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78화 (1,578/1,909)

-------------- 1578/1909 --------------

<-- 사흉수 --> 엄청나게 기뻐하는 도철과 혼돈을 본 도올은 궁금하다는 듯 성큼 성큼 걸어가 민준의 앞에 섰다. 두 여인을 끌어안아주고 있던 그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손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뭐하는거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자신에게도 장신구를 골라달라고 말했다.

충분히 골라줄 수 있었던터라 두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장신구를 담아두었던 상자로 가서 유심히 바라보던 민준은 도올에게 어울릴 법한 비녀 하나와 팔찌 한개를 골라주었다. 비녀는 금색로 칠해진 것이었는데 머리부분이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찌는 은과 금으로 만들어진듯 윗부분은 금색이었고 아래부분은 은색이었다. 꽤나 이쁘긴 했지만 다른 것에 비해 수수했던터라 왜 이런거냐고 물어보자 민준은 답답하게 설명을 했다.

"원래 너한테 어울릴거 같은 비녀는 이쪽이거든?"

그러면ㅅ 꺼낸 비녀는 용문양이 그려진 것보다 더욱 세련된 것이었다. 비녀 머리 부분은 나비문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비의 날개 7끝에 길게 늘어진 실같은게 반짝여서 아름답게 보였다. 또한 연결된 실같은 것의 끝에도 보석이 박혀있어 반짝거렸다.

"그런데 그걸 추천한 이유가 무엇인가?"

"넌 아무곳에서나 자잖아? 이걸 끼고 다니다가 잠들면 부러지기 딱 좋아서 말이야."

머리가 용으로 되어있는 비녀는 나무로 만들고 그 위를 덧칠한 것인만큼 그렇게 부러질 위험이 적었다. 그래서 민준이 추천했다고 하자 도올은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이유가 이해가니 화는 내지 않겠다만..뭔가 기쁘진 않군"

"무슨 말이야 그게?"

"도철이나 혼돈은 엄청나게 기뻐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본거다. 이 책에서 나오길 호감이 있는 이가 선물을 준다면 무척이나 기뻐한다고 적혀있더군"

담담하게 말하며 도올이 꺼낸 것은 연애. 라고 하는 책이었다. 자신이 궁기에게 사줬던 책이었더너라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민준은 놀란 듯 눈을 깜빡거리자 그녀는 다시 품안에 넣더니 말을 이어갔다.

"도철과 혼돈이 어떻게 변한건지 신경쓰여서 빌린거다. 그리고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예전에 무의식적으로 넌 취향이 아니라고 한 적은 있었지만 어떤게 취향인지 잘 몰라서 말이다."

"그렇구만"

"물론 우리 주변에 너 밖에 없으니 호감이 생기면 너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취향이 어떤지는 확실히 아는게 좋지 않겠나? 그래서 봐본 것이었는데 이름과는 다르게 꽤나 잘 정리된 책이더군"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삼류 소설이라고 착각할 만 했지만 읽어보니 정말 자세하게 풀이되어 있었다. 그래서 만족했던 도올은 벌써 세번이나 읽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질리지 않았다. 만약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면 재미가 뚝 떨어지겠지만 눈 앞에 도철과 혼돈이 책에 나왔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니 도올의 입장에서는 몇번을 읽어도 새로운 것이었다.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자신이 했을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책을 보지 않았다면 두 흉수가 한것처럼 끌어안아보거나 입맞춤까지 해봤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책에서 말하길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그런 짓을 하는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고 임자가 있는 몸이라면 상대의 여인에게 칼맞을수도 있다고 적혀 있어 하지 않았다. 다만 선물을 받거나 물건을 골라주는건 괜찮다고 했으니 그걸 부탁해본 것이었는데  오두방정을 떨만큼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도올은 역시 넌 내 취향이 아닌듯하다는 말을 했다.

"그야 그렇겠지만 나한테만 해봐서는 모르는 일이라 많은 이들한테 해봐야하는데 여기엔 두가지 문제가 있어"

"그게 무엇이냐?"

"첫번재 남자들한테 이렇게 하면 꼬리친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두번째는 가장 근본적인건데 니가 인간을 만나서 가만히 있을거 같지 않거든. 저기 궁기도 그렇고."

도철이나 혼돈도 인간들을 만나는건 그렇게 내키지 않아했다. 하지만 자신때문에 노력해보겠다고 했는데 아무런 접점이 없는 두 흉수가 다른 인간들을 만났을 때 가만히 있을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민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곰곰히 생각해보던 도올은 그것도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일단 내 취향을 찾는 일은 인간들을 만났을 때 적의를 들어내지 않게 된 후로 미루어야겠군. 어짜피 네녀석과는..아니다 이쯤하지."

여기서 계속 말해봐야 민준의 기분이 나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는 괜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도철이나 혼돈은 아니었으니 어느정도 눈치란게 생긴 도올은 말을 끝냈다. 그러자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던 도철과 혼돈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기타연주를 해달라고 말했다.

"지금?"

"어짜피 궁기언니도 그렇고 도올언니도 그렇고 장신구 고른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러니까 밥먹는거도 조금 늦어질거같고.."

"너희는 괜찮겠어?"

"저는 상관없어요. 고르는 중에 밥먹는거보다는 다 끝나고 나서 먹는게 차라리 속편하긴 해요."

"그래 그럼 뭐 연주나 조금 하고 있으면 되겠다."

바로 요리를 하려고 했던 민준이었지만 궁기가 이렇게 말하자 알았다는 듯 손을 씻고 안으로 들어가 모닥불 앞에 앉아서 기타연주를 시작했다. 나갔다온다고 불은 꺼두었지만 왠지 모닥불 앞에 있으면 기분이 묘해지는게 노래도 더욱 잘나오는거 같아서 이곳에서 부르는걸 선호했다.

"그럼 뭐 불러줄까?"

"저는 그 뭐지..그 그..애상? 그거요"

얼마전에 한번 불러주었더니 엄청 좋아했던터라 민준은 그대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러자 장신구를 보고 있던 궁기와 도올은 의아한듯 민준과 두 흉수를 바라보았다.

"왜? 뭐가 문제야?"

"문제는 아니다만 그 노래..사랑에 관한 노래가 아니지 않나?"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 좋은걸 어떻게 해?"

"하긴. 그렇긴 하다만."

민준에게 안긴 뒤로 사랑에 대한 노래를 무척이나 즐겨들었던 도철이나 혼돈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준이 부르려고 했던 노래는 행복한 사랑의 노래가 아니었던터라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노래를 좋으니 상관없다는 말을 들으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노래가 끝난 후 또 다른 노래를 선곡받자 혼돈은 이번에는 오라버니의 느낌대로 불러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럼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니까 지금 상황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거다?"

"네. 그건 알고 있어요."

얼마전 애상을 부를 때도 그랬으니 민준의 느낌대로 불러주는걸 좋아했던 혼돈은 기대한 듯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민준은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미친듯이 몸부림 쳐봐도 뒤로 가는 것 같은 나의 삶"

가볍게 노래를 부르자 두 흉수는 집중했고 장신구를 고르고 있던 도올과 궁기 역시 고르는걸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사랑을 속삭이거나 애틋한 감정이 묻어있는 그런 노래는 아니었다. 노래 자체는 밝았는데 분위기는 어두웠다. 그래서 몰입된 네 명의 흉수는 어느세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했다. 어느세 후렴부가 끝나고 노래가 끝나자 눈을 뜬 네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준은 씨익 웃으며 좋은 곡이라는 말을 했다.

"좋은 곡인건 알겠다. 그런데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노래가 밝긴한데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알게 되어서 정말 힘이 된 곳이었거든. 그리고 그 뒤로도 힘들때면 자주 들었고"

"그래서 그런거군요.."

"오라버니."

민준이 힘들 때 힘이 되었다는 말에 납득한 그녀들은 무언가 숙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자 민준은 지금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하며 다음 곡을 연주했다. 하지만 도올의 머리속에는 이번 연주가 강하게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

정말 글만 적어서 한 200만원정도만 벌면 집에 프리랜서로 활동한다는.말이라도 해볼텐데

아직 턱없이 부족하네요 제가 글을 더욱 잘쓰면 이런 걱정도 없는데 이제 계란한판이고 게임업계 취업은 힘들기만 하네요

그래도 봐주시는 여러분 덕에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모두 즐겁게 보시고 하시는 일 대성하세요

Ps. 이말을 적은 이유는 일요일에 본가 내려갑니다. 설에 알바 시간을 못바꿔서 그전에 내려가는건데 취업이야기가 분명 나올테니 씁쓸하기만 하네요

사흉수[1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