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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술에서 깰 때도 있었지만 궁기는 민준의 무릎을 벗어나지 않았다.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랬으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자제했겠제만 편한게 문제였다. 그녀가 쓰던 베게는 양의 털로 만든 것이었다. 원래는 이런걸 쓰지않았지만 인간의 문물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만들기 쉬웠던게 이 베게라는 것이어서 한번 사용해보았는데 엄청 쓰기 편해서 만들어서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베게라는 것보다 민준의 무릎 위가 편했다. 푹신한 것도 아니고 근육때문에 딱딱한 편에 속했는데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는걸 포함해서 편하다고 느끼는게 아닐까하는 의심도 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술만 들어가면 이렇게 무릎을 베고 있었으니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술을 끊으면 되는게 아니냐고 물어보겠지만 칵테일이라는 건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차를 마실 때와 비슷하게 한모금씩 홀짝이다보니 어느세 취해버렸다. 이게 가장 무서운 일이긴 했지만 장시간 토론을 하다보니 칵테일을 마시는건 어느세 그녀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으음..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민준과 문제라도 생기셨나요?”
“그건 아니란다. 그러 내가 술에 취하면 그 사내의 무릎을 베는게 문제인게지.”
“저는 나쁘지 읺다고 생각하옵니다. 스승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다면 부담없이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도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될거 같사옵니다.”
“다른 녀석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더냐?”
“도올님이 말씀하시길 요괴가 있는 것처럼 영물이 있으니 짝이 될 이들은 널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스승님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과 이어질 기회는 많다 하셨습니다.”
“으음..!”
“저는 솔직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물론 궁기님이 연애에 관심이 없어 혼자 사실 수도 있지만 감정이 있다는걸 자각한 이상 쓸쓸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 때가 되면 변하실거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사옵니다.”
만약 이 말을 도철이 했다면 어이없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좋으니까 사랑을 하면 좋다는 식으로 말했다. 물론 보고 있으면 사랑을 하면 저렇게 성격이 변할 수 있구나 라는건 느낄 수 있었지만 사랑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제갈량과 방통이 이야기하는 것은 달랐다. 사랑을 하고 안하고는 자신의 선택이며 그때를 대비해서 연습을 하는건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으니 사랑에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해도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그 남자의 무릎을 베는 걸 이해한단 뜻이로구나?”
“네 민준의 무릎에 누워있으면 편하고 기분 좋거든요. 어쩔 수 없이 누워본거지만요.”
“어쩔 수 없이 누웠다는 것치고는 너무 웃고 있는거 아닌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에 한마디하자 흠짓한
제갈량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렸다.
“널 놀릴 생각은 없으니 이쯤하고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너희의 독단적인 생각은 아니란 말이구나?”
“다들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옵니다. 스승님이 애정을 담아 쓰다듬어주면 분위기가 달라지옵니다. 저희 표정만 봐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너희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요즘들어 이건 더욱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같은 쓰다듬이었는데 이런 차이는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정을 담아서 쓰다듬어 달라고 하기엔 자신이 아무런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으니 궁기는 포기한 것이었다.
“다들 어디있어? 잠시 나와봐! 민준이 새로운 옷 가지고 왔어!”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녀들의 귀를 집중시킨 한마디는 민준이 새로운 옷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칵테일이다 뭐다 해서 새로운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가지고 왔다고 했으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궁기는 오두막으로 뛰어들어갔다.
상자를 열어 옷을 차례대로 정리하고 있던 민준은 들어온 궁기를 보며 한쪽을 가르켰다. 아직 뜯지도 읺은 상자였지만 자신의 것인을 직감한 궁기는 그것을 열어보고는 옷을 하나 하나 구경했다. 프릴이 달려있는 옷, 몸에 짝 달라붙는 옷, 노출이 심한 옷 등 어느것 하나 겹치지 않아 마음에 들어하는데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도올이 어울리냐고 말하며 밖으로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속옷이었다. 브레지어와 팬티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일체형으로 된 옷이었는데 화려한 문양이 세겨져 있었다. 거기에 장갑과 스타킹까지 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위해 만들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조화흘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한 궁기는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 옷을 꺼내 입었다.
“이거는 등이랑 허벅지가 너무 파여있는거 아닌가요?”
“원래 그런 옷이야. 넌 몸매가 좋으니까 어울릴거야.”
어울리는건 당연 어울리겠지만 움직이는데 무척이나 불편했던터리 인상을 찡그린 궁기는 마지못해 입어보고는 벗어버렸다. 중요한 날이 아니면 입지 못할거하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가지 옷을 입어보던 그녀는 몇가지 옷을 조합하려 자신만의 취향으로 입어보았다. 아예 안어울리는 옷도 있었지만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옷도 있었다. 그래서 여인들은 그녀를 따라 옷을 입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앉아서 구경하던 민준은 장단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다 궁기가 마지막이라며 입고 나온 옷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중 가장 잘 어울렸다. 짧은 치마에 발목양말에 블라우스까지 풋풋한 여인의 느낌을 잘살렸던터라 민준은 장단점을 말한게 아니라 이쁘네...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뭐라고..지금뭐라고 하셨어요?”
“이쁘다고. 잘어울려.”
“네? 그게 다 예요? 장점이나 단점을 말해주시는게 아니구요?”
“그게 너무 잘어울려서 이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솔직하게 말하자 깜짝 놀란 궁기는 멍하니 민준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다. 아무리 잘어울려고 단점을 하나씩은 말해주던 민준이었는데 아쉬운 점 없이 어울린다고 하자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렇게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적습니다. 이제 한두편 내로 끝나겠네요 ㅜ
그러면 이제 연희도 끝나게 되는건가..길었다
변화[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