 이렇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물론 전속시녀인 대교와 소교가 없을 때만 이렇게 시중을 들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무시를 당한 적이 없었기에 기분 좋다는 듯 웃은 그녀는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후우..흑월. 오랜만에 불러도 되겠지?"
"꽤나 시간이 걸렸도다. 여는 바로 부를 줄 알았도다"
"뭐 이것 저것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때? 이만하면 성공이지?"
"성공? 대성공이도다. 무엇이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주겠도다"
"그 소원 말인데 내가 돌아갈 때 모두와 함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말고는 딱히 빌고 싶은 소원이 없거든"
"꽤나 의외의 소원을 빌었도다. 여에게도 옆에 있어달라는 소원을 빌거라고 생각했도다"
"신에게 무슨 소원을 비는거야? 그리고 넌 그런 말 안해도 있고 싶으면 있을 수 있는거 아니야?"
"눈치가 빠르도다. 아무튼 그일에 대해서는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도다. 이 세계에 신이 있듯 그쪽 세계에도 신이 있도다. 그러니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하는것이도다."
"꽤나 복잡하네. 내가 이곳에 왔을 때는 그런게 업었느데"
"그건 특별한 경우였도다. 여도 눈치채지 못했고 처음 눈치챘을 때는 금방 죽을거라 생각했도다. 아 착각하면 곤란하도다. 이 세계에서 죽는다하여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도다. 그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도다."
처음 듣는 말에 놀란 듯 눈을 깜빡이자 흑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냐?"
"지금 처음 듣는데?"
"만약 이 세계에서 죽는다고 해도 꿈을 꾼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도다. 그리고 차츰 차츰 기억에서 잊혀져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도다"
이것은 일종의 보호장치였다. 이세계로 간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 거기서 저지른 일들을 기억하게 되어버리니 모든걸 잊어버리고 원래 세계에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준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선기와 요기가 합쳐져 혼기라는 것까지 만들어버렸으니 죽인다고 해도 모든걸 기억할게 뻔했다. 또한 죽은 시점에서 역사가 원래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덧붙이자 민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이더냐?"
"화를 낼 이유가 뭐 있겠어? 내가 죽었으면 다시 원래세계로 간다는 게 고마울 뿐이지 뭐 지금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자신이 생각해봐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민준은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하하 역시 그대는 여의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도다. 소원은 알았으니 여는 가보겠도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도다. 이건 나중에 다시 말하겠도다"
"뭐야 갑자기 궁금하잖아?"
"여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만날 날을 기다리거라"
웃으면서 말한 흑월이 사라지자 다시 주변은 새들이 지저긔는 소리가 났다.
"소원은 일단 말했으니 남은건 기다리는 것뿐인가.."
터무니없는 소원이었지만 불가능한건 아니라는 말에 안심을 한 민준은 앞에 놓인 다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자 갑자기 찻잔 안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쿨럭"
"미안하도다. 깜빡하고 가지고 가지 않은게 있도다"
그러게 말한 흑월은 다과 세개를 챙겨서는 다시 사라졌다. 아무리봐도 신이 아닌거같다는 생각을 한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다음 낮잠을 자버렸다. 그가 깨어난 시간은 오후 5시. 적당히 잠을 자고 일어난 시간이었는데. 불현듯 여인들을 위해 밥을 해야할 것같은 느낌을 받았던터라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려요 4월 잘 보냅시다!!
돌아가는 길.[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