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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 전날 늦게까지 일을 했던 민준은 늦잠을 자버렸다. 원래 아침 8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눈을 뜬 시간은 10시였다. 부랴 부랴 씻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여인들은 전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송편을 빚고 있는 여인들도 있었고 떡을 만드는 여인들도 있었고 전을 부치고 있는 여인들도 있었는데 고소한 기름냄새가 퍼지는걸 보니 몇시간 전부터 전을 만들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 다만 소녀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여인들이 하나 둘 씩 집어먹어 열심히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이 쌓여있지는 않았다.
"민준 왜 이렇게 늦게 오신거예요. 저기 아침부터 술마시는 동탁이랑 여포 좀 어떻게 해봐요!"
전을 보자마자 막걸리를 꺼내온 두 여인은 술을 좋아하는 여인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 민준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한두개 먹는걸로 너무 핍박을 주는 것 아닌가? 이 몸은 그저 맛을 보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게. 지금 우리가 딱히 할 일도 없고 말이지."
힘쓰는 일은 자신이 있었지만 요리는 잼병이었던터라 할 일이 없었던 여포는 조금 있다가 인부들이 오면 작업을 할테니 걱정하지말라고 말하며 술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어쩔 수 없나. 일단 저녀석들이 먹을건 내가 만들테니까 만드는거에 열중해줘. 그리고 다른거 뭐 할일은 아직 없지?"
"지금은 딱히 없네요."
앞으로 1년을 또 잘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여러가지 음식들을 풍성하게 준비해서 서로 나누어먹는 것인만큼 여인들은 조를 나누어서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요리를 못하는 이들은 재료를 가지고 오거나 장식물을 다는 일을 전담했는데 아직 성 앞에 설치할 장식물들이 도착하지 않아 여인들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멀리서 수레와 함께 온 병사가 목청터져라 외치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여인들은 마지막 잔이라는 듯 쭈욱 들이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광장으로 터벅 터벅 걸어갔다. 그녀들이 떠나고 나자 전은 다시 수북히 쌓였지만 점심식사시간에 사라질 양을 생각하면 계속해서 부지런히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여인들은 안심하지 않고 계속 전을 부쳤고 민준도 같이 음식을 만들며 하루를 보냈다.
"하아..정말 손에 쥐가 날거 같아요"
"덕분에 부족하지 않게 만들었어."
"그런 말 들으면 기뻐지잖아요. 칭찬은 내일 해주세요. 알겠죠?"
하루종일 전을 부치는 탓에 손에 쥐가 날 것 같았던 손권은 민준의 칭찬에 기뻐하다가 모든게 다 끝나면 칭찬해달라고하고는 방으로 뛰어갔다.
"이럴 때보면 참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니까."
웃으면서 말한 민준은 오랜만에 고순과 화웅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이번에는 늦잠을 자지 않은 민준은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원래는 이곳의 전통의상을 입으려고 했지만 여인들이 한복을 입고 싶다고하여 한복으로 준비했던 민준은 화웅과 고순도 한복으로 갈아입혀주었다.
"이거...이상해. 밑이 시원한게..부끄러워"
치마를 거의 입지 않는 탓에 어색함 느낀 두 여인이었지만 민준이 무척 잘어울린다고 칭찬해주자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여인들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 기다리고 있던 원술과 맹획, 손상향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민준이 크다고 해도 세명을 다 받아들기엔 힘들었던터라 뒤로 넘어지자 초롱 초롱 빛을 낸 세명은 동시에 이쁘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잘어울리네?"
"흐흥~ 그렇지? 내가 가장 잘 어울리지? 역시 민준이야"
"민준오빠야는 내가 가장 잘어울린다고 말해준거..흐에에에 오하야 원슈어니가 괴로핀다혀"
"헤헷 어울리는구나 기쁘다 히힛"
그러거나 말거나 맹획은 기쁘다는 듯 웃고 있었으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 민준은 손상향과 원술을 떨어트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헛기침을 한 제갈량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민준을 노려보았다.
"당신이라는 남자는. 뒤에 있는 사마의나 다른 분들은 안보이세요?"
자신을 봐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그녀는 옆에 있던 사마의와 다른 여인들에 대해 강조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은 그녀를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무..무슨 짓인가요! 저..저말고 사마의랑."
"알아 안다고 그런데 니가 너무 이뻐서 끌어안은거거든?"
"뭐라고요? 그.그런거면 뭐..이해하죠.."
보나마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민준은 제갈량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긴장을 풀게 한 다음 턱을 잡고 입맞춤을 해주었다.
"읍..! 푸하..뭐예요 정말 갑자기 이..입..입맞춤이라니!"
"빨간 입술이 입맞추고 싶더라고. 하하 그럼 간다"
왼쪽 눈을 감으며 찡긋거리자 제갈량은 정말..! 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가 사라지고 나자 입술을 어루만지며 행복한듯 미소를 지었다.
"헤에.."
"뭐..뭐예요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을 하는거죠?"
"그냥 부러워서 그런거 뿐이예요. 스승님이 입맞춤해준건 당신밖에 없잖아요?"
"윽.."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기에 시선을 돌리자 사마의는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말하고는 쿡쿡 웃었다.
한편 여인들을 뒤로하고 민준이 향한 곳은 회의실이었다. 이런 즐거운 날에 회의할 것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건 황충, 주유, 초선, 유엽,진궁, 감녕, 관우 이렇게 7명이었다. 이들과 따로 대화를 나눈다기 보다는 이번 설에 춤을 추는 이로 그녀들이 발탁되었기에 긴장을 풀어줄겸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민준! 깜짝 놀랐잖아요"
"아직 옷은 안입었네? 화장도 그렇고"
"그야 연습중이니까요. 한번 보실래요?"
"나야 그러면 좋지"
"으윽..바보 민준 앞에서 보여줘야한다니까 더욱 긴장된다고 진궁은 말하고 있는거예요."
아까 전까지 태연하게 연습했던 진궁이었지만 민준에게 보여주어야한다고 생각하자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등을 두드려주며 빙그레 웃은 황충은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악단들도 거기에 맞춰 연주를 했다.
"사자랑 용은 먼저 나오던가?"
"네. 저희가 마지막에 나가서 춤을 추고 1년 무탈하도록 기원하죠"
"하늘도 좋아하시겠네"
솔직하게 감상평을 말하자 활짝 웃은 7명의 여인들은 기대해달라고 말하고는 더욱 열심히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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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쯤이 되자 신년맞이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없어 조용했지만 신년행사만큼은 성 내에 있는 인원들끼리 하는만큼 평민들도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호에에 언니들 엄청 이뻐요."
신에게 1년 무탈을 기원하는 춤을 춘 7명의 여인들은 마치 한몸이라는 듯 절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춤이 끝나자 들고 있던 부채를 모닥불안에 던져넣으며 세번 큰 절을 했다. 이로서 1년 무탈을 기원하는 춤이 끝이 났고 원소가 두번 박수를 치자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이 전날 만들어둔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이봐 여포. 막걸리 가지러 가자"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너도 이제 척하면 척이군"
"여기 있는 동안 술 상대를 내가 했는데 당연한거 아니겠어?"'
이제부터는 취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었으니 조운은 여포에게 술을 가지고 오자고 했고 민준은 멋진 춤을 보여준 여인들을 칭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어울리나요?"
"당연히 어울리지. 다들 정말 아름다워"
"그 말을 들으니 보람이 있네요. 아 그리고 이 옷들은 정말 저희가 가져도 되는건가요?"
"그럼. 너희한테 딱 맞춘거니까 다른 사람들을 줄리가 없잖아"
"아뇨 저는 부채를 태운거처럼 옷도 태울줄 알았어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진 안하지. 그럼 가서 옷 갈아입고 와"
"네!"
옷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7명의 여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향하여 얼굴일 깨끗하게 씻고 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가벼운 화장을 했다.
"민준. 그러고보면 어머님이랑 아버님한테 인사할 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였죠?"
"이번에는 못보겠지만 나중에 만나면 그렇게 말해줘. 그럼 좋아하실거야"
"네. 꼭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요"
"그래. 나도 너희를 제대로 소개시켜준다고 약속은 했으니까. 그 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지내자!"
"네!!"
민준의 부모님과 대면한다는건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었지만 인정받으면 합동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만큼 여인들은 엄청나게 기뻐했다.
"그러고보면 그 소꿉친구분들도 함께..하는거죠?"
"응. 안그러면 나 어머니한테 죽어."
이미 책임지겠다고 어머니가 말해둔 이상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했다. 그러니 여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합동 결혼식을 할 때 그 두 사람도 무조건 끼어야했다.
"아니예요. 저희는 차라리 그편이 좋거든요. 그러니 다 같이 행복해져요"
이 말에 기뻐진 민준은 원소를 와락 끌어안아버렸고 화기 애애하게 말하던 여인들은 질투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은 그거 반칙 아니야?"
"맞아요 언니.다들 오라버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 혼자 그런 말씀하시고"
"아니 그게..호호.."
이미 되돌릴 수 없었던 원소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민준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그 화살은 민준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왜..! 나는 그냥"
"오라버니의 존재자체가 문제잖아요! 이렇게 많은 여인들을 품으시고 그러니까 책임지세요!"
결국 그 날 밤 민준은 모든 여인들을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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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특별편 아닌 특별편입니다. 사흉수로 늘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고 마침 설이라 잠깐 쉬어가는 편으로 적었습니다. 그럼 모두 설 잘보내고 맛있는거 많이 드세요!
========== 작품 후기 ==========
더 길고 재미있게 쓰고 싶었지만 특별평 얼마 안남아서 소소한 재미를 주기 위해 싸봤으요
편의점 오늘 손님 존말 없네요 ㅎㅎ
흉수들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