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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연희-1543화 (1,543/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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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월의 부탁 --> 머리를 묶는 법을 제대로 배우긴 했지만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민준이 알려준 방법에는 엄청난 것들이 있었는데 머리가 발끝까지 내려오는 길이다보니 할수있는 머리카락 모양이 한정되었다.

"자를까..?"

지금까지 안 자른 이유가 특별히 있는건 아니었다. 부탁할 사람이 없다보니 계속 기른 것뿐이었다. 세명의 흉수중 그나마 부탁할만한 여인은 혼돈이었는데 언니의 머리카락을 차마 건들일 수 없다하여 부탁하지 못했고 도철은 직접 잘라준다고 말은 했지만 그녀가 자른 머키락을 보면 상태가 엉망이었으니 붙탁하고 싶지 않았다. 도올이야 귀찮다고 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한참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거울 앞에서 이리 저리 움직여보더니 민준의 오두막으로 다시 향했다.

"머리카락이 또 이상해서 그러냐?"

"그게 아니라 다른 부탁이 있어서 그래요."

"다른 부탁?"

"네. 당신이 알려준대로 머리카락을 해봤는데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그 이유가 이 긴 머리카락때문이겠죠. 그래서 머리카락을 잘라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뜬금없이 머리카락을 잘라달라는 궁기의 말에 민준은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길긴 했지만 결이 좋다보니 괜찮아보였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자 궁기는 기른 이유는 딱히 없다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아 그런거야? 난 사연이 있어서 기른줄 알았는데"

"그럴리가 있나요 믿고 맡길만한 혼돈은 차마 자르기 힘들다고 하고 도철 언니가 잘라주는건..아시잖아요?"

"하긴..그럼 어떻게 잘라줄까?"

사연이 있는게 아니라면 자르는건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 어떤 식으로 자를지 고민하며 물어보자 궁기는 알아서 잘라달라는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었으니 머리를 벅벅 긁은 민준은 머리카락을 이리 저리 만져보았다.

"그럼 시작할게."

워낙 긴 머리다보니 일단 반정도는 자르고 시작해야했던터라 반을 자르자 궁기는 머리카락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허리정도까지 오게 자른 민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머리카락의 끝을 자르고 숱을 쳐주었다. 간단한 작업임에도 워낙 머리카락이 길었다보니 30분 가량의 시간이 소비되었다. 숱까지 정리한 민준은 앞머리를 손본다는 듯 이리 저리 만졌다. 이러다보니 자꾸 눈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잦았는데 왠지 껄끄러웠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눈을 제대로 마주친 적은 별로 없었다. 적의를 담아 물어봤을 때를 제외라면 그가 말할 때면 요리에 신경쓰거나 다른 흉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으니 뭔가 난감해진 그녀는 시선을 이리 저리로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준은 집중해서 머리카락을 이리 저리 만져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뒤로 돌아갔다.

"왜 그러시죠?"

"이런게 어울려? 아니면 이거? 아니면 이것도 있는데?"

아예 일자로 자르는 방법도 있었고 사선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녀는 일자로 자르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러자 그대로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한 민준은 앞머리가 양쪽으로 갈라질 수 있게 머리를 만졌다.

"머리결은 좋지만 직모로 두는거보다는 조금 꾸미는게 좋은데.."

직모도 매력적이지만 꾸미려면 조금 웨이브지는게 좋다고 생각한 민준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주작의 분신을 불러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가 싶어 주변을 돌아보던 주작의 분신은 자초지종을 듣자 불만이라는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하지만 민준이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자 기분이 풀린 듯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물론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부탁했던 궁기는 주작의 분신이 나온 것만으도 긴장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이러는게 도움이 되었던터라 민준은 재빠르게 머리카락의 손질을 끝낼 수 있었다.

"고마워~"

"주작~♡"

다시 한번 입맞춤을 한 주작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궁기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분명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풍성해보이는 머리가 마음에 드는 듯 이리 저리 움직였던 그녀는 머리카락을 묶어보려고 했다.

"아..잠깐. 그거 머리카락 오늘은 건들이지말고 자는게 좋아. 그래야 모양이 유지되거든. 적어도 내일 밤까지는 건들이지 않는게 좋을거야"

"그럼 내일 저녁먹고는 괜찮은거죠?"

"아마 내일 되면 아마 머리가 더욱 꼬일수도 있어."

"당신이한건데 잘 어울리겠죠. 그럼 가볼게요."

목적을 이룬 이상 여기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었던 궁기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철이 찾아왔다.

"어라 너 왜 나와있어?"

"나? 방금 궁기가 찾아왔거든."

"궁기? 그녀석이 왜? 너랑 사이도 안좋은데?"

무슨 일이 있었냐고 캐묻듯이 물어보는 도철을 보며 민준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머리카락을 잘라준거 뿐이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머리카라악? 이라고 되물어보았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대답해주자 도철은 그럼 자신의 머리카락도 잘라보라고 말했다.

"잘라줄 순 있는데 이 시간에 왜 찾아온거냐?"

"그건...노래 들으려고 찾아왓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어휴..그럼 잠시 기다리고 있어. 넌 머리부터 감아야할거 같으니까."

궁기와는 다르게 머리카락을 제대로 감지 않은 도철을 보며 개울가로 데리고 간 그는 직접 머리를 감겨주었다. 처음에는 반항을 하던 도철이었지만 머리에 손을 가져가자 얌전하게 변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민준은 정성스럽게 씻겨준 다음 오두막으로 데리고 와 머리카락을 손질해주었다. 궁기랑 다르게 어떻게 자를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이유는 어짜피 아무것도 모를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아악!"

머리카락이 잘려져나가자 소리를 지른 도철이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은 민준은 거침없이 가위질을 하며 숱을 정리했다.

거칠다는 느낌이 날 수 잇게 머리카락을 자르자 도철은 신기한듯 감탄사를 내뱉았다.

"마음에 드는데. 이게 끝이야?"

"기다려. 넌 앞머리가 무척 기니까 잘라야해"

"흥. 얼마든 자르...라....고....히끅"

뒷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보니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 도철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민준이 앞쪽으로 와 가까이 다가오자 깜짝 놀란 듯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딸꾹질까지 해버렸으니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괜찮냐? 갑자기 왜 그래?"

"왜..왜는..무슨. 그래서 자를..히끅!?"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 딸꾹질이 나오자 어쩔 줄 몰라한 그녀는 빨리 끝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머리를 자르다가 딸꾹질을 해버리면 머리기장이 잘못될 수 있었기에 그는 등을 두드려주며 침착시키려고 애를 썻다.

"그냥..히끅!?"

"일단 딸꾹질이 멈출 때까진 좀 기다리자. 괜히 잘못하면 머리카락 큰일 나."

등을 계속해서 두들기던 민준은 가위를 내려놓고 물을 가지고 왔다. 그러자 바로 벌컥 벌컥 마시기 시작한 도철은 이제 괜찮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진짜로 괜찮아?"

"괜찮다니까? 너보다 내가 내 몸을 더 잘 알잖아?"

"그럼 잠시 눈감고 있어."

머리카락이 눈을 찌를 수도 있었으니 눈을 감으라고 말한 민준은 그대로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손질했다. 시각이 차단되자 사각 사각 하는 소리와 그의 숨소리가 더욱 집중적으로 들려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씨..뭐하는거야..'

뭔가 얼굴이 달아오를 때마다 자신이 아닌듯한 모습을 자꾸 보여줘 짜증이 났던 도철은 다되었다는 말을 듣고 천천히 눈을 떳다. 그러다 머리카락이 눈에 찔린 듯 인상을 찡그리자

민준은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눈에 있는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본능적으로 머리카락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직 머리를 손질하고 있던 민준과 눈이 마주첬다.

"어?"

"응.. 잘 어울리네"

그렇게 말하며 민준이 환하게 웃자 그 어느 때보다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린 도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봐주세요!

흑월의 부탁[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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