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3/1909 --------------
<-- 흑월의 부탁 --> 두 흉수가 질투하는 모습은 궁기에게 있어서도 신기했다. 살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죽여버리겠다는 그런 살기가 아니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의 살기였다. 민준과 대화를 나눌 때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던터라 당황하면서도 신기하다 생각한 그녀는 장난을 쳐보려고 했지만 민준이 이런걸로 장난을 치면 안된다고 못박아서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했다. 평소같으면 그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을 보니 왠지 거역하기가 힘들었다.
"저도 그만두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말을 듣고 안하는게 아니라 원래 안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왠지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궁기는 민준을 흘겨보며 절대 그의 말때문에 그만둔게 아니라는걸 강조했다.따지고 들어가면 이길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이길 이유가 없었기에 민준은 작게 한숨을 내쉴뿐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중요한게 옷이니까 너도 한번 찾아봐"
"그렇게 하죠.."
말투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옷을 고르는것만큼 중요한게 없었기에 신경쓰지 않기로 한 듯 옷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자신이 챙겼던 옷들과 비슷한 옷이 눈에 띄었다. 자금쪽이 자신이 입었던 것보다 훨쓴 크거나 옷 자체가 작은 것이 도철과 혼돈 것임을 말해주었기에 옆으로 빼둔 궁기는 하늘하늘한 옷을 한벌 꺼냈다. 그러자 이 옷은 자신을 위해 가지고 왔다는 듯 입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입는 방법도 꽤나 귀찮았지만 문제는 등 뒤에 있는 끈을 묶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도아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궁기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혼돈이나 도철은 부탁하면 당연히 도와주겠지만 조금 있으면 떠날 흉수들이었다. 그러니 남은건 도올밖에 없는데 귀찮은걸 싫어하는 그녀가 부탁을 들어줄거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옷을 넣어두려고 하자 민준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목을 잡았다.
"뭐죠?"
"옷때문에 그런거면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게 포기하려고 하지마."
"혼자서 입을 방법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옷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절 놀리는건가요?"
궁기는 짜증스럽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집은 옷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혼자서는 절대 입을 수 없었기에 포기하려고 했는데 입는 방법이 다 있다고 하자 자신을 놀리는가 싶었던 것이다.
"진짜 있다니까? 일단 입고 나오면 알려줄테니까. 입고 나와봐"
"만약 절 가지고 장난친거라면 언니나 혼돈이 고백한 사내라고 해도 그냥은 안넘어갈테니 각오하세요."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면 가만히 두지않겠다고 으름장을 두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칸막이를 쳐주었다.
"훔쳐보는건 아니겠죠?"
"훔쳐보다가 도철한테 죽을걸? 저녀석 보기보다 질투가
심해"
"뭐라고 씨불이는거야!"
소근 소근 말하자 짜증이 난 듯 버럭 소리를 지른 도철은 민준을 노려보았다. 이것만 보고 있으면 절대 훔쳐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 듯 안심한 궁기는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벗는 소리때문에 조금 신경쓰인 그녀는 옷을 벗다말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민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두 흉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 안심한 궁기는 재빠르게 옷을 입었다.
"다 입었는데 이게 정말 혼자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팔과 다리에 있는 끈은 직접 묶을 수 있었지만 허리에 주렁 주렁 달린 끈은 도저히 묶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신에 가득찬 눈초리로 민준을 바라보다 그는 허리에 있는 끈들중 가장 긴것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느슨하게 풀려있던 끈들이 꽈악 조여졌다.
"하읏.."
방심하고 있던 궁기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목소리를 냈는데 아랑곳 하지않은 민준은 끈을 한바퀴 돌리더니 앞으로 묶어버렸다.
"앞으로 묶는다니요?"
"이렇게 묶는다고 뭐라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런식으로 하면 돼 무엇보다 어울리니까 괜찮짆아?"
그렇게 말하며 거울을 보여주자 의외로 잘어울리는 모습에 궁기는 탄식을 내뱉았다.
"봐. 어울리잖아? 그리고 머리는...음 니가 알아서 해야겠다."
"무슨..아.. 그렇게 할게요."
어쩌다보니 또 민준과 둘이서만 대화하게 되다보니 도찰과 혼돈의 눈매가 무척이나 무서워져 있었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은 궁기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민준은 박수를 한번 치더니 두 여인의 옷을 골라주었다. 옷이라고 해도 자신의 취향으로 맞추어줄 수는 없었기에 입고 싶은 옷을 고르라고 하자 도철은 마음에 드는게 없다고 했고 혼돈은 의외로 짧은 치마를 가지고 나왔다.
"치마??"
"그게...안..어울리겠죠...?"
도철의 반응을 보자마자 옷을 다시 돌려놓으려고 했던 혼돈이었지만 민준의 생각은 달랐다. 짧은 마리카락과 어울리는 보이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건 꾸미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한 그는 본격적으로 꾸밀 준비를 했다.
"오라버니 무리하지 않으샤도.."
"혼돈 아니야. 나 믿지?"
"네?."
"나는 말이야 니가 남자답다고 생각 안해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그렇고 가끔 베시시 웃는걸 보면 여성스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날 믿어볼래?"
"오라버니..너무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믿을 수 밖에 없잖아요.."
"후후 믿어보라니까 내가 정말 이쁘게 바꿔줄테니까"
웃으면서 말한 민준은 가장 먼저 머리를 손보기 시작했다. 짧게 자른 후 아예 관리를 안하다보니 남성스럽다고 느끼는거 뿐이지 꾸미면 얼마든이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만지막거린 그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장식을 꼽아주고 화장을 해주었다.
"헤에...."
고를 옷이 없어 민준이 화장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도철은 혼돈이 변해가는 모습에 탄식을 내뱉았다.
"봐. 아름답지?"
"그러네"
"도철언니 장난하지 마세요오.."
눈을 감고 있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놀리는거 같아 하지말라고 하자 도철은 정말 잘어울린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혼돈은 기쁜 듯 베시시 웃었다. 아직 얼굴을 본건 아니지만 도철이 거짓을 할 여인이 아니라는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끝났다. 그리고 혼돈 이 옷 입어봐."
화장이 다 끝나고 나자 민준은 혼돈에게 눈을 떠보라고 했다. 눈을 뜬 그녀는 지금 이 모습이 자신이 맞냐는 듯 놀라서 입을 쩍 벌였다.
"아직 놀라긴 이르니까 이거 입어봐"
"네 오라버니"
민준의 말대로 옷을 입고 나자 짧은 머리카락이 무척 잘어울리는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이게 저예요?"
"그럼~ 어때 이쁘지?"
"네! 무척이나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라버니"
지금까지 생긴게 남자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꾸미지 않아서 그렇다는걸 알게된 혼돈은 기쁜나머지 민준을 끌어안고 격렬한 입맞춤을 했고 이 모습이 부러운 듯 도철은 자신도 옷을 골라달라고 말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갑자기 친구가 자러 와서 글만 급하게 적어요 리리플은 다음화에 같이 할게요. ㅠㅠ
흑월의 부탁[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