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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자리에 앉은 민준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는 사이 외국인들도 많이 모여들었는데 그걸 보고 두번째 곡을 정한 듯 헛기침을 했다.
"원래는 저 녀석이 불러달라고 한 곡이 있지만 그건 마지막으로 하고 두번째는 외국인들도 있으니. 제가 영화를 보며 감명받은 곡으로 해드리겠습니다. 모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즐겁게 들어주세요. I see fire 입니다."
호빗이라는 영화는 꽤나 유명했다 하자만 안본 이들도 있고 엔딩이 올라올 때 그냥 나와버려 제대로 들은 적이 없던 이들도 있었으니 민준은 그냥 감상해달라고 하고는 분위기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외국인들은 자신이 아는 곡이라는 듯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호들갑을 떨던 외국인들도 조용히 감상을 했고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도 창문을 열고 노래를 감상하기 바빳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래에 완전히 집중한 민준은 노래를 열창했다.
"후. 다들 즐겁게 들어주셨나요? 이 감정을 깨지않게 바로 이어서 가겠습니다."
조용한 곡이었던만큼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말한 민준은 궁기가 주문했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기 위해 통기타를 연주했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설겠지만 한국에서는 드라마가 인기 있어 재조명된 곡인만큼 사람들은 엄청나게 좋아했다. 처음부터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면 네가 감히? 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어이없게 바라보았겠지만 이미 앞선 두곡에서 실력을 증명한만큼 기대를 하며 지켜보았다.
노래가 시작되고 조용한 목소리가 퍼져가자 여인들은 탄성을 질렀고 사내들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멋진 연주가 끝나고 나자 사람들은 민준과 궁기가 떠나는 걸 박수쳐주었다.
"정말 재미있네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거 같아요. 그리고 음악이라는게 서로 교감이 되게 만드네요."
민준이 부르는 노래는 전부 좋아했다. 이건 다른 흉수들도 마찬가지였고 최근에 온 여인들도 같았다. 그래서 이곳에 모인 이들도 같은 느낌을 받지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같이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느낀 것이다.
"그래도 아까 전보다는 표정이 풀려서 다행이네 처음에 왔을 땐 무척 긴장한거 티났거든"
"그야 그렇죠.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으니까요. 그래도 뭐..힐끔 바라볼 뿐 가던 길을 가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거 같네요."
사진이라는걸 찍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게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오는건 아니였다. 토벌을 할 당시였다면 관아로 달려가 자신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바쁜 듯 움직이고 있었으니 조금 더 마음을 놓고 지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어라. 여기 보세요. 이거 꼬치구이 맞죠?"
"그러네 제대로 된걸 파네..이야"
다진 고기에 양념을 대충 발라 파는 것들과는 다르게 정말 닭고기와 대파를 구워서 만든 꼬치를 보자 먹고 싶어진 듯 힘을 꼴깍 삼킨 궁기는 가장 튼실해보이는 녀석을 가르켰다.
"소금구이로. 주세요."
이미 초벌이 되어있는만큼 양념을 바를지 소금을 뿌릴지는 자신이 택해야했다. 그래서 소금을 뿌려서 달라고 했던 민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이제 장사를 시작한 듯 오뎅을 팔거나 타코야끼를 파는 이들이 보였다. 그런 이들 중에 궁기의 눈길을 잡아끈건 붕어빵이었다.
물론 평범한건 아니고 붕어모양으로 된 빵에 입부분이 벌어져 있었고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는 것이었다. 가격은 3천원정도였는데 붕어빵의 크기도 컸고 아이스크림도 듬뿍 담아주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민준도 하나 주묺했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는 단팥으로 할건지 슈로 할건지 물어보았다.
"여기붕어부분에 팥도 들어가나요?"
"네. 밑은 붕어빵입니다."
"신기하네요."
그냥 빵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그 붕어빵이 맞다고 하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 민준은 붕어 아이스크림을 궁기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맛이 아까랑 달라요"
"요거트로 만들었다는데? 장에 좋은거래."
"그렇구나. 한입 먹어보실래요?"
"아니 달아서 난 사얍...뭐하는거냐."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이스크립에 꽂혀있는 숟가락으로 한움쿰떠서 먹여준 궁기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꺄르륵거리며 웃었다.
"그게 당신이 억지로 먹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요.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진짜 웃겨요"
"그렇게 웃기냐?"
"네. 뭔가 힘들어보이는거 티나는데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는게 재미있네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이랑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기에 궁기는 즐거워하며 붕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버렸다.그리고 다음으로 먹은 것은 떡볶이였다. 포장마차는 아니었지만 꽤나 유명한 가게가 있었기에 거기서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먹었다.
정말 잘도 먹는구나 라고 생각한 민준은 슬슬 한계가 오는걸 느끼고 이걸로 끝이라고 하자 궁기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벌써요? 이제 11시인데요?"
"돌아가는건 나중에 돌아가도 되는데 우리 5시부터 계속 먹은거 기억 하냐?"
지하철이 끊기면 심야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언제가도 상관은 없었는데 먹는걸 꾸준히 먹다보니 위에 부담이 온 것이었다.
"그럼 다시 노래라도 부르실건가요? 노래 부르면 소화된다고 했잖아요?"
"그거도 어느정도지. 지금은 과하게 먹어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쳇.아직 먹고 싶은게 많은데..그 삽겹살이라는거도 먹어보고 싶고 한우라고 했나요? 그것도 먹어보고 싶은데."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니까 무리해서 먹지말자"
궁기만 먹이는 것도 나쁘지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녀의 성격한 한두개는 먹으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가는 것보다는 다음번에 가는걸 추천한 민준은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려 소화제를 먹은 다음 홍대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먹는 것에 정신팔려서 몰랐는데 이 시간이 되니 복장이 더욱 화려해지네요."
"지금 모이는 사람들은 클럽에 가서 노는게 대부분이니까 그렇지."
이 시간쯤이면 술을 마시려고 모인 이들은 전부 술집에 들어가 있을 것이고 돌아갈 사람들은 지하철로 돌아간다. 그러니 새롭게 오는 이들은 홍대의 밤문화를 즐기려고 오는 것이니 원래 있는 이들보다 복장이 더 화려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여기서 이러기보다는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숙소로요? 거긴 왜요?"
"어짜피 돌아가는건 택시탈거지만 그쪽에 지금 시간이면 또 이쁜게 있으니까 그런거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택시를 잡고 여의도로 향한 민준은 궁기에게 물빛광장을 소개시켜주었다. 밤이라 그런지 반짝이는 불빛과 물줄기가 어우려저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여기 연인들이 많이 오는 장소죠?"
"그렇지. 그래도 이쁘잖아? 그럼 된거 아니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궁기는 불빛과 물줄기를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변화[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