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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모의전투를 하는 것에 여유가 생긴 궁기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책을 부여잡고 혼자 깊게 생각했지만 책을 보지않아도 전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를 떠보게 되었다. 제갈량이나 방통을 상대로는 아직 힘들었지만 민준에게는 제대로 먹힐 때가 많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할 때가 있었으니 궁기는 이 방법을 자주 애용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기기 위해 얍삽하게 하는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엄연한 계략중 하나였다. 상대의 의중을 떠보고 혼란을 야기시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게 하는 것. 책사라면 가져야할 소양중 하나였기에 민준은 딱히 무어라 하지 않았다. 방통과 제갈량의 경우 더욱 혼란을 오게 만들거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지만 민준을 상대로 기분 나쁘게 해봐야 좋을게 하나 없다는걸 아는 궁기는 그런 방법은 이용하지 않았다.
"끄응..역시 난 이건 안맞는단 말이야"
궁기가 말을 거는건 나쁘지 않았지만 모의전투는 정말 자신과 안맞다고 생각한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와 반대로 궁기는 모의 전투에 더욱 더 빠져들었다. 자신의 표정은 태연하게 그러면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고 일부러 낚시를 하는 그 쾌감은 어디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당신은 싫다 싫다 하면서 잘 어울려주시네요"
"그야 나 말고 할 사람이 누가 있냐? 이제야 방통이나 제갈량이랑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는거 같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그건 그렇지만 싫다고 할수도 있잖아요?"
"니가 오랜만에 인간. 아니지 인간이 만든 장난감에 재미를 붙였는데 도와줘야지."
모의전투를 장난감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지만 딱히 붙일 말이 없어 장난감이라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고맙다고 했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한업이 착한 그녀였고 울타리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무심했지만 감사할 줄은 알았다. 게다가 민준은 울타리에 걸쳐져 있는만큼 감사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전했다.
"아니 뭐 너한테 감사의 인사 받으려고 한 건 아니니까"
"그럼 언니들처럼 작업을 거는건가요?"
"그건 더더욱 아니고. 그저 인간들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리고 그건 반쯤 성공했으니까 좋은거 아니겠어?"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감은 민준은 손가락을 총모양으로 만든 후 쯧 이라고 하자 궁기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이런 모습을 처음보는건 아니었지만 웃기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해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버렸다.
"한번 더 할거냐?"
"아뇨. 조금은 쉬어야할거 같아요. 승부에서 이기든 지든 고쳐야할 점은 있으니까요."
"그래. 그럼 나는 잠깐 저쪽에 다녀온다."
궁기가 생각에 빠지면 적게는 30분 길면 2시간이 넘어가는만큼 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은 넙적한 바위위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여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민준. 그래서 궁기님은 어때요?"
"오자마자 그 소리냐? 궁금하면 니가 물어보면 되잖아?"
"그게. 궁기님에게 직접 물어보면 토론으로 변해버리니까 그런거잖아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실텐데 말이예요."
"그걸 생각 못했네. 나쁘진않아.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실수가 잦다는거 정도?"
"실수요? 어떤 실수 말인가요?"
"나는 원래 이런걸 잘 못하니까 실수할 수 있다고 쳐도 궁기는 날 떠보거나 회심의 일격이 성공하면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라 너무 들떠서 실수를 하는 것 같더라고"
"아아 그런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예요. 처음에는 저도..뭐..뭐예요 갑자기 그런 눈은?"
"니가 기뻐했다는거에 놀ㄹ...크헉?!"
"그건 숙녀에게 실례라고요? 정말 저도 어릴 때는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다고요? 할아버님이 말씀하신 내용과 제가 본 미래에 대해 착각하여 감정을 죽이게 된 것 뿐이예요."
민준이 세계의 축을 뒤틀어버렸다. 그걸 폭군이 나타난다고 착각했던 제갈량은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감정을 죽이고 차가운 인간이 되려고 힘을 썼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민준은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사내였다. 게다가 권력욕은 애초에 없다는 듯 자신의 직위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본 미래가 잘못된게 아닐까 고민했던 제갈량이지만 그에게 안기고 나서 깨달았다. 잘못된게 아니라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그래서 부끄러워하면서도 솔직히 말했는데 민준은 진짜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하자 화가 나버린 그녀는 정강이를 힘껏 걷어차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버틸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곳이 두곳 있었느데 바로 옆구리와 정강이였다. 그래서 정강이를 부여잡고 폴짝 뛴 민준은 죽는다고 끙끙거렸다.
"하아 저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이건 당신이 나쁜거니까요"
흥이라고 하고 오두막으로 들어가자 방통도 이번에는 스승님이 잘못하셨습니다 라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대련을 하던 여인들은 또 시작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대련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생각을 정리한 궁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바닥에서 뒹구는 민준의 모습을 보고는 무어라 말하려고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 듯 오두막으로 향하여 방통과 제갈량을 만났다.
"밖에 뒹굴고 있는거..제갈량 네가 했군."
"티 나나요?"
"평소랑은 다르게 씩씩거리는게 또 저 녀석이 장난이라도 쳤겠지."
방통의 경우 울먹이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반면 제갈량은 씩씩거렸다. 그래서 누가 민준을 땅에 뒹굴게 한 것인지 단번에 알게 된 궁기가 담담하게 말하자 아직도 울분이 가시지 않는 듯 숨이 거칠었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듯 자리를 내어주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하는 편에 속해있던 궁기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듯 자리에 앉아 제갈량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평소 차분한 표정으로 잘못된 점을 꼬집어주고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던 그녀가 뾰로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엄청나게 신선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민준일수밖에 없었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듯 궁기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흐음.."
"그래서..아. 제 이야기만 했죠..?"
"아니다. 이렇게 듣고 있는 것도 의외로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좋으신거예요?"
"사실 지금까지 나는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쪽이었다. 지금처럼 듣고 의견을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예전 인간을 잡아왔을 때도 그들이 경험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을 했지만 역으로 그들이 질문을 한 적은 없었다. 같은 흉수들과 있을 때는 그게 더욱 심했다. 일방통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자신밖에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궁기는 이렇게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게 무척이나 어색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는 듯 마음에 들어한 그녀는 자신은 신경쓰지말고 계속 이야기하라고 한 것이다.
"말나온 김에 내 눈치를 볼 필요는 전혀 없다. 내가 너희를 관심 밖에 두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으니까 말이다."
"티가 나나요?"
"그래 아직까지 어려워하는게 티가 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의전투가 끝난 후 나에게 말해줄 때랑은 너무 달라서 말이지"
"그..그거야"
"공과 사를 구분한다고 해도 그 편이 낫다고 말하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곘습니다."
"그럼 궁기님. 아직 스승님이랑은 어떠한 연도 발견하지 못하셨습니까?"
"연이라..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지금 감정에 대해 자각한 뒤로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이 더 많다. 그러니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렇군요.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궁기님이 가장 먼저 스승님과 연이 생길거라 여겼습니다. 그게 인연이든 친구든 말이예요."
"이해한다. 나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호기심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강한 것 같더구나"
민준과의 관계가 금방 발전할거라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다른 것들에 정신을 팔리다보니 아직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궁기는 언젠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담담하게 말했고 제갈량과 방통 역시 금방 끝날거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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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령화객 2017-02-27 03:29 new
4전 6패는 어떻게만드나요?
풍령화객 2017-02-27 03:30 new
패배가 2+1행사상품인가보군요!
-〉 4승인데 잘못적었습니다 ㅜㅜ
비틀비틀 2017-02-27 03:33 new
꾸아아아아ㅏ아ㅏ아아아아아ㅏ!
-〉 히익
프라토니스 2017-02-27 03:52 new
@오늘도 글 낳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내일도 힘내서 낳아 주세요~ 이왕이면 2며. 아니 2편이상 낳아 주세요
-〉 나..낳아요!?
이즈니임 2017-02-27 06:15 new
작가님 스릉흐니깐♥ 힘내서 현재까지 ㄱㄱ!
-〉 무서웡
Baramdolyi 2017-02-27 07:38 new
안되면 되게하라!!!
-〉 끼요오오
호랭이가죽 2017-02-27 10:28 new
아 장기말이였구나
-〉 네 그렇습니다.
글레이시아 2017-02-27 12:07 new
4전 6패 5전 5패 6전 4패 이거 4승 6패 5승 5패 6승 4패로 바꿔야 하는거 아닌가요? 4전 6패면 4판을 해서 6판을 패배했다는 의미가 되버리는거 아닌가요?
-〉 승인데 실수했습니다 ㅜㅜ
변화[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