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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흉수 --> 도올과 민준이 친구가 되었다는 건 금방 흉수들의 귀에 들어갔다. 숨길 내용도 아니고 숨기면 의심할게 뻔했기에 그녀들이 돌아오자마자 민준이 말한 것이었다. 평소라면 불같이 화낼 도철과 혼돈이었지만 궁기가 아닌 도올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납득한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궁기는 도올이 민준과 함께 있으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 두 흉수가 안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렸다.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갑자기 마음이 바뀌는게 사랑이었다. 그렇지만 민준이 그러하고 그의 여인들이 그러하듯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떠나는 사람 붙잡지않는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으니 그녀들은 질투가 난다고 해서 도올을 막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왜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인가? 평소라면 가장 빨리 끝내지 않았나?"
"어쩔 수 없었다고. 평소보다 많은 양이 튀어나왔으니까. 게다가 빨리 쓸어버리는게 아니라 확실히 하는게 중요하니까."
"언니가 그런 말을..?"
기껏 토벌을 끝내고 왔는데 민준이 자신과 장난치는 걸 보고 힘이 빠져버린 두 흉수를 위해 화제를 돌린게 아니라 순수한 궁금증이 생겨 물어본 것이었다. 그러자 도철은 별거 아니라는 듯 툭하고 내배아싿. 하지만 이 말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도철은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다. 눈에 보이는걸 닥치는대로 쓰러트릴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다 쓰러트렸다고 생각했을 때 죽은 줄 알았던 괴물들이 다시 일어서거나 기습을 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몸에 상처하나 낼 수 없었지만 수고를 두번이나 해야만했다. 이렇게만 보면 가장 오래 걸려야 정상인 도철이었지만 평소 성격에서 들어나듯 사소한건 신경쓰지 않았기에 주변의 나무들까지 싸악 쓸어버렸다. 만약 이곳의 경계가 나무를 빠르게 자라게 하지 않았다면 도철의 구역은 민둥산이었을게 틀림없었다.
"나라고 신경 안쓰는줄 알아? 물론 처음에는 신경 안썻지만..그게 민준 덕분에 달라졌다고"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져서 말하는 도철의 모습은 정말이지 예전과는 달라보였다. 무슨 말만하면 인상을 쓰고 욕지꺼리를 내뱉던 그녀가 이렇게 여성스럽게 변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궁기는 자연스럽게 민준을 바라보았다.
"날 왜 보냐?"
"언니가 저렇게 변한게 언니 내면에 잠자던 모습인지 아니면 당신이 그렇게 만든건지 궁금해서요."
"내가 의도한 일은 한개도 없는데? 그냥 귀여울 때 귀엽다고 해준거 뿐이었지"
"정말 그런건가요? 어느정도는 의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귀엽다고 말하는게?"
"그렇죠"
"근데 이게 참 웃긴거야. 예를 들어서 원래붜 귀여웠던 애들은 그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도철처럼 완전 귀여움과 거리감이 먼 녀석들은 조금만 행동이 달라져도 귀여워보이거든 특히 그게 날 위해서 해주는거면 더 그렇지"
"그럼 제가 하는 모습도 귀엽게 느껴질 수 있단 말이네요? 도올 언니도 그렇고요?"
"그렇지. 사람이 하는 행동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거니까. 아 그리고 이성을 보며 멋있다고 느끼는것도 비슷한 개념이야"
"제가요? 그런 남자가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당신 하나뿐인데요?"
"아. 그렇네 하하 그럼 취소"
이성이 있다면 그렇다고 말한 것 뿐이지만 궁기의 말대로 가장 가까운 남자는 자신이었고 언젠가 자신이 멋지게 보일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었으니 민준은 바로 정정을 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어딘가 모자른거 처럼 보인단 말이죠.."
"모자라다니 그냥 생각이 짧다고 해주지 않을래?"
"같은 의미 아닌가요?"
"그래도 기분이 다르거든"
민준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기분 상의 문제라고 했으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궁기는 생각이 짧다고 했다. 그러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혼돈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정말 제가 사랑하게 된 오라버니지만 이럴 땐 일부러 그런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혼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내가 이런 짓을 일부러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고요. 오라버니는 아무런 생각없이 말하는게 틀림없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정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점점 가까워지니까요"
"윽....그건 진짜 내가 의도한게 아니라고.."
-주인이 의도했으면 지금쯤 여인들이 가만히 있겠음? 우주가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바람-
"오라버니?"
"아 아니야. 갑자기 요술서가 끼어들어서 말이야."
"그런가요? 저한테 화낸줄 알고 철렁했어요오"
"왜 너한테 화를 내겠어"
고작 이런걸로 화낼 민준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도올은 크게 하품을 하다 문득 생각난게 있는듯 손벽을 쳤다. 꽤나 큰 소리였던터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혼돈과 민준도 그걸 듣고 있던 궁기도 딴짓을 하고 있던 도철도 주목을 했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온천이라는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궁기?"
"제가요? 그러고보니 그런 기분이...그런데 뜨거운 물이 나올 뿐 온천은...모르겠는데요?"
"저 녀석이 있으니 온천을 만들어서 쉬는거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온천? 그런게..있을수도 있겠구나. 어딘데? 한번 가보자"
"제 구역쪽에 있는 곳인데 그곳은 전부 매말라있어서 기분이 그닥 좋은건 아니예요."
괴물을 잡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는데 그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황막했다. 나무도 자라지않고 풀도 없어 괴물을 토벌할 때가 아니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민준은 같이 한번 가보자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다섯명 전부 함께 가는 일이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난 궁기는 마지못해 안내를 해주었다. 빠르게 움직여 2분정도 걸리긴 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나무들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풀들은 자라지 않았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봐요. 뭔가 이상하잖아요."
"유황냄새가 나는게 여기 활화산이 있는거 같은데?"
"화산이요? 확실히..저기서 연기가 나는게 무언가 있다곤 생각했는데.."
"그럼 여기 아무런 문제가 없는거야?"
"터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큰 문제가 없는거 같은데 어디보자..."
중간 중간 작게 웅덩이같은게 있긴 했지만 사람이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민준은 그녀들이 전부 들어갈 수 있는 온천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 늑대와 함께 오두막으로 향했다.
"저녀석 왠지 또 뭔가 할거 같은데?"
"뭐 어때요. 큰 문제는 없어보이고..일단 저희는 가만히 있어보죠."
지금 상황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것도 없었으니 그냥 지켜보기로 마음먹은 여인들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민준은 도구를 가지고 적당한 크기의 웅덩이로 향하여 더욱 깊게 파고 주변을 넓혀갔다.
"그런데 민준 그런 짓해서 괜찮아? 잘못하면 무너지거나 그러지 않아?"
"괜찮을거야. 만약 사고 날거 같으면 흑월이 알려주겠지"
"너 정말 속편한 소리하네..?"
어찌보면 맞는 말이긴 했지만 어이없어서 그냥 바라보고 있자 민준은 2시간동안 혼자 낑낑거리더니 그럴듯하게 온천을 꾸몄다. 그리고는 도철에게 적당한 크기의 돌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곳에 앉아서 쉴 용도가 아니라 옷을 올려둘 용도로 가지고 온 것이었다.
"흠..그럼 들어가보면 되나?"
"자.잠깐만요 언니 갑자기 옷을 벗으시면 어떻게 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 설마 저놈과 관계라도 가질거라고 생각하나? 걱정마라. 그럴 일은 없으니"
"그건 절대 안되요!하지마.궁기언니까지 무슨 일이예요?"
"어짜피 우리가 저 남자에게 호감을 안가지면 되는 문제 아니야? 그리고 나도 왠지 들어가보고 싶어졌어."
불길하다 생각한 곳이 별것도 아니라는걸 알게되자 한번 들어가고 싶어졌던 그녀는 옷을 훌렁 벗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씻었던 물과는 다른 느낌이라 이상하긴 했지만 그리 나쁜 감촉은 아니었기에 신기한 듯 몇번이고 만져보았다.
"넌 안들어오는건가?"
"나?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전에 민준 너도 들어가자!"
두 흉수가 민준에게 알몸을 보이는게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 기껏 만들었던 사람이 안들어간다는건 말이 안되기에 도철은 강제로 민준을 벗기고 온천으로 밀어넣었다.
========== 작품 후기 ==========
슬슬 궁기나 도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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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dolyi 2017-01-17 14:21 new
그렇지만 나중엔.... 기류가
-〉 기류가..!
비틀비틀 2017-01-17 15:03 new
얼마안남았을거야...
-〉 하하핫
kaydrian 2017-01-17 22:49 new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1500을 넘기니까 엄두가 안나네.. ㄷㄷ
-〉 저도 그러네요
이즈니임 2017-01-18 01:57 new
우리 재갈량에 고픕니다.. 재갈량좀 충전해주세요.. ㅠㅠ
-〉 나오게 하겠습니다 큭
플레이어드 2017-01-18 03:06 new
노블 이용권음슴
-〉 ㅠㅠ
사흉수[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