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 연희-1573화 (1,573/1,909)

-------------- 1573/1909 --------------

<-- 사흉수 -->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진 도올은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눈을 떳다. 하루만에 일어난게 어색하긴 했지만 그 전에 자둔게 있었으니 몸에 피로감은 없었다. 하지만 술을 마신 후 전혀 기억이 없다는 것과 중간 중간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문제는 전날 소고기국을 먹으면서 떠올랐던 기억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무언가 떠오른 것 같기는 한데 속이 너무 안좋다보니 거기에 신경쓰느라 잊어버린 것이었다.

1시간가량을 끙끙거리며 다시 한번 떠올려봐도 전혀 생각나지가 않았기에 깊은 한숨을 내쉰 도올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준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기억을 전부 떠올릴 때까지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기억이 떠오는 것도 아니었고 마땅히 할 것도 없었기에 그의 오두막으로 향한 것이었다. 평소라면 궁기가 옷을 갈아입히고 있거나 화장을 해주며 조잘 조잘 떠들고 있었겠지만 오늘의 그녀는 하루 푹 쉬기로 한 듯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어진 도철과 혼돈은 민준에게 기타연주를 해달라고 했고 그는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기타줄을 튕기고 있었다.

'분명 어제도 기타줄을 튕긴거 같은데..'

제대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기타소리를 듣고있자니 기억이 날 것 같았던 도올은 인상을 팍 쓰고는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래를 감상하던 혼돈이 뒷간에 다녀온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순간 머리속에는 무언가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누군가를 덮친 기억과 더불어 상대방이 자신을 똑바로 앉혀준게 기억났다. 도대체 그 상대가 누군가 싶어 의자에 앉아 골골대고 있는 궁기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힙겹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언니...몸은 괜찮으신가보네요."

"나는 이제 괜찮다. 너는 왜 그러고 있나?"

"하아....몸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도약을 했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서요."

생각보다 술이 약했던 궁기는 숙취에서 완전히 벗어난게 아닌듯 보였다. 그래서 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 도올은 용건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궁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기억 안나세요? 어제 저 돌아가고 저 남자랑 둘만 있었잖아요?"

"뭐? 나랑 저 남자 둘만?"

"네. 혼돈이랑 도철언니는 먼저 자버려서 저 남자가 오두막으로 옮겼잖아요. 그리고 저는 속이 안좋아서 먼저 간다고 했고요. 정말 기억 안나세요?"

"어? 그게..음..그렇군..아..알았다..하.하하..하"

도철과 혼돈이 먼저 들어갔고 궁기가 떠났으면 기억 속에 있던 사람은 민준밖에 없었으니 도올은 당황했다. 그에게 호감이 생겼다?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하다가 단편적인 기억 속에 있던 일이 일어난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민준을 노려보자 기타를 치고 있던 그는 기타를 멈추고 도올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라니?""

"그렇게 인상을 쓰고 노려보고 있어서 신경쓰이는거다."

"어제. 아니 정확이는 그제에 술을 마신 후에 내가 네 녀석 위로 넘어진 기억이 있었는데 무슨 일 있었나?"

"술 마시자고 하면서 옆으로 오다가 손을 헛디뎌서 그런 것뿐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 뒤는 기억 안나??"

"기..기억 안나기는 다 기억난다!"

강력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며 민준은 기억이 나지 않는걸 확신했다. 그리고 기억이 난다고 한들 너 어제 울었잖아? 라고 차마 물어볼 수 없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오라버니~ 저왓어요 헤헷"

그러는 사이 뒷간에 다녀온 혼돈이 뛰어와서 품안에 안기자 민준은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 순간 또 다시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른 도올이었으나 이번에는 놀라기는 커녕 그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떠오른 기억은 방금 전처럼 술마시다 실수를 한 것에 대한게 아니라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자신의 모습과 그런 자신을 달래주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민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거야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울음을 터트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도올이었기에 민준에게 오늘도 술한잔 하자는 말을 했다.

"오늘도?"

"확인할게 있어서 그렇다"

"그럼 뭐..혼돈 너는?"

"저는 가볍게 한두잔만요. 술이 쓴걸요."

"저거 말고 과일주도 있으니까 그걸로 먹어도 돼"

'정말요? 그럼 마실래요!"

취할 정도까지 마시는건 싫었지만 과일주는 괜찮을 것 같았기에 혼돈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혼돈 역시 당연히 마신다 했지만 궁기는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밤이 깊어오자 네명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술을 마셨는데 도철이 가장 먼저 잠이 들어버렸고 혼돈은 알딸딸하게 취해서 민준의 기타연주에 맞추어 같이 노래를 부르다 잠이 들었다. 마지막 남은 도올은 일부러 취하기 위해 마셨는데 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자 민준은 걱정이 된 듯 그만마시라고 했다.

"큭..더..마실 수..있다..으윽...속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듯 말투는 정상이었다. 문제는 빠른 시간동안 빨리 먹은 것 때문인지 속이 안좋다고 말한 그녀는 몸을 들썩거렸다. 무릎을 베고 자고 있는 혼돈이 깨지않게 조심스럽게 다리를 뺀 민준은 도올을 데리고 마당에서 조금 떨어진 숲풀로 가서 등을 두들겨주었다. 그러자 그동안 참고 있던 것을 쏟아냈다.

"우웨에엑."

"술을 마실 땐 그렇게 급하게 마시면 토하니까 알아둬"

"그건..우에에에엑"

한참동안 토한 그녀는 괜찮아진 듯 숨을 몰아내쉬었다. 그러자 민준은 둥을 계속 두들겨주며 임안에 있는 것을 삼키지말고 뱉으라고 했다.

"카악..퉤"

씁쓸한 위액을 느끼며 토해낸 도올은 또 다시 몸을 들썩였다. 왠지 안좋은 느낌을 받은 민준은 괜찮냐고 물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한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걸 보며 그는 도올의 주정이 우는 것이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흐에에엥 왜 우는지 아라내려고 했는데 토하다니 흐에에엥"

"술 마시다보면 토할수도 있고. 우는 사람도 많이 봤어. 그러니까 괜찮아"

"진짜야?"

"그래. 우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니까 괜찮다니까"

"히끅..히끅...하지만..너 앞에서 두번이나..흐에에에엥"

울음을 멈추는 듯 하던 도올이 다시 울어버리자 민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식으로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는게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울음을 멈추는게 우선이었기에 민준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 었다. 그러자 어느세 잠에 빠져더린 도올은 규칙적인 숨소리를 냈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술 먹은 여인에게 화를 낼수도 없는 노릇이라 도올과 혼돈을 오두막 안으로 옮겨준 그는 자다가 뒤척이지 말라고 모닥불안에 장작을 넣은 후 잠을 청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을 느낀 도올이였지만 두번째라 그런지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날과는 다르게 술먹고 난 다음에 했던 일을 대부분 기억했다.

"음...추태를 보였군.."

토한 것부터 시작해서 펑펑 울어버린 것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던 그녀는 불현듯 전날의 기억도 전부 떠오르기 시작했다. 울어버린 것에 무슨 이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딱히 이유가 있는게 아니었던터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술은 많이 마시면 안될거 같다."

민준에게 보인게 가장 부끄럽긴 했지만 다른 훙수들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폴을 쳤다. 그러다 머리가 흔들려 헛구역질을 해버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자 민준이 소고기국을 가지고

"고맙다. 그리고 어제의 일은 아니지 토한 것은 내가 술을 마신거니 감수하겠다만 울었던건 비밀이다"

"기억난거냐?"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왜 운것인지 알아보기 위헤 어제 술을 마신 것인데..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비밀이다"

괜히 흠잡히기 싫어서 비밀이라는 말을 강조하자 민준은 고개를 끄덕엿다. 그러자 도올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을 떠먹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흉수[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