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80화 (1,58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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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흉수 --> 민준과 도올의 내기는 다른 흉수들도 금방 알게 되었다. 흑월이 보는 앞에서 약속한 일은 당사자 둘과 흑월만 알게 된다. 하지만 이걸 누구에게 말하지말라는 제약은 없었으니 자신은 절대 그렇게 호들갑떨지 않는다고 확신한 도올이 모두가 모인 앞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궁기는 흑월의 앞에서 맹세를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었지만 도철과 혼돈은 불만인듯 표정이 안좋았다. 흑월의 앞에서 맹세를 한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그리고 내기의 대상이 민준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을 했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기에 뚱한 표정으로 입술까지 삐쭉 내밀고 있었다.

"소원이라고 해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에 한해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일은 안한다고 확실하게 말해두었다."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그 소원이라는게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모르니까 그러는거잖아?"

"내가 약속을 안지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된다면 끽해봐야 무언가를 잡아오라고 하거나 나무를 가지고 오는 정도 아니겠나? 그리 열낼건 아니라고 본다만"

"아..진짜! 이 답답한 년아!"

민준을 사랑하게 된 후로 욕을 안하려고 했던 도철이지만 도올의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며 소리를 빽 지르더니 욕이란 욕을 다했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던 도올은 이제야 너답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도철은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고 있었다.

"언니 진정하세요. 고작 소원 하나인걸요?"

"고작? 궁기 너도 소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실감을 못하는 모양인데.."

"언니 말끊어서 죄송한데요. 도올언니는 무턱대고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게 아니잖아요? 들어줄 수 있는 것에 한해서. 그리고 몸을 원한다느니 그런 소원도 안된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인건가요?"

"그러니까!"

"도철언니. 제가 말할게요. 언니는 지금 흥분하셨으니 욕부터 나오실거 같아요."

이미 씨발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혼돈이 나서자 뒤를 맡겼다고 답한 도철은 민준에게 다가가 질투심과 짜증, 분노등 모든 감정을 폭팔시켰다. 그래봐야 두들겨 패는게 아니라 옆구리를 꼬집고 입맞춤을 하다가 혀를 살짝 깨무는게 전부였지만 민준의 입장에서는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일단 도올언니가 해둔 맹세를 보면 몸을 탐한다거나 허무맹랑한 소원은 안된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만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도올언니가 오라버니에게 반하게 되면요. 이런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요."

"의미가 없다니?"

"솔직히 지금 언니나 도올언니나 사랑을 한다면 오라버니 밖에 없잖아요? 이전 인정하시죠?"

인정하긴 싫었지만 남자 아니 수컷이라고 쳐도 민준을 제외하면 연결이 될만한 것들을 없었다. 그래서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혼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언니나 도올언니나 오라버니랑은 뭔가 하고 싶지 않다는거 이해해요. 그래서 다른 이를 만나면 좋겠지만 만약 오라버니를 사랑하게 되잖아요? 소원이 있든 없든 모든걸 주고 싶어져요. 그런데 소원이 있잖아요? 그럼 기대하게 되요. 이

남자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까 하고..그래서 도철언니는 화내는거예요"

혼돈의 말은 도철처럼 높낮이가 있는게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내뱉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게감이 남달랐던터라 궁기과 도올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원을 강제로 받으라는 말도 거부했지. 그런데도 문제란 말인가?"

"그 말 자체가 정말 애매모호한거예요. 저나 도철언니가 변한걸 보면 모르겠어요? 불연듯 사랑이 찾아왔는데 그걸 알아버린 뒤로는 저희답지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잖아요. 지금 도철언니가 막 저렇게 화내고 있지만 막상 오라버니가 무심하게 한마디하면 울걸요?"

이건 혼돈도 같았다. 민준이 그런 말을 할리가 없었지만 만약에라도 한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궁기와 도올은 이해가 가지 않은다는 듯 도철과 민준을 번갈아가며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튼 저는 언니가 약속한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알아서 잘 할거라 믿어요. 그리고 만약에라도..아니예요 이건 나중에 말할게요."

"갑자기 말을 끊다니? 나는 괜찮으니 말해보아라."

"하아...그럼 말씀 드릴게요. 만약에라도 오라버니에게 반하면 저와 도철언니에게 사과해주세요."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하는거지?"

"생각없이 약속을 하신거에 대한 사과요 아니 정확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하신거에 대한 사과요."

도올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혼돈이 느끼기에는 사랑을 무시하는 듯 들렸기에 담담히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혼돈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놀란 도올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가지를 덧붙였다.

"반대로 내가 저녀석에 대해..아니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거나 변함이 없다면 너희도 하나 양보해야겠다."

"무엇인가요...?"

"저녀석을 3일간 빌리겠다. 내가 변하지 않는다는게 증명되면 저녀석을 덮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타 연주를 듣는 것이니 상관없지않나?"

"그..그건!"

정말 도올이 변하지 않는다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둘이 함께 있는다고 해도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정사를 나눌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3일씩이나 못본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듯 조곤 조곤 말하고 있던 혼돈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하긴 저 남자가 떠났을 때 한참동안 말도 안하고 멍하게 있었으니 이런 반응도 이해하지만.. 신기하네."

아무래도 적응이 되지않는다는 듯 바라본 궁기였지만 혼돈은 심각했다. 하지만 도올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무언가를 걸어야한다는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3일인까 참아볼게요. 대신.."

"걱정마라 저놈이 다가오려고 하면 내가 날려버릴테까"

민준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말하지않는다 했으니 두려울게 없었던 도올은 민준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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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주일 뒤 다시 모인 흉수들은 모닥불에 모여있었다.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준다고 하여 모인 것도 있었지만 민준이 과일주를 가지고 왔다고 하여 맛보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혼돈이나 도올은 그냥 술도 그럭저럭 먹었지만 도철과 궁기는 아니었다. 술의 쓴맛때문에 먹기도 힘들고 취기도 금방 올라 싫어했다. 그런데 이건 술의 쓴맛도 느껴지지않고 달다고 했으니 빨리 먹고 싶다고 보채는 중이었다.

별 수 없이 한잔씩 따라주자 쭈욱 들이킨 도철은 맛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다고..호오..? 이거? 꽤나..."

시큰둥하게 먹었던 도올은 입안 가득 퍼지는 과일의 단맛을 느끼며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씁쓸한 술도 맛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흡좃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괜찮아? 괜찮으면 다음엔 이걸로 가져오고"

"나는 이거로 마실래! 더 없어?"

"한병 더 가져온게 있으니 궁기랑 나누어마셔"

민준이 가지고 온 과일주 덕분에 전부 취하지않고 적당히 또 즐겁게 술을 마신 그런 밤이었다.

========== 작품 후기 ==========

본가에 왓습니다

오늘은 조금 짧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그리고 본가에 온만큼 업로드가 들쑥날쑥할수도 있어용

사흉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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