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6/1909 --------------
<-- 사흉수 --> 민준과 손봐준 뒤로 궁기와 도올은 비녀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을 가졌다. 지금까지 봐왔던 묵색 비녀가 아닌 휘향찬란한 색과 장식이 달려있는 비녀들은 그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문제는 흉수들이 장신구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이번에 가지고 올때 그렇게 많은 양을 들고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금 들고 온 것은 가끔 궁기가 비녀를 하고 올 때 너무 오래된 것이라 나중에 한번 권해볼 생각으로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몇일 뒤 다시 하남에 다녀온다고 하자 도철과 궁기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수언니들이나 요괴들을 불러서 몇일 묵는게 아니라 늑대와 함께 다녀온다는 점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할 수 없다는게 아쉽긴 했지만 몇날 몇일을 다른 여인과 뒹군다는게 아니었으니 그녀들은 민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네녀석들은 저녀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아쉬워하는건가?"
"이건 설명해도 모른다고"
"무시하는건가?"
"언니 도철언니말이 맞아요. 정말 설명할 방벙이 없어요."
이렇게 변한건 자신들도 놀라웠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안겨서 사랑을 확인하고 있어도 더욱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건 누군가에게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단 한부류. 사랑을 하는 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대상이 같은 남자는 아니더라도 사랑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올이나 궁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인간에 대해 호감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설명을 한들 이해할리 만무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차분하게 설명을 하자 도올은 이해를 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군. 사랑이라. 그럼 만약 내가 사랑을 하게 되면.."
"뭐야 너? 민준이한테 관심있어?"
"시끄럽다 도철. 내가 언제 그 놈에게 관심있다고 햇나? 하긴 우리들과 이렇게 서슴없이 대화할 수 있는게 그 놈 뿐이니 가장 가능성이 큰건 인정한다면 내 취향이 아니다. 아니지 그 전에 취향이라는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 민준을 보고 취향이 아니라고 한 적은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한 도올이었지만 애초에 무엇을 봐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도올이 민준이 사다준 책이 있으니가 그걸 보면 도움이 될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혹시 이상한 삼류 소설같은거 아닌가?"
예전 상인들 중 그런 서책을 가진 이가 있어서 읽어본 적이 있었다. 상인의 딸로 태어났던 여인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와 고백을 할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떠돌이 방랑무사였는데 우연히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해준 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집안의 반대와 몇번의 알수없는 위기를 넘긴 끝에 둘은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집안의 허락을 받아 혼인을 맺는걸로 끝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신의 목숨보다 상대방의 목숨을 위하는 것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도올은 책을 그대로 불태워 없애버렸다. 그래서 또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냐고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봤는데 궁기는 그런게 아니라는 듯 고개글 절래 절래 저었다.
"남녀의 심리에 관한 책이예요. 도철언이도 그렇지만 혼돈이 완전히 빠져버린게 신기해서 한번 알아보려고 사달라고 했죠. 그리고 몇일동안 차분하게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이상한 책은 아니었어요."
남녀간의 차이점과 심리에 대해 서술되어 있던 책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바뀌었으니 도올에게도 추천한 것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책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버렸다.
"도올언니는 갔네. 그럼 밥은 세명이 먹을 것만 만들면 되겠?"
"네! 그리고 도철언니 저희는 방청소해요"
"방 청소? 내 방도 안하는데.."
"해요~ 네? 오라버니가 좋아할거 같아요"
"그..럴까?"
궁기가 요리를 만드는건 민준보다 더 오래 걸렸다. 능숙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니라 장인정신을 발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오래걸렸다. 요리를 만든다고 하면 1시간 뒤에나 요리가 나올 정도였던터라 할게 없었던 혼돈은 도철에게 방 청소를 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민준의 오두막 안에 소중한 것들이 있었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두막 내에는 소중하다고 할만한 물건이 없었다. 딱 한가지, 하북에 다녀올 때마다 가져오는 큰 상자가 있긴 해는데 그 안에는 자신들에게 줄 옷들이 들어있었고 몇번이나 본 것이다보니 청소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방안에 있던 것을 밖으로 꺼낸 혼돈과 도철은 도우막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한편 늑대를 타고 하북에 도착한 민준은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자 걱정스럽게 우는 늑대를 진정시켰다. 민준 덕분에 인식이 변했다고는 하나 오랜 세월 혼돈과 함께 있으면서 인간이 어떤 눈으로 자신을 봐왔는지 어떤 식으로 공격했는지 강인하게 박혀있었던터라 잔뜩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엄마 엄마! 저기와 늑대! 커어!"
"그렇구나 크네. 이번에는 늑대구나 호호"
"아..울..?"
자신의 큰 덩치를 보며 무기를 들거나 겁먹을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하북에 있는 이들은 아무런 반응도 모이지 않았다. 아니 신기하다는 듯 꺄르륵 거리는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이라는 듯 웃어 넘기는 어른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준은 피식 웃으며 나중에 알게 될거라고 말하고는 문지기에게 인사했다.
"근무중 이상무! 민준님 돌아오신겁니까"
"아니 잠깐 들린거야. 상부에는 왔다고 보고를 하는데 내가 지금 장신구때문에 온거라 금방 가봐야하니까 못만나는거 이해해달라고 전해줘. 알았지?"
"에 알겠습니다!"
온걸 숨긴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지만 여인들을 만나다보면 시간이 오래걸릴 수 밖에 없었으니 만나는건 다음이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문지기는 대답과 동기에 붉은색 끈이 달려있는 서신에 무언가를 적어서 파발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수고하고"
고생하라는 듯 어깨를 쳐준 민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문 밖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늑대를 보며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함을 느낀 늑대는 주변을 둘러보였는데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유독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넓은 공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바라보자 정말 집채만한 곰 한마리가 쿨쿨 자고 있었다.
"놀랐지? 저 녀석의 이름은 푸우고. 원술이 키우는 애완동물이야. 원래는 애완동물이라고 하기 뭐한 녀석이었는데 원술이 키우고 싶다해서 데리고 온거야"
"아울..."
그래서 그런거라고 이해를 한 늑대는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자신을 툭하고 건들이는 느낌이 나서 고개를 돌렸더니 이제 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털을 쓰다듬고 있었다.
"헤헤 기분저아.."
순수한 아이의 미소였던만큼 늑대는 가만히 있자 훌륭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준 민준은 나중에 맛있는 육포를 주겠다고 속삭여주고는 장신구 가게로 향했다.
성과 가까운 곳에 길 하나가 전부 장신구를 파는 곳이다보니 어디서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각각 추구하는 모양이 달랐고 강조하는 것이 달랐다. 어떤 집은 무조건 나비를 넣고 어떤 집은 그런거 없이 문양을 넣는걸로 대신했다. 그러다보니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멍 때릴 수 밖에 없었던 늑대였는데 아이들의 관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먹을걸 주는 아이들도 있었고 털이 기분 좋다며 꼬옥 끌어안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늑대는 왜 오기 전 민준이 자신을 깨끗하게 씻겼는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여기서 살건 다 샀고. 늑대야. 괜찮니"
"아우우우~"
"우와신기하다아"
늑대 특유의 울음소리가 나자 아이들은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민준은 웃으면서 늑대가 고대하던 육포가게로 향했다.
최고급 육포를 두손 가득히 사고 장신구들 가방 가득 사다보니 어느세 어둑 어둑 해져서 다시 늑대를 타고 오두막으로 향한 민준은 떠나기전 여인들에게 최대한 빨리 한번 찾아오겠다고 전해달라고 하고는 흉수들이 있는 산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
프라토니스 2017-01-03 07:55 new
@이런 속으론 좋으시면서 못본척하시다니 깍쟁이시군요
-〉 좋아하지 않습니다.
Baramdolyi 2017-01-03 09:11 new
잘 보고 가요
-〉 감사합니다.
딸기100프로 2017-01-03 09:43 new
잘보고가요 원쿠폰 남겨요
-〉 더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
비틀비틀 2017-01-03 09:49 new
음 4편내로 도올이 떨어지겠군..
-〉 과연? 두둔..두두둔
天空意行劍 2017-01-03 11:37 new
자까님 연참주세여
-〉 ㅠ.ㅠ 힘내볼..게유..
디마프 2017-01-03 12:00 new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드 2017-01-03 12:54 new
사지절단 육변기
-〉 으엑..그게 무슨..ㄷㄷ
qpwerqp 2017-01-03 13:11 new
몇편에서 끝날지 궁금하네요~왠지 2000편은 가볍게넘길듯...
-〉 아..앙대 빨리 완결 낼거야
겁이날때 2017-01-03 18:46 new
우연히 텍본 구해서 읽다가 끊겨서 조아라로 들어왔는데 두배 분량이 있네 ㅋㅋㅋ
-〉 하하하 그거 만들다가 지금..너무 길어져서 ㅎㅎ;;;
사흉수[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